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브레이킹던>의 한 장면. |
미국 과학 뉴스사이트 <Science Daily>는 옥시토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뤘다.
1. 대인관계를 생성, 유지시킨다
옥시토신은 포옹을 하거나 기분 좋게 몸을 만지거나 성적으로 흥분될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일종의 뇌 신경전달물질인데 타인의 표정이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도록 한다. 즉 사회적인 인식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채게끔 하는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 대학 의학 연구팀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일대일 대인관계를 만드는데 중요하다. 연인 관계는 물론 아이와 엄마와의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중대한 요소이다. 아기에게 물리는 엄마의 젖에서는 옥시토신이 나온다.
옥시토신이 부족하면 친밀한 관계는 물론 사회적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인 접촉을 피하려는 자폐증, 정신분열증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 옥시토신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런 이들은 남의 감정을 알고 교류하는 걸 매우 부담스러워하는데 남과 눈을 맞추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옥시토신이 풍부하게 분비되는 이들은 눈과 눈을 맞추는 행위를 전혀 꺼리지 않는다.
미 듀크 대학 연구팀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사실이 나왔다. 원숭이 코에 인공으로 합성한 옥시토신을 뿌리고 관찰한 결과, 원숭이가 자신의 먹이를 다른 원숭이에게 건넨 것이다. 다른 원숭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평상시보다 훨씬 길어졌다.
반면 옥시토신을 뿌리지 않은 원숭이는 먹이를 다른 원숭이에게 주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옥시토신을 흡수한 후 다른 원숭이에게 흥미가 생기면서 사교성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했다.
2. 스트레스를 낮춘다
미 신시내티 대학 신경과학 연구팀에 따르면 체내에서 옥시토신 수치가 상승하면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 그런데 옥시토신 수치는 단지 만족스런 성행위 시에만 올라가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포테이토칩 등 짠 음식을 먹어 체내 염분이 많아졌을 때 옥시토신 분비도 늘어난다.
신시내티 대학은 쥐로 실험을 했다. 쥐를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해놓으며 강한 스트레스를 주었는데 미리 소금을 먹인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의 반응이 달랐다. 염분 섭취를 시켰던 쥐들은 옥시토신 수치가 높아졌는데 신기하게도 뇌의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3. 우울한 기분을 없애주고 집중력을 강하게 한다
얼마 전 미 뉴욕주립대학에서는 남성의 정액과 여성의 건강에 관한 특이한 실험을 했다. 293명의 여대생들에게 평소 콘돔을 쓰지 않고 성생활을 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후 여대생들에게 우울증 진단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콘돔을 쓰지 않는 여대생들은 콘돔을 쓰는 여대생들보다 우울증 발생 빈도가 낮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콘돔을 쓰는 여대생들은 성생활을 전혀 하지 않는 여성들과 비슷한 정도의 우울증 빈도를 보였다.
뉴욕주립대 연구팀은 남성의 정액이 가진 항우울 효과 때문일 것이라 보는데, 정액에는 정자 이외에도 기분을 고양시키는 옥시토신과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 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또 콘돔을 쓰지 않는 여대생들은 집중력 테스트에서도 콘돔을 쓰는 여대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연구팀은 “콘돔을 안 쓰고 성행위를 하거나 정액을 먹는 오럴섹스를 하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하면서도 “정액 중에 포함된 옥시토신이 어떤 경로로 우울증을 예방하고 집중력을 강화시키는지 앞으로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4. 질투심을 키운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타인에 대한 배려심 발휘, 인간관계 형성 등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실험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신뢰나 공감, 관용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나 한편으로는 강한 질투심처럼 부정적인 감정도 증폭시킨다.
하이파 대학 측의 실험에서는 56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인공으로 합성된 옥시토신을 투약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서 게임을 하고 이기면 약간의 상금을 주도록 했다. 그 결과 옥시토신을 투약한 그룹은 상대가 게임에 이기면 서운한 표정으로 얼굴이 싹 바뀌고, 자신이 이기면 혼자 방긋 싱글거리는 등 샘내는 빈도수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시간이 지나 옥시토신 레벨이 자연 상태로 돌아오면 타인이 돈을 따도 질투가 줄어든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