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정보 이용 투자’ 의심의 시각서 자유롭지 않아…한국금융 “책임경영 차원서 매입”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의 행보가 심상찮다. 한국금융지주 지분이 없던 김동윤 씨가 지분을 처음 매입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하지만 지난해 7월까지 소량의 지분을 매입(5만 2739주)한 후 잠잠하던 김동윤 씨는 올해 1월 다시 지분 매입에 속도를 냈다. 지난 1월 10일 1만 주 매입을 시작으로 수차례 지분을 사들인 결과 현재 보유 주식 수가 26만 8739주로 늘었다. 이로써 김동윤 씨의 한국금융지주 지분율은 0.48%다. 해당 지분 매입 규모는 지난 21일 종가 7만 500원 기준 189억 4606만 원가량이다.
재계에서는 김동윤 씨의 이러한 행보가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1993년 생인 김동윤 씨는 올해 31세다. 김동윤 씨는 2019년 한국금융지주의 핵심계열사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김동윤 씨의 지분 매입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김 씨의 지분 매입 이후 한국금융지주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증했다는 실적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지난 15일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821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0.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15.1%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급증했다. 기업 사외이사 경험이 다수 있는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과거 유의미한 실적 발표 전 오너일가가 지분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최근 대규모기업집단에서 이런 경우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동윤 씨가 호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내부정보를 먼저 알고 급등 전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김동윤 씨가 올해 처음 주식을 매수한 날인 1월 10일 한국금융지주의 종가는 5만 3800원이었는데, 지난 21일 7만 500원까지 상승했다. 상승률은 31%가량이다. 한 예로 포스코홀딩스 경영진은 호실적 발표 전 지분을 대거 매입해 참여연대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시기가 공교롭게 겹친 것일 뿐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으로서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한국금융지주의 주가가 상승한 데는 저PBR 테마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이며, 다른 금융사 주가에 비해서는 오히려 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승계를 준비해야 할 김동윤 씨가 최근 매수한 주식을 당장 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낮더라도 비판의 여지는 있다.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면 지주사 지분이 필요한데 주가 급등 전 지분을 매입해 지분 확보 비용을 줄인 것으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차익 실현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일가가 유의미한 실적 발표 전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있어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지주에 따르면 김동윤 씨의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매입 자금은 증여로 마련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이 자금을 증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설령 김남구 회장이 자금을 증여했더라도 김동윤 씨의 지분 매입은 별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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