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이름 올려, M&A 및 JV 검토 역할…롯데 측 “이사회 결원에 대한 후속조치”
#CFO 빠진 자리, 신유열 전무가 채워
지난 2월 22일 신유열 전무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앞서 신 전무는 2024년도 롯데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또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CSO)도 겸임하게 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은 신설된 조직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새롭게 합류한 신 전무는 이사회에도 곧바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번에 신유열 전무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신 전무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신 전무는 롯데그룹의 기존 사업이 아닌 신성장동력 사업을 이끌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력 쌓기에 들어갔다”며 “거기에 이사회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 사업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유열 전무는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에 부장 직급으로 롯데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2021년 롯데상사 일본 영업전략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승진했다. 2023년도 그룹 임원 인사에서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문 상무 자리에 올랐다. 신 전무는 2022년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에는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에도 선임됐다. ‘LSI→롯데파이낸셜→롯데캐피탈’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 전무 외에 강주언 사업기획부문장(CPIO)도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새로 취임했다. 강주언 CPIO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초기 멤버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사업전략그룹장을 역임한 바 있는 강 CPIO는 미국 시러큐스 생산 사이트 인수를 이끌었다. 기존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던 이원직 대표를 비롯해 신 전무와 강 CPIO 세 사람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중요한 경영 사항을 결정하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주요 보직자로는 마이클 하우슬레이든 미국법인장, 유형덕 사업운영부문장(COO), 김경은 글로벌 BD부문장(CBO), 장건희 기술개발부문장(CTO), 강현심 사업지원부문장(CFO) 등이 꼽힌다. 기존에는 이원직 대표 외에 하종수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만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 전 CFO는 2024년도 인사를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로 이동했다. 결원이 생긴 자리를 강현심 CFO 대신 신유열 전무와 강주언 CPIO가 채웠다.
#CDMO M&A 속도 낼까
2022년 6월 설립된 CDMO(위탁개발생산) 전문 기업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3분기 매출 1728억 원, 순이익 487억 원을 기록했다. 설립 3년 차 치고는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생산공장을 100% 가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은 3000억 원에서 3300억 원 수준”이라며 “롯데지주의 신성장 자회사로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지주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설립 초기 곧바로 매출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22년 12월 BMS로부터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한 덕분이다. 이 공장에서는 3만 5000리터(l) 규모의 의약품 원액을 생산할 수 있다. 64개국 이상에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받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기존 BMS 공장 인력 99.2%를 승계했다. 동시에 BMS와 2억 2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 계약도 맺었다.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MO(위탁생산) 시설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3월 중 인천 송도에 메가플랜트 1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2025년 말 완공, 2026년 말 설비 검증 완료, 2027년 가동이 목표다. 2030년까지 송도에 바이오 플랜트 3개를 건설해 항체 의약품 총 36만 리터를 생산하는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매출 1조 5000억 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 원을 달성하는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CDO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CDO는 위탁생산에 들어가기 이전 연구개발 단계로 세포주나 생산 공정, 제형과 분석법 개발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CDO 사업을 함께 영위하면 CMO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DO 고객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CMO 수주까지 맡길 수 있어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카나프테라퓨틱스, NJ바이오 등과 항체-약물 접합체(ADC) 플랫폼 구축을 위해 협업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시러큐스 사이트에 ADC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일단 ADC 분야에서는 위탁개발에서 위탁생산에 이르는 전 주기(End-to-End) 밸류체인을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현재 BMS 물량을 제외하고는 수주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또 롯데그룹은 바이오의약품 개발 경험이 없다. 때문에 CDO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역량을 지속해서 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개발 앞단의 경험이 있는 회사를 인수하면 CDO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유열 전무의 합류를 계기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M&A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 받는다. 생산능력 향상을 위해 동물세포 배양 기반을 갖춘 CMO 회사나 CDO 분야에서 협업 중인 회사 중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M&A가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회사 설립 초기 단계에서 당장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신 전무의 이사회 진입은) 이사회 결원에 대한 후속조치로 알고 있다”며 “CDMO 분야 다방면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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