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재개 조짐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7/1709777138139888.jpg)
금호석유 측은 “석유화학 시황 침체에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계 시선은 다르다. 금호석유의 결정이 박철완 전 상무의 견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월 15일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과 금호석유 주식의 공동보유자로서 특별관계가 형성됐다고 공시하면서, 박찬구 회장과 싸움을 예고했다.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금호석유가 전체 주식의 18%에 달하는 자사주를 부당하게 활용할 가능성과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박찬구 회장 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금호석유에 주주 제안으로 제출했다.
금호석유 측의 자사주 소각 결정에 대해 박 전 상무 측은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차파트너스는 “발행주식총수의 9%가 넘는 나머지 50%의 자사주를 남겨두는 결정을 한 것은 우호적인 제3자에 대한 처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금번 결정은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지만, 그 실질은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금호석유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기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설 계획임을 시사하고 있다. 박 전 상무는 2021~2022년에도 자사주 소각, 사외이사 선임 등 주주제안을 했지만 무위에 그친 바 있다.
차파트너스의 그간 이력에 비춰 박 전 상무 측의 행동과 결과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파트너스는 2022년 사조오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남양유업이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또 코스닥 상장사 ‘토비스’의 자사주 소각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특수관계인 지분만 놓고 보면 박찬구 회장(사진) 측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7/1709777205671191.jpg)
자사주 소각과 이를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로 다뤄진다. 총회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될 수 있다. 이사 선임의 건은 보통 결의로 진행돼 주주총회 출석 주주 의결권 2분의 1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할 경우 의결될 수 있다. 박철완 전 상무 측이 부족한 지분을 채우려면 금호석유 지분 8.13%를 보유 중인 국민연금을 설득해야 할 뿐 아니라 외국인 및 소액주주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안건은 ‘3% 룰’이 적용된다.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사외이사인 감사를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3%만 의결권을 인정한다.
표면적으로는 3% 룰이 적용되는 감사위원 선임의 건이 박철완 상무 측에 유리해 보이지만 뜯어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조오양과 남양유업은 정기주주총회 당시 최대주주의 지분이 의결권을 가진 주식 수의 절반 이상이었지만 금호석유 사정은 다르다. 박찬구 회장 측 특수관계인만 8명이다. 이 중 3% 룰을 적용받는 인물은 박찬구 회장과 박준경 사장 둘뿐이다. 개인 최대주주로서 지분 9.10%를 보유 중인 박철완 전 상무도 3% 룰을 적용받는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박철완 전 상무(사진)가 자신의 뜻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https://storage3.ilyo.co.kr/contents/article/images/2024/0307/1709777286454197.jpg)
차파트너스는 감사위원을 위한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 차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김 의장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의 모든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우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함으로써 국민연금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차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남양유업과 사조오양의 감사위원을 선임했을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드루이스의 찬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외국인들의 표심을 어렵지 않게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 차파트너스는 두려울 게 없다. 투자 주식 수가 7179주이기 때문에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된다고 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 반대로 주주제안 중에 하나라도 의결된다면, 이들에게는 강력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성공하면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이들의 가치가 올라간다. 현재 그 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호석유는 지난 6일 박철완 전 상무 측 제안을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2일 열린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