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시가총액 2조 증발, 카카오·하이브도 부진…‘정점’ 지난 K팝 시장 전체 흔들리는 모양새
2월 20일 종가 기준 SM엔터의 주당 가격은 7만 9700원, 시가총액은 약 1조 9000억 원 정도다. 2월 6일 7만 2900원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했으나 턴어라운드로 보기는 아직 부족하다.
SM엔터를 둘러싼 카카오·하이브의 인수전이 치열하던 2023년 3월과 비교해보자. 2023년 3월 8일 종가가 주당 15만 8500원으로 지금 가격의 2배가 넘는다. 주가가 반토막 났다는 의미다. 당시 시가총액은 약 3조 7000억 원 정도로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1조 8000억 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2023년 SM엔터는 이수만 전 총괄이 손을 뗀 ‘SM 3.0’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SM엔터는 오는 2025년 매출 1조 8000억 원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SM엔터는 최근 매출 계획을 수정해 다시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1조 3700억 원, 영업이익은 2400억 원이다. 호기롭게 출발한 SM 3.0 초창기 계획에 비해 매출은 4300억 원가량 적게 잡았다. 더 문제는 영업이익이다.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더 못한 성적에 그칠 수도 있다.
SM엔터 쟁탈전 당사자였던 카카오와 하이브의 계산서는 어떨까. 당시 카카오는 SM엔터 지분 39.8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를 위해 무려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당시 SM엔터의 주가가 천정부지 솟았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가치는 투자금의 허리춤 수준이다.
하이브도 상황은 희망적이지 않다. 당시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에게서 지분 15.78%를 인수했다. 주당 12만 원이었고 총액은 4000억 원 규모였다. 그리고 하이브는 SM엔터 인수 계획을 철회한 후 이 전 총괄로부터 확보한 주식의 절반가량을 주당 15만 원에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시세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지분의 가치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손해를 면치 못했다.
시장에서는 SM엔터 주가가 9만 원대를 유지해야 하이브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에 비하면 손해의 크기가 작지만, SM엔터 인수를 두고 소모전을 펼쳤던 것을 고려하면 실익을 챙기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는 SM엔터를 품은 대가를 더 크게 치르고 있다.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이 때문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구속기소되고,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이진수·김성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가 검찰에 송치됐다. 카카오엔터는 2024년 1월 권기수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장윤중 글로벌전략책임자(GSO)를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사업 리스크가 여전히 크고, 대중적 관심을 받는 카카오엔터의 사업 성격상 쏟아지는 보도와 여론의 질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가 SM엔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풍문도 떠돌았다. 엔씨소프트 등 구체적인 회사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이에 SM엔터는 “카카오의 2024년 1월 29일자 공시를 통하여 사실이 아님이 공시되었다”라고 밝혔고, 엔씨소프트 역시 선을 그었다.
하지만 SM엔터 주가 하락과 영향력 감소의 이유를 ‘외풍’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고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SM엔터의 개별적 문제가 아니라 K팝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2023년 K팝 그룹들은 역대 최고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호황기를 누렸지만 ‘정점이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명 K팝 그룹의 글로벌 앨범 판매량은 감소 추세다. K팝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동시에, 경쟁 상대가 많아지면서 SM엔터 역시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2023년 3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관훈포럼 기조 연설자로 참여해 “BTS의 부재에 따른 K팝 시장의 둔화와 역성장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되,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직 없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하이브 역시 1년 전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이 30%가량 줄어들었다. SM보다 하락세가 완만하지만 K팝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K팝 시장의 선두주자인 SM엔터의 위기는 K팝 시장 전체의 위기와 맞물린다. K팝 시장 전체가 SM엔터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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