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물 ETF 승인으로 장기적 상승세 전망…9% 넘어선 ‘김프’ 꺼지면 손해 볼 가능성도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코인(가상자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흔히 남기는 말이다. 비트코인 1억 원은 이전까지 헛소리쯤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2024년 3월 11일 비트코인이 역사적인 고점을 돌파하면서 결국 1억 원을 돌파했다. 달러 가격으로도 7만 3000달러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15년 만에 최고가다.
비트코인은 2017년부터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2017년 초 100만 원도 하지 않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폭등을 시작해 2017년 연말 약 2500만 원에 달했다. 2018년 1월 11일 코인 투자자 사이에서는 최대 암흑기로 꼽혔던 소위 ‘박상기의 난’이 일어나면서 폭락이 시작됐다.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2018년 한 해 내내 하락을 거듭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350만 원까지 접근했다. 비트코인이 대폭락하면서 이더리움 등 알트코인은 더 큰 폭락을 맞이했다. 이더리움은 2017년 250만 원을 기록했다가 2018년 말 10만 원 초반까지 하락했다.
암흑기를 이어가던 비트코인은 코로나19 팬데믹발 양적완화 이후 2020년 7월 약 1000만 원이었던 가격이 2021년 4월 8000만 원까지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이후 재차 조정과 급등을 이어가다 2023년 9월부터 본격적인 상승 분위기로 진입했다. 2023년 9월 약 3500만 원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2024년 3월까지 거의 쉬지 않고 상승해 1억 원을 돌파해버렸다.
이번 상승의 일등 공신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꼽힌다. 1월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5000만 원대였는데 이때부터 파괴적 상승을 시작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ETF로 기존 금융권 돈이 가상자산 업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2024년 2월 13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의미와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미국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은 가상자산이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향후 국내시장 편입 시 자산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상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확대는 전통 금융과의 결합 가속화를 의미해 시사점이 있다. 향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양한 가상자산(이더리움 등) 관련 상품의 순차적인 상장이 예상되고, 전 세계 ETF 자산운용규모(10조 달러)의 1%만 유입되더라도 자금 이동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역시 ETF를 이유로 상승 쪽에 무게를 둔 분석을 내놨다. 김민승 연구위원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로 인해 미국 내 기관 수요 진입은 지속 증가 중인 것으로 보이고, 지금까지 발생한 ETF의 비트코인 수요는 비트코인 신규 공급량(일 평균 약 900개)의 대략 10배 수준”이라면서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단기 조정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속단할 수는 없으나, ETF 승인 및 거래로 인한 장기적 상승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즉, ETF 승인으로 인해 전통 금융이 가상자산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고, 이 통로로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의 일부 자금만 흘러 들어가더라도 비트코인 수요가 1일 공급량을 따라갈 수 없으므로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4월 21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는 채굴 보상이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공급이 더욱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변창호 씨도 ETF 중요성을 언급했다. 변창호 씨는 “가격 상승에서 ETF도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ETF를 통해 비트코인 락업(잠긴) 물량이 많아지면서 소량만 유통되는 효과를 낳는다”라면서 “다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지 않나 싶다. 달러를 비롯한 화폐는 계속 찍어내고 가치를 방어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대안 자산을 찾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변 씨 말처럼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 부채는 끝없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부채는 100일에 약 1조 달러씩 증가했다. 현재 미국의 총 부채는 34조 달러를 초과한 상태다. 미 의회예산국은 올해 이자 비용만 8700억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4년 3월 13일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대표이자 비트코인 신봉자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세일러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화폐에 대한 불신을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야후파이낸스 진행자가 비트코인을 언제 팔 것인지 묻자 세일러는 “비트코인을 장기적으로 보유하겠다”면서 “법정 화폐를 가치 저장고로 사용하는 사람들, 그들을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봤다. 변창호 씨는 “당분간은 상승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ETF에 유입되는 비트코인 수량이 좀 줄어들게 되면 상승 곡선은 완만해질 것으로 본다”면서 “개인적인 전망으로는 상승 추세를 비트코인 122K(12만 2000달러)까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12만 2000달러는 우리 돈 1억 5000만 원 정도다.
요식업을 운영하면서 가상자산 투자로 큰돈을 벌기도 한 박 아무개 씨도 여전히 상승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 씨는 “내가 코인 투자를 하면서 한 가지 지표로 보는 게 식당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가상자산 거래소를 쓰는지다. 남녀노소가 모두 코인 거래를 하면 ‘인간 지표’라 생각하고 그 즉시 갖고 있는 코인을 모두 다 판다”면서 “아직 식당에서 거래소 앱을 쓰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전망에도 우려는 있다. 먼저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 불리는 국내와 해외 코인 가격 차이가 3월 14일 현재 9%를 넘어섰다. 해외에서 100원어치 비트코인이 국내로 들어오면 109원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급격한 투기 수요 증가로 인해,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코인 투자에 나서면서 발생한다. 현재 국내에서 코인을 사면 해외에 비해 9% 이상 비싸게 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낀 김프가 꺼지면 그만큼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또한 비트코인이 올랐다는 이유로 알트코인에 투자하는 건 위험이 더 크다는 경고도 있다. 많은 코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이 급등한 이후에 알트코인이 오른다고 믿고 있지만 그 같은 믿음이 반드시 달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알트코인도 현재 9%에 달하는 김프를 얹고 사야 하는 데다, 언제 폭락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변창호 씨는 “한국 코인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소외된 알트코인을 투자한 경우도 많은데, 이 때문에 이번 불장에 크게 벌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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