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박광온 ‘찐문’ 노영민 등 비명계 줄줄이 탈락…수습 차원 대표 사퇴 후 선대위에 전권 주나 ‘촉각’
#비명횡사 화룡점정
3월 6일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6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박광온(3선·경기 수원정) 전혜숙(3선·서울 광진구갑)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정춘숙(재선·경기 용인병)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친명계 도전자들 상대로 패배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선 친문계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낙천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 비서실장이 또 다시 공천을 받지 못하면서 친문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원내대표까지 지냈을 뿐 아니라 지역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박광온 의원의 탈락 역시 이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준혁(경기 수원정) 이정헌(서울 광진갑) 김우영(서울 은평을) 부승찬(경기 용인병) 이수진(경기 성남시중원구) 김병주(경기 남양주을) 이강일(충북 청주시상당구) 예비후보들이 경선에서 승리하며 공천을 따냈다.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제외하고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친명 후보가 패한 곳은 2곳이었다. 전북 군산시에서는 신영대(전북 군산) 의원이 친명계 김의겸 의원을 누르고 공천을 확정받았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최기상 의원이 친명계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을 이겼다. 현역 하위 평가 10% 페널티를 안고 3인 경선을 치른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은 친명계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과 결선투표를 치른다.
3월 7일 이재명 대표는 비명계 현역 의원 탈락에 대해 “어제 경선 결과를 개별적으로 체크해 봤는데 현역 의원이 진 경우 대부분 감산과 관계없이 결판이 났다”며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서 증명했다. 당원과 국민이 경쟁력을 가진 분들을 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민주당의 공천은 혁신 공천, 그리고 공천 혁명”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광주광역시 경선에서도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됐다. 윤영덕(초선·동구남구갑) 이병훈(초선·동구남구을) 조오섭(초선·북구갑) 이형석(초선·북구을) 이용빈(초선·광산구갑) 의원이 경선에서 패했다. 송갑석(재선·서구갑) 의원도 경선 중이긴 하지만 패색이 짙다. 송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로 감점 20%를 받는 반면, 도전자인 정치 신인은 가점 10%를 받기 때문이다. 친명계 민형배(초선·광산구을) 의원은 3인 경선을 거쳐 공천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야당 텃밭인 호남은 현역 의원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21대 총선에서 광주와 전남 현역 의원 83%가 교체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현역 물갈이론’이 예상되긴 했지만, 경선 승리자가 대부분 ‘친명계’ 후보라는 점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다. 정진욱(동구·남구갑) 안도걸(동구·남구을) 박균택(광산구갑) 양부남(서구을) 예비후보들은 친명계로 꼽힌다. 이들은 그간 지역에서 활동해온 인물들이 아니다. 정준호(북구갑) 후보가 2016년 20대 총선부터, 전진숙(북구을) 후보가 2010년 기초의원부터 21대 총선까지 표밭을 갈구며 공천을 따낸 것과 대조된다.
경선 과정에선 차관급 고검장 출신인 박균택 양부남 이성윤(전북 전주을) 예비후보가 신인 가산점 20%를 받은 것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친명 인사로 분류된다. 3월 3일 광산갑과 서구을, 전북 전주을 예비후보들은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경선 전까지 고검장급 신인 가점을 10%로 결정해 달라”며 “고검장은 기득권 고위층에 해당해 정치 신인이라고 볼 수 없다. 고검장 출신에게 20% 가산점을 주는 것은 특혜로, 이 상태에서 치러지는 경선 결과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동성명을 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을에선 ‘사천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전 청와대 비서관을 단수공천하면서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거센 공방을 펼친 끝에 각각 상대 당대표를 고발하는 데 이르렀다. 민주당은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경선을 치르도록 방침을 변경하기도 했다.
#공천 잡음에 지지율 하락
민주당 공천 잡음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노웅래(4선·서울 마포갑) 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 김민철(초선·의정부을)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기동민(재선·서울 성북을) 안민석(5선·경기 오산시) 변재일(5선·충북 청주시청원구) 의원은 전략 지역구로 선정되면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 중 이수진 홍영표 의원은 거세게 반발하며 탈당했다. 현역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4선·서울 영등포갑) 박영순(초선·대전 대덕) 설훈(5선·경기 부천시을) 의원도 탈당했다. 김영주 의원은 국민의힘에, 박영순 설훈 홍영표 의원은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관련기사 단식부터 탈당까지…점입가경 민주당 공천 ‘비명 횡사’ 후폭풍).
범야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서도 ‘밀실 공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3월 4일 4선 중진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SNS에 “4년 전엔 예비 경선을 전 당원 투표로 하고 순위 확정은 중앙위원 투표로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전략공관위 심사로 결정한다고 한다”며 “이 방식은 밀실에서 소수가 후보를 결정하는 과거의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재차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면서 특혜 논란을 자초했다. 용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바 있다.
3월 5일 전략공관위 비례대표 추천관리위원회 분과위원장인 김성환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3월 10일까지는 민주당 후보를 추천해야 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비례대표 공관위를 별도로 구성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전략공관위가 이를 대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3월 8일 윤영덕 더불어민주연합 공동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용 대표의 비례대표 재선 특혜 논란에 대해 “이전에도 비례를 연속해서 두 번 또는 띄엄띄엄하더라도 네 번 넘게 받은 분들도 계시지 않냐”고 반박했다.
공천 잡음은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2월 27~29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일주일 전보다 3%포인트(p) 오른 4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은 2%p 내린 33%였다. 특히 민주당 최대 지지 기반인 광주·전라 지역의 지지율은 53%로 전주(67%)보다 14%p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3월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광주·전라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5%에 그쳤다(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은 “최근 2주간 양대 정당 격차는 6~7%p지만 지난주 총선 전제 지지 의향 여부를 파악했을 때는 양당이 비슷했다”며 “민주당 지지도 변동은 공천 관련 갈등, 제3지대, 특히 조국 신당 등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 의향 조사에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5%에 달했다.
민주당이 ‘조국의 강’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팽배하다. 3월 5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예방했다. 조 대표와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같이 외치며 이번 총선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표를 노렸던 열린민주당을 향해 거칠게 각을 세웠던 것과 대조된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지지율에서 선전하자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공천 작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정가의 모든 시선은 이재명 대표 향후 행보에 집중됐다. 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에게 이번 총선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제안했다. 김 전 총리 측은 선대위원장 제안에 “김 전 총리가 몇 가지 전제 사항을 준비 중”이라며 “통합과 상생 방안에 대한 전제가 수용되면 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나, 명분이 없다면 맡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김 전 총리에게 총선 불출마보단 대표직 사퇴 카드를 제안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선대위원장에게 전권을 준다는 취지다.
이번 총선 승패 결과는 민주당 차기 당권의 향방도 걸려있다. 총선 패배는 대체로 지도부 총사퇴 수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친명 vs 비명’ 갈등 트리거였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탈당 직전까지 갔으나 컷오프 결정을 수용했다. 정가에선 임 전 실장이 오는 8월 전당대회서 차기 당권을 노리겠다는 포석을 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총선 결과와 무관하게 차기 당권을 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2023년 12월 민주당은 2024년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비중을 현행 ‘60 대 1’에서 ‘20 대 1’ 미만으로 줄였다. 대의원 권한을 대폭 줄이고, 이 대표의 강성 지지 성향을 보이는 권리당원 힘을 키워준 것이다. 이를 두고 비명계에선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총선에 이어 8월 전당대회서도 ‘친명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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