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 SM그룹 우오현 차녀 우지영 회사, HN 정대선 ‘이노밸리’ 경영권 유지…4월 인수 마무리 예상
정대선 HN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정 사장은 HN이 아닌 HN이노밸리 경영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N이노밸리는 과거 HN 자회사였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범 현대가 인물들이 HN이노밸리 지분을 사들였다. HN의 현재 HN이노밸리 지분율은 12.50% 수준이다. 태초이앤씨가 HN을 인수해도 정 사장의 HN이노밸리 경영권은 유지되는 셈이다. 정대선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삼남이다. 정 사장은 노현정 전 아나운서의 남편이다.
#태초이앤씨의 HN 인수 노림수는?
HN은 지난해 3월 서울회생법원에 법인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은 HN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HN의 자본총액은 2022년 말 기준 마이너스(-) 211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SM그룹 계열사 태초이앤씨는 지난해 12월 HN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태초이앤씨에 따르면 올해 1월 HN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한 곳은 태초이앤씨가 유일했다. 서울회생법인도 태초이앤씨를 HN 최종 인수 예정자로 결정했다. 태초이앤씨의 HN 인수가는 150억 원이다. 태초이앤씨는 유상증자 형태로 150억 원을 납부하며 해당 150억 원은 HN의 회생담보권 및 회생채권 변제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SM그룹은 조만간 HN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SM그룹은 그간 수많은 법정관리 기업을 인수해 우량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대표적으로 경남기업, STX건설, SM상선(옛 한진해운 미주노선) 등은 한때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SM그룹에 인수된 후 경영이 정상화됐다.
인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SM그룹에는 이미 삼라, 우방,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STX건설 등 수많은 건설 계열사가 있다. HN의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최근 건설업황도 좋지 않다.
재계에서는 우지영 대표가 태초이앤씨 지분 100%를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우지영 대표는 우오현 회장의 차녀다. 태초이앤씨의 사내이사는 우지영 대표와 그의 남편인 박흥준 한통엔지니어링 대표 두 명뿐이다. 태초이앤씨의 HN 인수도 SM그룹 차원의 인수가 아닌 우지영 대표 개인 차원의 인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지영 대표는 삼라, 우방, 동아건설산업 등 SM그룹 주요 계열사의 감사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우 대표가 훗날 SM그룹 경영권을 거머쥔다는 보장은 없다. 우 대표로서는 태초이앤씨를 통해 본인의 입지를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우오현 회장 이후 후계구도는 예측이 어렵다. 우 회장은 본처 심 아무개 씨 사이에서 장녀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 차녀 우지영 대표,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 등 세 딸을 두고 있고, 사실혼 관계였던 고 김 아무개 씨 사이에서는 딸 우건희 코니스 대표와 아들 우기원 SM그룹 해운부문장(부사장)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우기원 부사장은 최근 친모 김 씨가 보유했던 삼라 지분 12.31%, 동아건설산업 지분 6.22%, SM스틸 지분 3.24% 등을 상속받았지만 이내 해당 지분을 필의료재단에 넘겼다.
이와 관련, SM그룹 관계자는 “4월 정도에 HN 인수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대선 사장의 향후 행보는?
정대선 HN 사장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HN은 크게 건설과 정보통신(IT) 두 가지 사업을 영위했다. 정 사장은 IT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HN은 2017년 계열사 현대페이(현 HNR)를 통해 핀테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사업은 실적면에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관련기사 ‘정주영 손자의 도전’ HN 정대선 블록체인 사업 부진 앞과 뒤).
HN은 법인회생을 신청하기 직전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HN은 2022년 말 IT 부문을 HNiX로 물적분할한 후 HNiX 지분 일부를 범 현대가에 매각했다. HNiX의 주주는 2022년 말 기준 △HN 59.74%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11.75% △HL홀딩스 10.39% △현대머티리얼 8.95% △정몽진 KCC 회장 5.17% 등으로 구성돼 있다.
HN의 다른 계열사인 HN이노밸리에도 비슷한 변화가 있었다. HN이노밸리는 종합 IT서비스 업체다. HN이노밸리의 주주구성은 2021년 말 △HN 71.43% △정대선 사장 28.57%에서 2022년 말 △정대선 사장 28.57% △정몽준 이사장 19.64% △정몽진 회장 19.64%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 19.64% △HN 12.50%로 변경됐다. 범 현대가 일원이 HN의 HN이노밸리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이로써 태초이앤씨가 HN을 인수하더라도 HN이노밸리의 경영권은 범 현대가에 남게 됐다. HNiX의 경우에도 범 현대가가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NiX의 남부지사 소재지는 HN이노밸리의 울산광역시 본사와 같은 곳이다. HNiX와 HN이노밸리가 긴밀한 관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범 현대가가 정대선 사장을 위해 HNiX와 HN이노밸리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이 HN은 매각하지만 HNiX와 HN이노밸리 경영권은 지키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범 현대가가 정 사장 대신 지분을 매입해줬다는 분석이다. 범 현대가 일원들은 HNiX와 HN이노밸리 지분은 확보했지만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다만 HD현대그룹과 KCC그룹 모두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준 이사장이나 정몽진 회장 등은 범 현대가 맏어른이다 보니 책임감을 갖고 정대선 사장을 지원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정대선 사장은 제사 때도 꾸준히 참석하는 등 범 현대가와의 사이가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정대선 사장은 현재 HN이노밸리 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HN이노밸리 등기이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또 HN이노밸리는 최근 유동화전문회사에 자산 유동화 작업을 맡긴 것도 확인됐다. HN이노밸리의 자산총액은 2022년 말 기준 132억 원이지만 이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억 원에 불과했다. 정 사장이 HN이노밸리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HN이노밸리의 자체 매출은 300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HN이노밸리의 자회사 HNX는 지난해 매출 540억 원을 기록했다. 또 HN이노밸리가 펀드를 통해 보유한 회사 우수AMS는 지난해 매출 3480억 원을 거뒀다. HN이노밸리의 자체적인 실적은 크지 않아도 계열사 실적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HN이노밸리는 브로드써밋하모니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지분 41.6%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고, 브로드써밋하모니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는 다담하모니제1호유한회사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다. 다담하모니제1호유한회사는 우수AMS 최대주주다.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HN과 HN이노밸리에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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