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경제수석보좌관 발탁 ‘총선용’ 의구심…김학도 “신분세탁 아냐, 차관직은 전문성 따른 인사”
충북 청주흥덕 지역구는 국민의힘 험지로 꼽힌다. 현행 선거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20~21대 총선에서 내리 재선한 지역구다. 도 의원은 제22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제17~19대 총선에선 청주시 흥덕구을 선거구로 분류된 바 있다. 이 시기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내리 3선했다. 보수정당이 승리한 사례는 제16대 총선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여기에 국민의힘 소속 예비후보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김학도 전 중소기업벤처부 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장 및 중기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그가 ‘빨간 옷’을 입고 출마하는 것을 두고 지역 정가에선 말이 많다.
한 충북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혜택을 받은 고위 공직자가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고 정계 진출을 한 점은 상당히 의아하다”면서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취임한 뒤 충북도 경제수석보좌관으로 영입된 다음 신분을 세탁해 금배지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 지역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관이나 공단 이사장 등 직책은 정권 핵심 인물들이 받는 자리 아닌가”라면서 “문재인 정부 주요 직책을 거친 김 전 차관이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총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 황당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흥덕 지역구 한 국민의힘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은 경력에 ‘차관’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경선 국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좋은 경력을 어느 정부에서 쌓았는지 여부는 유권자가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학도 전 중소기업벤처부 차관은 관료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인물이다. 1962년 충북 청주 출생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거쳐 1987년 제31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988년 산업부처 관료로 공직에 입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1급으로 승진한 뒤 통상교섭실장, 에너지자원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12월 김 전 차관은 공직에서 퇴임했다. 당시 탈원전을 반대하는 관료 중 핵심 인사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당시 한국수력원자원 사장으로 있다가 ‘탈원전 반대 인사’로 꼽히면서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관섭 비서실장도 김 전 차관처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이 비서실장은 제27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김 전 차관과 ‘산업·에너지통’ 엘리트 관료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공직에서 물러난 김 전 차관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직을 맡았다. 그리고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다시 김 전 차관을 불렀다. 문재인 정부가 그에게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직을 제의했다. 공공기관 원장이던 김 전 차관은 제의를 수락했다.
2020년 3월까지 차관직을 수행했던 김 전 차관은 다시 공공기관으로 돌아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전임자는 이스타항공 설립자로 잘 알려진 친문계 이상직 전 의원이었다. 청와대 근무경력이 있는 정치권 관계자는 “항상 정치권에선 주요 핵심 공단 및 공공기관 등 수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인사 관련 궁금증이 상당히 크다”면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경우엔 상당한 요직으로 꼽힌다”고 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문재인 정부에 전격 영입된 막후엔 문재인 청와대 핵심 관계자 존재감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조차 최근엔 “배은망덕하게 왜 그쪽(국민의힘)으로 총선에 나가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하소연했고 한다. 이 관계자와 김 전 차관은 고등학교 학맥으로 연결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주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상갓집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김 전 차관 관련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야인이 된 뒤 꾸준히 ‘민주당 영입설’과 연결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3년 8월 김 전 차관은 충북도청 경제수석보좌관으로 취임했다. 연봉 8250만 원을 받는 고위직이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직접 김 전 차관을 불렀고, 김 전 차관은 급을 낮추며 충북도에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계열로 정치 행보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충북도청 경제수석보좌관으로 취임하면서 “45년 만에 돌아온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면서도 정계진출과 관련해선 일정 부분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선 김 전 차관 등용이 ‘총선용 인사’가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 전 차관은 충북도청 보좌관 취임 4개월 만인 2023년 12월 직을 내려놨다. 총선 출마를 위해서였다. 김 전 차관은 보좌관 직을 내려놓으며 “처음에는 정치 생각이 없었다”면서 “행정과 정치가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 더 효과적인 입법 등 방법을 찾다보니 총선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김 전 차관을 “선거용 경제수석보좌관”이라고 비판했다.
청주 지역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차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는 것을 세탁하려고, 충북도청에 직책도 없는 경제수석보좌관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더니 국민의힘에 입당해 청주흥덕에 출마를 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수석보좌관은 대통령실에나 있는 자리”라면서 “청주가 그렇게 만만한 지역인가”라고 덧붙였다.
2024년 2월 15일 김 전 차관은 일요신문 통화에서 자신을 둘러싼 신분 세탁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신분을 세탁할 만큼, 신분이 이상하거나 안 좋지 않다”면서 “충북도청에 (급을) 낮춰서 갔고, 세탁할 신분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탈원전을 반대해 공직에서 물러나게 됐다”면서 “그 뒤로 다시 문재인 정부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서 그쪽에서 ‘자기들이 잘못 잘랐다. 다시 일 좀 해 달라’고 해서 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관료가 차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정권에 관계없이 능력과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인사라는 말은 맞지 않고, 오히려 ‘탈원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가 다시 발탁된 것이지 영입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해서 다시 좀 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면서 “전문성에 따른 관료 인사였다”고 했다.
김학도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과 중진공 이사장을 지냈다는 것만으로 ‘문 정부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직업관료가 능력에 따라 요직을 밟아간 것을 두고 확인할 수 없는 특정 인사의 막후 영향력을 거론하며 배신 프레임을 씌우는 식의 내용 전개는 자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 측은 "2022년 김영환 충북도지사로부터 경제부지사직을 제안받은 적이 있어도 기사 내용처럼 ‘민주당 영입설’이 꾸준히 제기됐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허구에 불과하다"면서 "출마를 놓고 ‘신분세탁용’이라고 한 익명의 관계자 발언 인용은 경쟁 후보가 지역에 퍼트린 공격적 표현과 너무나 똑같다는 점에서 출처의 순수성이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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