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액 26조 원, 이용객 2000만 명 넘겨…사전지정 시 신사업 확장에 차질 빚을 수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사전 지정하는 내용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개정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쿠팡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사전지정 여부가 주목된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되는 경우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동시에 여러 플랫폼을 사용하는 현상)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4가지 독과점 남용 행위가 금지된다. 사전지정의 여부가 해당 플랫폼을 규제하는 조건이 되는 셈이다.
쿠팡의 연매출액은 2021년 22조 2257억 원을 넘어 2022년 26조 5917억 원을 기록했다. 달러로 환산했을 시 각각 184억 637만 달러, 205억 8261만 달러다. 쿠팡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매출은 8조 1028억 원(61억 8355만 달러)를 기록했다. 고객 수도 가파르게 증가해 2023년 기준 2042만 명으로 집계됐다.
공정위가 제시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선정 조건에는 쿠팡의 매출 규모 및 고객 수가 포함된다. 관건은 사전지정 적용 기준이다. 공정위는 연매출, 점유율 등 정량요소와 신규 사업자 시장 진입 강도 등의 정성적 요소를 적용 기준으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거론되는 사전지정 요건은 △연매출 국내총생산(GDP) 0.075% 이상 △연 매출 및 이용자 수 750만 명 이상 △GDP 0.025% 이상 연매출액 및 시장 점유율 75% 이상 등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같은 해 우리나라 실질 GDP는 2021년 1919조 원, 2022년 1969조 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준이 그대로 법안에 담길 경우 2022년 실질 GDP 기준 연매출액 1조 4768억 원 및 이용자 수 750만 명 이상, 연매출액 4923억 원 및 시장점유율 75% 이상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이에 따르면 쿠팡은 플랫폼법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지난해부터 사전지정 기업으로 거론됐던 네이버의 경우 포털 점유율은 2022년 기준 1위로 62.81%, 연매출액은 8조 220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1월 기준 네이버 포털 앱 이용자 수는 4291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계 1위 쿠팡은 영업을 통해 꾸준히 대규모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수 증가와 매출액이 타 플랫폼보다 확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 24.5%(출처 공정거래위원회)를 차지하는 만큼 유통업 특성상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끊임 없이 확보할 수 있다. 쿠팡이츠, 풀필먼트 서비스(로켓그로스)의 사업 규모 확장도 가능해 매출 성과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사전지정되는 경우 신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자사 우대’로 제한될 수 있는 쿠팡 직매입·자체브랜드(PB) 상품의 자사 상품 규제 가능성으로 로켓배송, 로켓그로스 등 일부 축소될 수 있다. 쿠팡 회원에게 할인가로 제공되는 쿠팡플레이(OTT, 온라인동영상 서비스)와 쿠팡이츠 와우회원 할인 서비스도 ‘끼워팔기’로 제한될 수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현재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 과정에서 소상공인 현장의 목소리가 법안에 반영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플랫폼법 제정 관련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율 대상에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플랫폼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76.6%였으며 ‘법은 최소한의 규제로 큰 소수 거대플랫폼만 지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14.4%에 그쳤다.
하지만 플랫폼법의 규제가 감시하기 편리한 국내 기업을 특정해 시행하면 결국 외국 기업의 반사이익을 돕는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공정위는 규제 대상에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구글 등 해외 플랫폼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사업자에 대한 감시와 관리에는 명확한 방식 및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집행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플랫폼법은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질서 교란을 줄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도에서 논의됐다. 정부는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이 같은 플랫폼 기업 규제를 추진한다는 점을 입법 추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국내 플랫폼 규제 법안 도입에 유럽의 경우를 따라 입법 적용하는 것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비친다. 플랫폼법이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산 토종 플랫폼’이 없는 유럽은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유럽 밖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DMA)을 만들었다. 한국은 유럽과 상황이 달라 국내 기업만 규제의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외국 기업은 규제에 자유로워 그 덕으로 더 큰 이익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쿠팡 측은 외국 기업과 규제 역차별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은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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