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11일(현지시각)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해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1/1709260474410135.jpg)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가결된다. 여야 모두 재의결을 앞두고 ‘이탈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의요구로 국회에 넘어온 법안의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이탈표 색출이 쉽지 않다.
국민의힘에서는 19표 정도만 가결로 돌아서도 의결정족수 3분의 2가 넘어가, 이탈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에 전력을 다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를 막기 위해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배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개혁신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공천에 잡음이 없는 것은 현역 의원 컷오프가 0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단수공천 내지 경선 참여를 보장받았다. 또한 텃밭이라고 볼 수 있는 TK(대구·경북)와 강남3구의 공천은 미뤄 놨다.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이탈표를 염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론 부결’ 방침을 정한 뒤 재표결에 참여했다. 당 소속 의원 113명 중 3~4명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결과 반대 109명이 나온 것을 보면 사실상 이탈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재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1/1709260749989720.jpg)
함께 표결이 이뤄진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재의의 건의 경우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된 것을 보면, 김건희 특검법에서 추가로 약 6명(반대 5명·무효 1명)의 이탈표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순간,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는 건 어렵다고 봤다. 또한 원내 비명계 의원 규모를 생각하면 이탈표가 많은 규모가 아니다. 이번 재표결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총선에 표를 줄지가 더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쌍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김건희 특검법 찬성 촉구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1/1709260899561598.jpg)
비윤계로 분류되는 여권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보호하는 민주당에 ‘이재명 방탄’ 공격을 했다. 최근 공천을 두고는 ‘이재명 사당화’라고 비판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마저 반대표를 던졌다.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방탄’ 프레임이 짜였다. 총선이 정권 심판 구도로 끌려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부결 직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다시는 선거에 이용하려고 하는 악법을 가지고 여야가 정쟁을 주고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재표결 결과에 대해 “어쨌든 부결됐으니까 그 자체가 이 법과 관련된 정쟁을 여기서 마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이슈가 조기 진화되길 원하는 뜻을 전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상 가족 관련 특검을 거부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며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심과 국민의 눈높이를 완전히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명품백 논란과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 추가 혐의를 더한 특검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 12월 26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https://storage2.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1/1709261220104061.jpg)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가 공식 활동 재개를 위해 여론을 살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여권 안팎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이 부결됐고, 디올백 명품수수 논란이 아직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총선에서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화두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김 여사 역시 총선 전까지는 공개 활동을 자제할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