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연구원 성남분원 기공식 취소에 포항시 투자 확대설…포스코홀딩스 “지역 상생 노력 중”
#포스코홀딩스 "내부 검토 후 기공식 취소"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월 8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을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내정했다. 장 내정자는 오는 3월 21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관련기사 ‘안정 통한 변화’ 통할까…장인화 포스코 차기 회장 내정 앞과 뒤).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의 포항시 본사 역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포항 본사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서 포항 지역사회에서는 포스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장인화 내정자 입장에서는 본사 운영 관련된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경기 성남시에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은 포항시에 있다. 포항시 지역사회에서는 연구 인력 상당수가 성남시 분원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성남시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의 부지 면적은 포항시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의 면적보다 훨씬 크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항시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까지 나서서 포스코를 비판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성남시 부지의 면적은 약 1만 7000평으로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 부지인 692평보다 무려 24배나 큰 규모”라며 “포항시와 포스코그룹이 합의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 설립 등 포항 중심 운영체계 구축을 전면 위반한 것이고, 포스코의 발전을 위해 포항 시민이 흘려온 피와 땀을 배신하는 지역갈등 조장 행위에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강덕 포항시장도 “포항 시민과의 신뢰 회복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포항 미래기술연구원의 실질적 기능을 강화하고, 포스코가 국가와 사회를 생각하는 진정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고대한다”며 “포항시도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당초 2월 22일 예정됐던 성남시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기공식을 취소했다. 기공식 취소에 대해 장인화 내정자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미래기술연구원 기공식은 내부 검토 후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계획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설립 취소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분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할 가능성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수용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이라며 “장인화 내정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의 라이벌 구도도 있는데 최 회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포항시에 공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요구 외면할 수도 없고…
과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포항시를 외면했다는 이유로 재임 당시 포항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고, 심지어는 고발까지 당했다. 회장 내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 포항 지역사회는 장인화 내정자를 상대로 각을 세우고 있다.
범대위는 지난 2월 13일 “장인화 내정자는 2018년 당시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숲에 5000억 원 규모 과학관을 지어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며 “2018년 4월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이강덕 포항시장과 체결한 상생협력 양해각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포항 시민을 무시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18년 3월 서울숲 과학관과 관련해 “부지 제공과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인·허가 등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건립 이후 포스코로부터 시설을 기부 받아 운영 전반을 담당할 것”이라며 “포스코는 사업비 등 건립 과정 전반을 주관하고 조성된 시설은 서울시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장인화 내정자는 당시 포스코 사장을 맡고 있었다.
이어 포항시는 2018년 4월 포스코와 △신소재·신성장 산업을 적극 발굴·추진 △3년 내 포항블루밸리국가산단 산업용지 매입 △포항 지역의 첨단 장비와 연구시설을 활용한 바이오산업 적극 투자 △지진 및 여진 피해 복구를 위해 재난지역 특별재생 재건축 사업 등에 적극 참여 △지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사회사업 및 소외계층 지원 사업 적극 추진 등을 약속했다.
범대위의 주장을 요약하면 장인화 내정자는 포항시와의 약속을 외면하고, 오히려 서울시에 투자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범대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우선 포스코는 서울숲 과학관의 규모가 5000억 원이라고 밝힌 적이 없는 데다 해당 과학관은 아직 착공에도 들어가지 않아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포스코는 또 포항시에도 상당한 투자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인화 내정자가 포항시 투자를 확대하면 최정우 회장과의 차별화와 포항 지역사회와의 관계 유지 등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장 내정자가 포항 지역사회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이 포항시보다 인재 영입이 쉽고, 홍보·대관 등의 업무도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서울숲 과학관은) 서울시와 부지 등에 대한 이견 차이로 결국 불발된 것으로 알고 있고, 포항시와의 상생협력 양해각서 관련해서는 블루밸리산단에 신소재 사업 투자 등을 모두 이행했다”며 “포스코는 지역과 상생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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