‘로비’ 김인섭 ‘뇌물’ 김만배 1심서 잇단 실형…법조계 “이 대표 불리하지만 대가 전달 안돼 ‘출구’ 가능성”
#‘정진상에게 청탁’ 인정한 법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2월 14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인섭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60억 원을 선고했다.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전 실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특히 청탁 대상으로 지목된 정진상 전 실장에게는 다소 치명적인 판결이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알선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구속기소)에게서 77억 원을 수수하고, 5억 원 상당의 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대표는 법정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으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보석을 취소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피고인의 역할은 정진상 전 실장에게 청탁하는 대관작업 외에 구체적인 역할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알선 청탁 행위라는 점이 인정된다”면서 “정바울 회장과 실질적 동업 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알선의 대가가 아니라면 거액을 지급 받을 다른 이유가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주식매매계약서 등에 자신을 정 회장과 ‘공동사업자’로 기재한 바 있다.
또한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2005년부터 시민운동 등으로 친분이 있었던 이재명 대표의 선거에 여러 차례 선거 지원을 했다”면서 “이재명 당시 시장과 최측근 정진상 전 실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면서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의 특수관계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 도시계획과에 근무하면서 백현동 사업 관련 용도변경 절차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 김 아무개 씨는 김 전 대표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2014년 11월 도시계획팀장 승진 이후 정진상 전 실장이 술자리로 불러 ‘김인섭이 하는 백현동 사업을 잘 챙겨줘야 한다. 나중에 서류가 들어오면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으며, 김인섭 전 대표로부터는 ‘2층에서도 잘 해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 2층은 당시 성남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위치한 곳으로 이재명 대표와 정 전 실장 등 측근을 뜻하는 은어로 알려져 있다. 김 아무개 씨는 “이러한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였으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인섭 대표가 알선의 대가로 금품, 이익을 수수한 이상 그 알선이 부정한 것인지 여부,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위법한 것인지 여부, 피고인의 알선으로 인해 성남시의 용도지역변경 등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알선수재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의 용도변경 행위의 불법성 여부는 직접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김 전 대표 측은 “판결문을 검토해서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은 “김인섭 전 대표 1심 판결은 실제로 김 전 대표가 청탁을 하였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 사무 알선으로 대가를 수수, 약속하면 바로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뜻한다”며 “정 전 실장은 김인섭으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하여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만배도 실형 선고…구속은 면해
2월 14일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뇌물을 주고받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과 4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이들이 “재판에 성실하게 임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최 전 의장은 2012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김만배 씨의 부탁을 받고 2013년 조례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표결원칙에 반해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는 그 대가로 최 전 의장을 2021년 2월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하면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준공부터 성과급 40억 원 순차 지급 등을 약속하고, 같은 해 11월 17일까지 급여 등 명목으로 8000만 원을 준 혐의를 받는다.
김 씨와 최 전 의장은 재판 동안 이 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민간 시행사와 유착해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질이 무겁다”면서 “피고인들은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최 전 의장이 2012년 시의회 의장에 선출된 뒤 탈당하고,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이 반대한 성남도개공 설립 조례안을 같은 해 12월 31일 가결되게 했고, 이후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급작스러운 정치적 태도 변화가 청탁을 받은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유죄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최 전 의장에게 부정한 청탁이나 그 대가로 뇌물을 약속한 적도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당시 준공이 늦어져 준공 업무를 도와달라는 의미로 최 전 의장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모셨던 거고, 사건이 터진 이후에 지금까지 준공이 안 되고 있는데 당시에도 준공이 굉장히 시급한 과제였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재판에 미칠 영향은?
백현동과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핵심 인물들이 실형이 선고된 상황이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정 전 실장과 공모해 김 전 대표의 청탁에 따라 성남도개공을 백현동 개발 사업에서 배제해 성남시에 200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또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줘 7886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득하도록 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만배 씨 재판 결과와 관련해 “성남도개공 설립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는데 법원 판결로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중요 공약을 대신 실천해줬다는 사실이 법원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인섭 전 대표 재판과 관련해서도 “수사팀은 판결 내용을 검토해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참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번 두 재판 결과가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김 전 대표에게 특혜를 줄 목적으로 고의로 위법한 행동을 했는지가 이 대표 등의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결국 백현동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재명 대표”라면서 “김인섭 전 대표에 대한 판결은 분명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불리한 것이 맞다. 정 전 실장의 경우 위태로운 상태로 보이고, 이 대표는 정 전 실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다만 알선수재의 금전적 대가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점은 하나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 “검찰이 구체적인 정황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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