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작가 다시 김수현 손 잡고 돌아와…MBC ‘원더풀월드’ 김남주와 정면 대결 불가피
‘우천취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고려 거란 전쟁’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흥화진 전투로 인기몰이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귀주대첩에 이르면 시청률 20% 돌파도 가능해 보였지만 마지막 회에서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은 13.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였다. 그렇게 주말 미니시리즈 대격돌에 참전했던 KBS 대하드라마가 3월 10일 종영했다.
다시 주말 드라마 시장은 MBC와 SBS의 금토 드라마, JTBC와 tvN의 토일 드라마가 격돌하는 구도로 돌아왔다. 꾸준히 10%를 오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고려 거란 전쟁’이 떠난 상황에서 재편되는 주말 드라마 대격돌의 승자는 누가 될까.
현재 상황에서 가장 앞서 있는 드라마는 SBS 금토 드라마 ‘재벌X형사’다. ‘연인’부터 ‘밤에 피는 꽃’까지 이어진 MBC 금토 드라마의 전성기를 맞아 위축됐던 SBS 금토 드라마는 ‘재벌X형사’를 계기로 반등했다. ‘재벌’이라는 확실한 조미료를 첨가한 형사물은 분명한 매력 포인트를 갖추고 있는 데다 다소 약해 보였던 주연 라인인 안보현과 박지현이 확실하게 포텐을 터뜨리며 드라마 흥행을 이끌었다. 8회 방송에서 11%를 찍은 뒤 다시 한 자릿수 시청률로 내려왔던 ‘재벌X형사’는 3월 9일 방송된 12회에서 다시 10.1%를 기록했다.
동시간대에 격돌하는 MBC와 SBS 금토 드라마는 거듭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SBS 금토 드라마가 잘나간다는 의미는 MBC 금토 드라마가 주춤한다는 의미인데 MBC ‘원더풀 월드’ 역시 그렇다. 5.3%로 시작해 6.1%, 8.0%로 상승하다 4회에서 6.4%로 한 발 물러섰다. ‘원더풀 월드’는 김남주와 차은우를 필두로 김강우, 임세미, 원미경, 박혁권 등 압도적인 출연진을 내세운 기대작이다. 현재는 시청률이 ‘재벌X형사’에 밀리고 있지만 여전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일정 부분 ‘재벌X형사’의 기세에 눌린 상황인데 8회까지만 잘 버티면 후반부에는 반등할 모멘텀은 분명 존재한다. 8회가 방송되는 3월 29일부터 ‘재벌X형사’ 후속 ‘7인의 부활’이 방송되기 때문이다. ‘7인의 부활’은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로, 분명 기대작이지만 ‘7인의 탈출’의 후속 시즌이라는 점은 명확한 한계다. ‘7인의 탈출’은 7.7%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이는 기대감이 집중된 초반부 시청률일 뿐 후반부에선 5%대를 유지하는 데 그쳤을 뿐이다.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가 엄청난 인기를 얻어 시즌2와 시즌3가 제작된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7인의 탈출’의 실패를 ‘7인의 부활’로 극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SBS는 ‘7인의 탈출’이 예상 외의 부진에 시달리며 ‘연인’의 MBC에게 금토 드라마 시장의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재벌X형사’로 시작된 부활 조짐을 ‘7인의 부활’이 확실하게 살려낼 것인지, 아니면 또 다시 MBC에 주도권을 내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가가 주목하는 최강자는 따로 있다. 바로 tvN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다. 2021년에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이 공개되긴 했지만, 방송 드라마만 놓고 보면 2020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후 4년여 만에 돌아온 김수현의 복귀작이다. 게다가 2022년 ‘나의 해방일지’로 큰 사랑을 받았던 김지원까지 출연한다. 그렇지만 핵심은 따로 있다. 대본을 박지은 작가가 쓴다는 점이다.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등의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박지은 작가가 ‘사랑의 불시착’ 이후 4년여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출발은 좋다. 5.9%로 시작해 2회에서 8.7%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라면 곧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상황도 좋다. 꾸준히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던 ‘고려 거란 전쟁’이 종영한 가운데 요즘 잘나가는 MBC 금토 드라마 ‘원더풀 월드’도 확실하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같은 토일 드라마인 JTBC ‘닥터슬럼프’도 8.2%까지 올라간 뒤 5~6%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당장은 ‘재벌X형사’가 가장 앞서 가고 있지만 ‘눈물의 여왕’이 벌써 1.4%포인트(p)까지 따라 붙었다.
다만 부담스러운 부분은 경쟁 상대들의 저력이다. 우선 ‘원더풀 월드’가 신경 쓰인다. ‘원더풀 월드’의 주인공 김남주의 저력을 그 누구보다 박지은 작가가 잘 알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김남주와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을 통해 호흡을 맞추며 함께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바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시동이 걸리지 않았을 뿐 ‘원더풀 월드’도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충분히 급격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다.
‘재벌X형사’ 후속 ‘7인의 부활’의 김순옥 작가 역시 탄탄한 저력의 주인공이다. 막장의 대모로 불리며 연속극 시장을 제패한 김순옥 작가는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통해 미니 시리즈 작가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비록 ‘7인의 탈출’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만큼 ‘7인의 부활’을 야심차게 준비한 터라 이번만큼은 확실한 반등을 일궈낼 수도 있다.
tvN 토일 드라마는 확실한 대박 아니면 흥행 실패를 되풀이 해왔다. 2023년만 봐도 연초에 방영된 ‘일타 스캔들’이 확실하게 터졌지만 그 이후에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 이어졌다. 다시 한 번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한 시점에 박지은 작가의 작품을 편성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 사이 방송된 ‘사랑의 불시착’으로 tvN 토일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연 주인공이다. 게다가 ‘사랑의 불시착’은 꺼져가던 일본 한류를 되살린 주역이기도 하다. 과연 ‘눈물의 여왕’이 다시 한 번 희대의 히트작이 될 수 있을지 방송가의 관심이 뜨겁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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