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 팬덤의 행태 세계 언론서 꼬집어…BBC “아이돌 향한 압박, 악명 높기로 유명”
#‘유사 연애’의 함정
최근 카리나는 배우 이재욱과 교제 중이라고 고백했다. 2윌 말 이재욱과 함께 있는 사진이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된 직후다. 그러자 카리나의 소속사 앞에 항의 문구를 담은 트럭이 도착했다. “팬이 주는 사랑이 부족한가?” “왜 팬을 배신하나?” “사과하지 않으면 하락한 앨범 판매량과 텅 빈 콘서트 좌석을 보게 될 것” 등의 섬뜩한 경고가 난무했다.
결국 카리나는 사과했다. 3월 6일 공개한 자필 편지를 보면 “저를 응원해준 마이(공식 팬덤)들이 얼마나 실망했을지, 그리고 우리가 같이 나눈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속상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재욱과의 교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왜일까. 카리나가 ‘교제=잘못’으로 직접 규정하는 순간, 그 비이성적인 상황에 대한 질타가 더 커질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그럼 팬덤은 왜 화가 났을까. 그들은 스타와 팬이 일종의 연애 감정을 나누는 사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유사 연애다. 즉, ‘카리나가 바람을 폈다’는 논리다. 물론 스타와 팬이 사적인 만남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팬덤이 특정 스타의 앨범과 굿즈를 사고 콘서트에 가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은 연인 간 선물을 주고받는 심리와 다르지 않다고 팬들은 여긴다. 종종 스타들이 팬들에게 선물을 주는 ‘역조공’도 있지만, 대부분은 팬들이 스타에게 선물을 보내거나 돈을 쓰는 일방향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나가 팬들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 남자(이재욱)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팬들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일부 극성팬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들은 트럭 시위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통해 항의를 표한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결국 일부 팬덤의 극성스러운 행동이 팬덤 전체의 의견처럼 보이게 된다. 결국 이는 에스파의 인기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모든 짐을 짊어진 카리나가 '주어가 빠진 사과문'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오빠부대’와는 다르다
극성스러운 팬덤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때는 ‘오빠부대’라 불렸다. 남진과 나훈아 팬덤이 맞붙었다는 과거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팬덤은 자생적으로 뭉쳤다. 스타나 소속사가 인위적으로 구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팬들에 대한 스타들의 부채 의식도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 K팝 시장은 다르다. 철저하게 팬덤 기반으로 성장한다. 진성 팬들은 공식 데뷔 전인 연습생 시절부터 그들을 응원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챙긴다. ‘내 손으로 키웠다’고 말할 법한 수준이다.
소속사는 이런 팬심을 이용한다. 무작위 포토카드를 넣어 앨범 판매량을 높이고, 앨범을 많이 살수록 직접 스타를 만나는 팬미팅에 참석하거나 영상통화에 참여할 확률이 상승한다. 팬덤 입장에서는 지갑을 열고 또 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타들은 항상 팬덤을 먼저 찾고 수시로 “사랑한다”고 외친다. 그룹명과 팬덤명 역시 연결고리를 만들어 그들을 정서적 공동체로 묶는다. 그러니 과거에 비해 요즘 팬덤의 유사 연애 감정 역시 커지게 된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열애설 인정은 팬들 입장에서 불미스러운(Scandalous) 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K팝 스타의 소속사들은 그들을 ‘연애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Romantically obtainable) 아이돌로 세일즈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각 소속사들이 유사 연애의 함정을 파고 팬덤이 빠지길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소속사가 신인 K팝 그룹 멤버들과 계약서를 쓰면서 연애 금지 조항을 넣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를 대상으로 이성의 감정을 느끼는 팬덤의 심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 CNN은 “팬들이 스타를 우상화하는 문화와, 음반사가 접근하기 쉬운 무명 연예인에 대한 환상을 조장하는 문화에서는 여전히 연애가 금기시된다. 이러한 극도의 충성심은 아티스트와 소속사가 팬의 요구와 욕구에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철저한 감시를 받는 K팝 스타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유사 연애 감정을 부추기는 팬덤 기반 K팝 산업의 그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K팝 그룹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는 것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업계 관계자들은 잘 안다. 향후에도 카리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연애에 당당할 수 없는 스타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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