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 복잡, 민주당 협조 없이 실현 불가…배준영 TF 위원장 “선거용 급조? 오래 전부터 논의”
#메가서울 어게인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2023년 10월 30일 ‘김포시 서울편입론’을 처음 거론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를 발전시켜 ‘메가 서울론’으로 확대했다. 같은 해 11월 6일에는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뉴시티 특위)’를 발족했다. 동시에 서울·부산·광주 3축을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뉴시티 특위는 2023년 12월 19일 구리시를 서울로 편입시키는 내용의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다음 사실상 활동이 종료됐다. 당시 특위 위원이었던 한 현역 의원은 공천 국면이 시작되면서 특위 활동이 흐지부지됐다고 전했다. 특위 활동에 대해서는 실무적으로 큰 진전이 없었다고 평가했다(관련기사 시작은 ‘메가’였는데…국민의힘 뉴시티 공약 지지부진 내막).
2월 5일 한동훈 위원장은 다시 메가서울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김포-서울 통합 염원 시민대회’에 참석해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국민의힘은 김포 등의 서울 편입을, 민주당은 경기 분도를 주장하며 그 둘이 양립 불가능한 방안인 것처럼 맞서왔다”며 “그런 대립 구도가 지속하면 결국 어느 것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저와 국민의힘은 발상을 전환했다”며 “저희는 둘 다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틀 뒤인 2월 7일에는 ‘경기-서울 리노베이션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TF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TF장은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인 배준영 의원이 맡았다. 위원으로는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 김태섭 구리시 지속발전위원회 부위원장, 김상균 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유계순 3기 신도시 광명시흥지구 주민대책위 총무,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인화 도봉건축사무소 대표, 정경석 미사강변총연회 대표 등 8명이 위촉됐다. 배준영 위원장은 “공천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지역 후보들을 모셔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TF 위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TF는 뉴시티 특위와 달리 수도권 행정구역 개편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경기 남·북도 분할론까지 함께 고려한 개편안을 내겠다고 했다. 선거법에 따라 총선 60일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는 주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총선이 끝난 다음 관련 투표를 추진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배준영 위원장은 일요신문에 "이는 일종의 수도권 집중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의 서울 편입 희망 지역을 순회하며 메가서울론을 띄우고 있다. 2월 15일 배 위원장은 김포시청에서 김병수 김포시장과 면담을 가졌다. 배 위원장은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누면 김포시는 남쪽에도, 북쪽에도 속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 편입과 경기도 분도를 양립하는 과제로 삼았는데 민주당의 양립 불가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월 16일에는 한동훈 위원장이 의정부를 방문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서울로 편입하기를 원하는 지역뿐 아니라 (경기 분도를 통해) 삶을 개선하고 싶어 하시는 지역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며 “의정부는 경기분도의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말씀을 많이 들어보고, 시장 상인들과 짧게나마 인사드리려 한다”고 했다.
#결국은 총선용?
TF가 새로 꾸려진 이유는 선거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메가서울 공약은 수도권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러다 뉴시티 특위가 발족하면서 서울·부산·광주 3축을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형성하겠다는 공약으로 확대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이 지역구인 조경태 의원이 위원장이 되자 구색을 갖추기 위해 부산·광주 메가시티 내용을 넣었다고 귀띔했다. 공약이 급조된 측면이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조경태 의원은) 선거를 뛰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를 고려해서) 이번에는 특위 위원들을 현실적으로 수도권에 있는 분들을 다 좀 (모시자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 편입 희망 지역의) 시장들이 추천한 사람들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회의 계획 등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산된 뉴시티 특위가 발의한 법안이나 논의 내용을 이어나갈지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메가 서울 공약이 수도권 표심을 얻기 위해 다시 꺼낸 공약이라고 의심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어쨌든 지난해에 메가 서울 이슈가 뜨고 나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것은 사실이다. 지역도 들썩였다”며 “그래서 (국민의힘은 메가 서울 공약을) 수도권을 흔들 이슈 그 정도로 봤던 것 같고, 한 번 더 먹힐지 간을 보기 위해 다시 공약을 꺼낸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번에도 다시 이슈 몰이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편입은 말은 나오긴 하지만, 장기적인 이슈다. 어떤 계획이 나온 것도 아니고, 협의해야 할 부분도 많기 때문에 가시화되지 않는 뜬구름이라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도 물음표가 달린다. 행정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김포시의 경우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김포시의회, 경기도의회, 서울시의회 등 3개 기초·광역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의회에서 결정되지 않으면 세 지역의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이 반대보다 높아야 한다. 선거법상 총선 60일 전부터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 총선이 끝나야 통합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셈이다.
주민투표 이후에도 국회에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과반 의석인 민주당이 거부하면 특별법은 통과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진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옳다 그르다를 떠나 국민의힘 입장에서 볼 때 선거에 굉장히 좋은 아젠다”라며 “한국 사람들의 가장 큰 자산은 부동산이다. 현실이 어떻게 움직이든 무관하게 사람들한테 그냥 이렇게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 평론가는 “‘이러다 지방 다 죽는다’며 (지방 소멸 대응을) 정부 입장으로 해왔고, 그래서 행정수도를 따로 만들기까지 했는데, 공론화 과정도 없이 선거 공약으로 먼저 던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일종의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생각된다”며 “이처럼 욕망을 자극하는 식의 이런 공약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본다. 민주당에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배준영 위원장은 일요신문에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 왜 포퓰리즘인지 모르겠다”며 “김포 편입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것이다. 급조된 것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했던 논의와 주민들의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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