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이낸싱 준비 마치고 대대적 물갈이 인사…업황 부진 속 수조 원 몸값, 새 주인 찾기 쉽지 않을 듯
#이례적인 인사를 둘러싼 해석
홈플러스 노사가 지난 3월 7일 임금협약과 관련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사 양측은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교섭을 통해 임금 3.3%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2.0%, 3.0%씩 올리기로 합의한 것과 비교해 높은 인상률이다. 홈플러스 내부 한 관계자는 “회사가 노조 쟁의까지는 부담스럽게 여겨 원만하게 합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리파이낸싱 우려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올해 6월 만기가 돌아오는 3000억 원의 단기 차입금과 올해 10월 만기인 5000억 원대의 차입금에 대한 차환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차입금 일부에 대해서는 상환도 이뤄질 예정이다.
홈플러스 내부적으로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18개월 연속 기존 점포들이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등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홈플러스는 최근 전국 대형마트·익스프레스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배송 서비스 활성화로 2023 회계연도에 3분기 만에 온라인 매출 1조 원 돌파하기도 했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15~20%를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대형 점포와 익스프레스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서 가정간편식(HMR) 등 PB상품들을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해주는 전략인데 잘 먹혔다”며 “다른 대형마트들보다 영리한 전략이고 익일 새벽에 배송하는 국내 새벽배송 업체들보다도 소비자들에게 더 소구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슬슬 매각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월 홈플러스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조주연 홈플러스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임명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내부 인물이 홈플러스 대표이사로 부임한 건 홈플러스 인수 후 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3월 1일 후속 인사가 단행됐다. 홈플러스는 상품1부문장으로 임경래 신선식품본부장(상무), 상품2부문장으로 감태규 그로서리상품본부장(상무)를 신규 임용하고 안전보건관리부문장에는 이철 상무를, 영업인사본부장에는 정기만 상무를 승진 임용했다. 부문장급 핵심 임원이 대폭 물갈이된 데 이어 전무급을 모두 상무급으로 교체한 것을 두고 홈플러스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익성 동덕여대 평생교육원장은 “내부의 핵심 임원진들을 한두 명도 아니고 한꺼번에 물갈이했다는 건 완전히 체질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회사를 제대로 성장시킬 방안들을 내지 않으면 자리를 지키기 힘들 거라는 긴장감도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련 사항 정해진 바 없어"
홈플러스 매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본적으로 홈플러스가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7조 9334억 원을 기록했던 홈플러스 매출은 매년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 6조 4807억까지 하락했다. 같은해 13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2022년에 매출 실적이 6조 6006억 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적자 폭은 2602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조철휘 회장은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올린 게 2022년 하반기이고 유통기업들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힘들어졌다. 업계 1위인 이마트도 지난해 제대로 된 실적을 못 냈기 때문에 홈플러스 역시 매출이 좀 늘었어도 정작 영업손실이 누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MBK파트너스가 9년째 들고 있으면서 엑시트 전략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는 것도 회사가 내실 있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인력 감축과 점포 축소 등을 통해서 비용을 방어하고 있다. 홈플러스 직원 수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국면 이전 2만 3000명에서 2만 명으로 줄었다. 점포 수 역시 2019년 상반기 140개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131개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동대문점과 부천 상동점의 계약을 해지하고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 측은 향후 해당 점포들을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해 재개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의 홈플러스 내부 관계자는 “예컨대 부천 상동점에 있는 5층짜리 홈플러스 건물을 건물주가 몇십 층짜리로 재건축하면 다시 재입점 시킨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도 모른다”며 “우리 점포를 매각하고 재임차했던 곳들도 2년 내로 재계약 기간이 돌아오는데 임대료가 올라 부담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실적이 악화하며 재무건전성에 타격을 입자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9월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리파이낸싱에 성공해도 시장 금리가 오른 상태인 데다가 신용평가회사 등급이 하락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황도 좋지 않아 매각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국 곳곳 현금 입지에 매장들이 자리잡고 있어 부동산 자산 가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누가 인수할 수 있을지는 업계에서 보기에도 의문이긴 하다”며 “홈플러스 몸값도 수조 원에 육박할 텐데 이마트도 이미 M&A 관련 지출이 많았고 롯데마트는 매장을 줄이며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쿠팡 같은 경우 이제 막 연간 흑자를 냈고 굳이 오프라인 점포를 필요로 하진 않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 점포를 한꺼번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홈플러스 매장들이 주요 도시 요충지에 다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부분 매각을 한다고 생각하면 관심 가진 업체들이 생길 수 있다”며 “조각조각 잘라서 부동산 가치 있는 곳들 팔고 먹기 좋게 몸집을 줄인 채로 통매각할 확률이 실현 가능성이 그나마 가장 높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대한 유통업계 일각에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에 대한 차환 등 리파이낸싱 작업이 무리 없이 진행됐으며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모두 매출 성장세다”라며 “매각과 관련된 사항은 정해진 바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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