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경쟁 부추기다 공정성 시비 자초했다는 비난…“떨어진 업체의 의혹 제기일 뿐 절차상 문제없다” 해명
일요신문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 A 사는 2024년 한 지역 공장 몰드 신규 제작 및 개조 납품을 위한 최저가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납품액만 45억 원 이상으로 B 사는 입찰 마감시간인 12월 21일 오전 10시 전에 모든 접수를 마쳤다. 이날 입찰에는 B 사를 포함한 3곳이 참여한 가운데 같은 날 오후 3시경 B 사는 입찰 유찰 안내를 받았다가 두 시간 뒤에 B 사를 포함한 2개 사가 재입찰 공고를 받았다.
재입찰 마감시한인 12월 26일 오후 3시까지 2개 사는 재입찰 견적을 마쳤다. 밤이 되어서도 입찰 결과 발표가 되지 않자 B 사는 A 사에 발표 지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A 사는 법인장 C 씨가 자리에 없는 등 입찰 관련 회의가 길어져 지연되고 있음을 B 사에 전했다.
하루가 지난 27일 오후 5시가 넘어서야 B 사는 입찰 결과 유찰 통보를 이메일로 전달받았다. B 사는 A 사가 자사를 들러리 입찰에 참여시키거나 1차 입찰 뒤 자사 견적단가를 최종 낙찰된 경쟁사 D 사에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입찰 단가 등을 공개해달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의혹은 B 사가 입찰에 앞서 A 사 관계자가 자사와 이전 납품업체만 입찰경쟁을 벌일 것이며 최저가 입찰인 만큼 가격 부분을 신경 쓰면 자사가 유리하다는 정보를 전했다고 주장한다. 이때에 D 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입찰경쟁에 참여한 업체는 B 사와 D 사, 그리고 다른 한 곳으로 이전 납품업체는 참가하지 않았다.
정작 A 사는 최종 입찰결과 통보에 D 사의 회사명에 이전 납품업체명을 명시해 발표하면서 의혹을 더 키웠다. 이전 납품업체가 버젓이 운영 중인 상태인 데다 굳이 해당 업체명에 과거 관련 업체명을 명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B 사는 경쟁 입찰 과정에서 업체를 구분하기 위함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D 사의 대표는 이전 납품업체 공동대표로 이번 입찰 전 D 사를 차려 경쟁에 참여했다. 사실상 실적이 거의 없는 신생업체인 D 사가 낙찰을 받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12월 중순까지 거론되지 않았던 D 사의 경쟁 참여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모양새다. A 사 관계자 역시 D 사를 수차례 이전 납품업체명으로 부른 점도 의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의 배경에 C 씨가 등장한다. A 사 관리이사 출신이었던 C 씨는 A 사에 부임한 이후 사업성과 등의 이유로 저가 입찰을 강조해왔으며 이는 생산업체에 부담을 줘 업체 선택과 관리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C 씨와 A 사 관계자들이 B 사 등 업체 현장 확인방문이나 전화통화에서도 최저가 단가를 강조했으며 싼 단가 압력을 지속적으로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C 씨는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반발했다.
A 사는 “B 사 등이 제기한 모든 의혹과 논란은 경쟁에 떨어진 업체가 억울함에 의혹 등을 제기했을 뿐 전혀 문제가 없고 사실과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개입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이번 입찰은 A 사 전체 납품액의 3%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기업정보 유출에 따른 문제점 때문에 낙찰금액 등의 별도 발표나 안내 없이 자사 이메일로만 비밀 전자입찰을 계속 진행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찰업체 간 공정성 시비에 대한 재발 방지에 대해선 “회사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회사에서 상황에 맞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입찰이 적지 않은 규모인 데다 다른 입찰 역시 공개입찰이 아닌 이메일 입찰로 일방적인 통보와 공지를 통해 이뤄지는 점 등은 A 사 입찰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A 사는 GS건설이 대표 미래 먹거리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업체 등을 인수하며 3년 전 공장을 설립하는 등 GS건설의 DNA가 어느 곳보다 녹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GS건설은 “정확한 사안은 A 사가 검토해 진행한 것으로 안다. 설립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회사이다 보니 아직 공개입찰이나 보다 체계적인 입찰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을 뿐 아직까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GS건설은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여파로 10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 전환‧영업정지 처분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이미지 회복과 실적 개선 과제가 ‘발등의 불’이지만 실적 개선을 위해 하청업체 간 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지며 또 다른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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