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만·임민규 추천 KT&G 소액주주 설득작업, IBK와 FCP는 손동환 단일화…KT&G “투명·공정하게 진행”
KT&G는 오는 3월 28일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총 주요 안건은 방경만 KT&G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 임민규 사외이사 후보자(엘엠케이컨설팅 대표), 손동환 사외이사 후보자(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현 사외이사 후보자(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 대표), 곽상욱 감사위원 후보자(법무법인 화현 고문변호사) 등에 대한 선임이다. 이 중 이상현 후보자는 지난 3월 5일 사외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KT&G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출할 계획이다. 집중투표란 주주총회 투표를 통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다. KT&G는 집중투표를 통해 2명의 이사만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2명의 이사가 선임되는 관계로 KT&G 주주는 1주당 2표의 의결권을 가진다. 해당 2표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곽상욱 후보자는 감사위원이므로 집중투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KT&G 경영진은 방경만 후보자와 임민규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경만 후보자와 임민규 후보자는 각각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이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와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KT&G의 현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KT&G 경영진의 방경만·임민규 후보자 지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집중투표에 따라 방경만·임민규 후보자가 선임되려면 IBK기업은행이 주주제안으로 추천한 손동환 후보자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겨야만 한다. KT&G는 소액주주들에게 손동환 후보자 선임 반대를 요청하고 있다. KT&G는 머로우소달리코리아를 선임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를 맡겼다.
KT&G는 소액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전문적 적합성과 이사회 다양성 제고를 위한 후보심사와 검증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주제안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사회 전문성, 운영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해를 야기하게 된다”며 “손동환 후보자는 곽상욱 후보자와 전문 분야가 중복된다”고 호소했다.
머로우소달리코리아와 계약에 대해 KT&G 관계자는 “수탁법인을 선임하는 다른 기업도 적지 않아 우리가 특별한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이상현 후보자는 3월 5일 사퇴했다. 이 후보자는 사퇴하면서 손동환 후보자 지지를 선언했다. 일종의 단일화를 진행한 셈이다. 이상현 후보자는 이날 “중요한 것은 주주를 위한 CC(폐쇄회로)TV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사외이사가 KT&G 이사회에 합류해야 한다”며 “표 분산을 막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뽑히도록 전력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KT&G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KT&G는 지난해 7명의 사외이사 후보자 중 집중투표를 통해 2명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7명의 후보자 중 2명은 KT&G 이사회가 추천했고, 안다ESG일반사모투자신탁제1호와 FCP가 각각 3명, 2명을 추천했다. KT&G는 이때도 머로우소달리코리아를 수탁법인으로 선임한 후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 그 결과 KT&G 이사회가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가 다득표를 얻어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FCP의 KT&G 지분율은 1% 남짓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IBK기업은행의 KT&G 지분율은 7%가 넘는다. 또 사외이사가 아닌 대표이사 선임이 걸려있는 만큼 재계의 관심도 높다. 재계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손동환 후보자의 KT&G 이사회 진입은 KT&G 경영진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일이다. 손동환 후보자가 이사회에 진입하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진다. KT&G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임민규·손동환 후보자가 선출되고, 방경만 후보자가 탈락하는 것이다. 방 후보자가 낙마하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새로운 대표를 추천해야 하고, 이에 따라 당분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와 무관하게 KT&G의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라며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라고 설명했다.
KT&G의 현재 주주는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 7.31% △IBK기업은행 7.11% △국민연금공단 6.3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는 KT&G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기재하고 있다.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이사 선임에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주주총회 전까지는 의결권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2018년에도 백복인 KT&G 대표이사 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국민연금은 기권을 택했고, 백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외국인 주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백 대표가 3연임에 성공한 것도 외국인 주주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KT&G의 외국인 주주 비율은 40%가 넘는다.
방경만 후보자가 취임하면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방 후보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 추진과 기업설명(IR) 활동을 주도했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 및 자본 정책 효율화 계획 등을 제시했다”며 “KT&G의 성장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지속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변수는 사법리스크다. 공정산업경제포럼 등 6개 시민단체는 지난 2월 KT&G 이사진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KT&G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외유성 호화 출장을 다녀왔다는 이유에서다. 수서경찰서는 최근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방경만 후보자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이에 대해 “해외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제고는 의사결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사외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관련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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