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통신기술·부품 등 두 달간 14건 피소…특허무효심판 제기와 함께 특허 선제 확보 주력
#타사 간 소송에 휘말리기도
삼성전자가 지난 2월 19일 미국 NPE인 케이피 이노베이션즈(KP Innovations 2 LLC)로부터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당했다. 케이피 이노베이션즈는 삼성전자의 접이식 스마트폰인 플립·폴드 제품의 구조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케이피 이노베이션즈가 보유한 특허(US10499168)는 네트워크 통신이 가능한 기기로 본체에 카메라, 마이크, 안테나가 내장돼 있고 외부 디스플레이를 포함하는 형태다. 삼성전자의 플립 및 폴드 제품이 접혔을 때와 해당 특허의 기기 구조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피 이노베이션즈는 갤럭시 Z시리즈 전체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갤럭시 Z시리즈는 갤럭시 S시리즈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이다. 스마트폰 시장 불황 속에서도 폴더블폰 시장은 고속성장하고 있다. 갤럭시 Z시리즈의 디자인과 관련된 특허 소송이 불거질 경우 향후에 출시될 Z시리즈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거액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앞서 1월 22일에는 NPE인 바수 홀딩스(Vasu Holdings LLC)가 자사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텍사스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바수 홀딩스는 갤럭시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뿐만 아니라 중저가 라인인 A시리즈, J시리즈 등을 포함해 태블릿 시리즈까지 전부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바수 홀딩스는 와이파이와 LTE, 5G 등 셀룰러 네트워크 간 전환이 발생할 때 연결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원활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유지하는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특허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바수 홀딩스 측은 갤럭시 시리즈 전체에 자사의 기술이 무단 도용됐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손해배상과 로열티, 변호사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기기에 내장되는 부품이 많다보니 타사 간 특허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있었다. 미국 탄소나노튜브(CNT) 업체 ‘몰레큘라 레바 디자인(MRD)’과 MRD의 자회사 ‘블랙 다이아몬드 스트럭처(BDS)’도 지난 2월 16일 5건의 특허침해 혐의로 삼성전자에 소송을 걸었다. MRD 등은 소장을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 S시리즈 라인 제품 일부에 사용된 배터리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침해 피의자에 포함하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해외 법원에 제소된 횟수만 유럽과 미국을 포함해 두 달 만에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2023년의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가량 늘어난 수치다. 반면 올해 삼성이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에서 제소한 건수는 올해 2월 13일 텍사스 동부 지방법원에 삼성전자 전 임원이었던 안승호 시너지 IP 대표 등을 대상으로 제소한 1건이 전부다.
#삼성전자의 반격 시나리오
최근 특허 공세의 특이점은 스마트폰과 관련된 NPE들의 공략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31일에는 미국에서 제기된 5세대(5G) 이동통신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해 6750만 달러(약 90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배심원 평결을 받기도 했다. 지플러스 커뮤니케이션즈(G+ Communications)의 5G 특허 2건을 무단으로 도용해 갤럭시 스마트폰에 적용한 혐의가 인정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이 여전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특허소송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2012년 삼성이 애플에 패소한 이후 진통이 길게 가고 있다”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갤럭시의 태생적인 한계고 삼성 입장에서도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전방위적으로 소송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법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특허무효심판(IPR)이다. IPR은 미국에서 과도한 특허권 남용과 빈번한 소송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도입된 제도로 특허 침해로 피소된 피고 등이 분쟁 특허 자체를 없앨 수 있는 수단이다. 지난해 4분기에만 25건의 IPR을 청구한 삼성전자는 올해 1~2월에 5건의 IPR을 추가로 청구했다. 제소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IPR이 제기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방법원 소송은 중단된다. 이 과정에서 거액을 들여 매입한 특허를 잃는다면 NPE 입장에서도 뼈아픈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근 40억 달러(약 5조 3400억 원)가 걸린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2020년 7월 데마래이(Demaray LLC)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반도체 증착 공정과 관련된 특허 2건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으나 2월 16일 미국 텍사스서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선제적으로 특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특허분석 전문업체 IFI클레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미국 특허 승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2023년 미국에서 승인받은 특허는 6165건으로 퀄컴(3854건), TSMC(3687건), IBM(3658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삼성은 2022년 처음으로 IBM을 제치고 미국 특허 보유자 1위 자리에 올랐다. 다만 지난해 승인받은 특허 건수는 2022년(6248건)에 비하면 소폭 감소했다.
박민흥 와이즈업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NPE들이 좋은 특허들을 계속 매집하고 있고 미래 지향적인 AI(인공지능) 기술 등은 삼성도 아직 특허를 확보 중인 단계”라면서 “(AI 기술 등은) 스마트폰에도 내장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NPE들의 동향을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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