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기지사 경선 때 ‘혜경궁 김씨’ 의혹 공방…대선 경선 ‘명낙대전’ 내홍 이후 체포동의안 가결 충격까지
#변방의 장수 ‘이재명’
이재명 대표와 친문계 갈등은 2017년 대선부터 시작됐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촛불 정국을 발판 삼아 ‘변방의 장수’ 이재명 성남시장은 중앙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장은 대세론을 이어가던 문재인 후보 측과 대선 경선에서 격렬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당시 이 시장 지지층인 ‘손가락혁명군’(손가혁)과 문빠(문재인 강성 지지자) 간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것에 대해 “내가 좀 싸가지가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친명계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 지지한다고, 문빠들로부터 문자 폭탄 수도 없이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정책 비판했을 때도 문자 몇천 통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밖에 나가서 얘기한 적 없다”며 “그런데 친문계 등 비명계는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문자 받을 때마다 ‘사당화’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당원 77.7%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 대표한테 매일 사퇴하라고 언론에 나가서 말한다. 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친문계 등 비명계가)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 소득주도성장 문제, 조국 전 장관 내로남불 등에 대해서 언론 나가서 단 한 번이라도 쓴소리를 한 적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표와 친문계는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넜다. 당시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죽이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민주당 인사들은 친문계 눈치를 보느라 이 후보와 거리 두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친문계 좌장인 전해철 의원에 대한 지지 선언은 줄을 이었다. 경선이 끝나기도 전에 지역 정치인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관련기사 ‘이재명 죽이기 논란’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 앞과 뒤).
당시 전해철 의원이 ‘혜경궁 김씨’라고 불리는 트위터 계정(@08__hkkim)을 고발하면서 갈등에 불을 댕겼다. 이재명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계정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08__hkkim 트위터에는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방하고 상대방 후보인 전 의원을 공격하는 글들이 문제가 됐다(관련기사 지지율 1위 독주 이재명에 고춧가루…‘혜경궁김씨’ 넌 누구냐?).
친문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남경필도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어요” “전 이번에 남경필을 뽑을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 뽑거나 기권하면 이재명이 되니까요. 전략적 투표하렵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친문 지지자들은 광고비를 모금해 한 일간지 1면에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문구가 적인 이 후보 검증요청 광고를 내기도 했다. 친문 지지자들은 당 지도부에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다’란 7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자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책자에는 이재명 후보를 반대하는 이유와 이 후보 거부 서명운동 결과가 담겨 있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정치를 하면서 제일 하면 안 되고, 참을 수 없는 게 가족을 건드는 일”이라며 “가족을 건드는 순간 가문 대 가문 대결로 번지면서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친문계의 공격
이재명 대표가 지방선거 격전지였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에도 친문과의 대립은 끊이지 않았다. 2018년 8·25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진표 의원은 친문계 표심을 얻고자 이 지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결단해야 한다”며 탈당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의원은 “전당대회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반박했고. 송영길 의원은 “선거용 공세”라고 각을 세웠다. 당시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의원이 당권을 두고 경쟁했다. 전당대회 구도는 ‘김진표+전해철’ vs ‘이해찬+이재명’ 연합군 대결 구도로 형성됐다. ‘이해찬+이재명’ 연합군 승리로 돌아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본격적으로 경찰 수사를 받을 때도 지원군은 없었다. 민주당에선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친문계 적장자 김경수 경남지사가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수많은 의원들이 앞다퉈 논평을 내놨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정성호 의원만이 경찰 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이 지사를 엄호했다. 당시 친문 의원들은 “경찰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압수수색을 했겠느냐” “경찰 수사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수사 개입 여지가 있다” “이 지사가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친문 실세가 컨트롤 타워? 이재명 죽이기 의혹 따라가보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반격에 나섰다. 2018년 11월 이 지사는 SNS에 “(혜경궁 김씨 의혹이) 죄가 되지 않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야권에서 제기했던 ‘문준용 특혜 의혹’을 이 지사가 직접 거론하자 정가에선 ‘친문계’에 대한 선전 포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9년 5월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부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최대주주인 친문계는 2021년 5·2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후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비주류인 송영길 의원이 친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당대표로 선출됐다. 득표율 차이는 0.59%포인트(p)에 불과했다.
#반이재명 연합군
이재명 대표와 친문계는 대선 경선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다. “이재명의 과반 득표를 저지하라”는 친문계 지상과제였다. 친문 주축 싱크탱크이자 부엉이 모임 후신격인 ‘민주주의 4.0’ 핵심 멤버인 홍영표 김종민 신동근 의원은 이낙연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이낙연 캠프에 합류했다. 이낙연 캠프는 박광온 홍익표 오영훈 최인호 김영배 윤영찬 정태호 등 친문계 의원들을 포함해 반이재명 연합군을 구성했다.
민주당 경선 과정은 ‘명낙대전’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했다. 이낙연 캠프 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이재명 후보 역린으로 꼽히는 과거 ‘형수 욕설’을 다시 언급했다. 이낙연 캠프 측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결과는 이재명 후보의 승리였다. 2021년 10월 10일 이재명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했지만, 명실상부 당 간판으로 자리 잡았다. 친문계는 당 주류 자리는 친명에 내줘야 했다.
친문계는 2022년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하자 이재명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낙연계, 정세균계, 친문계 등으로 구성된 반이재명 연합군이 연일 친명계를 저격했다. 그러자 친명계에서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친문계가 조직적인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친문계 공격에도 2022년 8·28 전당대회서 이재명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관련기사 친문 vs 친명 죽여야 산다! 민주당 내홍 2015년 데자뷔).
친문계의 이재명 비토는 계속됐다. 2023년 2월 27일 이재명 대표 1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부결됐지만 이탈표가 무더기로 나왔다. 당시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친문이 실력행사로 ‘턱걸이 가결’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체포동의안 표결 전 비명계에선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표결 전날인 2월 26일 친문계 한 중진 의원은 비공개 오찬 모임에서 “160표 이상의 부결은 곤란한 것 아니냐. 민주당에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관련기사 투표 전날 친문계 모임에선…이재명 체포동의안 ‘이탈표’의 비밀).
2023년 9월 21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최소 29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이 가결표를 던진 것이다. 이후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이 대표는 벼랑 끝에서 생환해 돌아오면서 2024년 22대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환 의원은 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 대거 포함된 것에 대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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