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0억 원에 인수 1조 유상증자, 그룹 미래인 SDV 위해 전략적 투자…현대차 “재무건전성 제고 일환”
지난해 12월 말 현대차와 기아는 자율주행·모빌리티 기술 스타트업 포티투닷에 투자한 RCPS 약 221만 주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RCPS는 일정 조건에 따라 채권처럼 만기가 되면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포티투닷의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현재는 롯데렌탈이 투자한 약 21만 주의 RCPS만 남아있는 상태다.
RCPS 발행사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RCPS를 회계상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K-IFRS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회계사는 “발행회사(포티투닷)는 부채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투자회사(현대차·기아)는 발행회사의 재무비율을 개선하는 것이 본인들에게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포티투닷은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CODE42’라는 이름으로 2019년에 설립한 회사다. 포티투닷은 도심형 통합 솔루션인 ‘유모스’(UMOS)를 개발했다. 유모스는 도시 내 이동을 위한 운영체제(OS)다. 유모스에는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에이키트’(AKIT)가 들어간다. 비싼 라이다(LIDAR) 대신 카메라와 레이더를 활용해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도 유모스에 들어간다.
2022년 8월 현대차그룹은 약 4200억 원을 들여 포티투닷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대차가 2747억 원, 기아가 1530억 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기아의 합산 지분율은 약 93%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 전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지분율은 약 20%였다. 인수 당시 자동차 업계에서는 ‘예견된 인수’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1년 4월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가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서비스를 담당하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본부의 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이다.
포티투닷은 아직 현대차그룹 실적에는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지난해 매출 408억 원, 계속영업손실(중단된 영업활동을 제외한 영업손실)은 905억 원을 기록했다. 포티투닷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티투닷 영업손실은 2020년 205억 원, 2021년 325억 원, 2022년 595억 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수익을 못 내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은 약 1조 원 규모의 포티투닷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6424억 원, 기아는 4283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출자는 지난해 5월, 올해 1월, 2025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은 포티투닷이 그룹의 미래 전략과 연관이 깊은 회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자동차다. SDV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도 불린다. 차를 바꾸지 않아도 스마트폰처럼 차량 소프트웨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서다. 포티투닷은 SDV 운영체제와 아키텍처(설계 구조) 기술 개발을 전담한다.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사세를 확장 중이다. 지난해 7월 포티투닷은 국내 차량 관제·관리 시스템(FMS) 기업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했다. FMS는 실시간으로 차량 위치나 상태를 분석하고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을 파악해 차량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포티투닷은 유비퍼스트대원이 쌓아온 FMS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모스 고도화에 나섰다.
포티투닷은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포티투닷 전체 직원 수는 2022년 초 200명이 채 안 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포티투닷 직원은 516명이다. 포티투닷은 현재 15개 직무 분야에서 채용 공고를 내고 상시 채용 중이다.
포티투닷이 당장 현대차그룹 실적에 보탬이 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포티투닷이 흑자로 돌아서기 쉽지 않다”며 “협업이 순항한다고 해도 최소 2~3년 후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포티투닷의 SDV 전용 OS가 실제로 현대차·기아차에서 구현이 될 수 있는지 단기간 내에 검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아직은 포티투닷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가 성공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포티투닷의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RCPS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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