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시절 수비 멤버 대거 복귀…“공격 축구 클린스만과 달리 공수 균형에 초점 맞출 듯”
#주민규 "막내라 생각하고 뛰겠다"
황선홍 감독의 23인 명단에서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린 선수는 울산 HD 소속 주민규다. 주민규는 33세 333일에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에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되는 기록을 세웠다.
주민규는 국가대표 발탁 여부가 오랫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공격수다. 황선홍 감독은 그를 두고 "3년간 50골 이상을 넣은 공격수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설명대로 상당 기간 국내 정상급 득점력을 선보여 왔음에도 파울루 벤투,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번번이 그를 외면해왔다.
주민규는 남다른 이력을 가진 공격수다. 학창시절부터 2부리그에서 시작한 프로생활 초반까지 그의 주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였다. 서울 이랜드로 첫 이적 이후 본격적으로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고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무대에서 가장 꾸준히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됐다.
자연스레 국가대표 발탁에 대한 여론이 형성됐으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매번 국가대표 명단 발표마다 그에게 관련 질문이 이어졌고 체념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만큼은 "대표팀 막내라 생각하고 머리 박고 뛰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황선홍 감독은 그에게 어느 정도 기회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최고령 발탁 기록이 말해주듯이 베테랑 공격수다. 황선홍 감독이 단지 주민규에게 대표팀 분위기를 느끼고 경험을 하게 하려 뽑은 게 아닐 것"이라면서 "주민규와 함께 뽑힌 최전방 자원은 조규성뿐이다. 분명 주민규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만에 대표팀 복귀가 예상됐던 이승우(수원 FC)는 이번 명단에서도 빠졌다. 황 감독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실망하지 말길 바란다.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가 활약하는 2선 공격수는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황희찬(울버햄튼) 등이 포진해 가장 경쟁이 치열한 위치다.
#이강인 끌어안은 황선홍
이강인은 이번 대표팀 선발 전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선수다. 그는 앞서 4강에서 탈락해 실패로 마무리된 2023 아시안컵 당시 손흥민과 다툼이 전해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집중포화가 이어졌다. 한 차례 사과했던 이강인은 직접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손흥민을 찾아가 사진까지 남기며 '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컵 이후 벌어지는 첫 A매치, 임시 사령탑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선택했다. 황 감독의 선택에 '축구협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기보다 선수들과 임시 감독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 선수단 내 갈등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왔을 당시 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다툼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사태를 관망하다 손흥민, 이강인의 만남이 공개되자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뿐이었다. 이후 배턴은 황선홍 감독에게 넘어갔다. "두 선수와 직접 소통했다"는 황선홍 감독은 "발탁 결정은 전적으로 내가 했다. 이번에 안 부르고 다음에 부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이강인 발탁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올림픽 대표팀과 교통정리
4년마다 개최되는 하계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 축구계는 골머리를 앓는다. 기량이 뛰어난 젊은 선수를 어느 대표팀에서 데려갈지,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간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엔 이 같은 '교통정리'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 현 A대표팀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명단 발표를 앞두고 황재원(대구)의 A대표팀 첫 발탁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측면 수비 포지션인 황재원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황 감독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금메달을 합작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국내 최상위권 측면 수비수로 평가받는다.
황재원은 A대표팀이 아닌 올림픽 대표팀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 아시안컵에서 교체 출전으로 호평을 받은 측면 공격수 양현준(셀틱)도 마찬가지다. A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모두 맡고 있는 황 감독은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나이대(23세 이하)의 선수들은 올림픽 대표팀으로 소집하는 선택을 했다.
2001년생으로 역시 올림픽 참가가 가능한 이강인만 A대표팀으로 향한다.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인 올림픽이기에 소속팀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해석된다. 황 감독은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있지 않아 (차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외파인 양현준, 배준호(스토크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는 이번 소집은 물론 올림픽 출전까지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벤투 멤버 대거 복귀한 수비진
수비진에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멤버들이 대거 복귀했다. 주민규와 함께 최초로 A대표팀에 발탁된 이명재, 아시안컵을 거치며 대표팀 핵심으로 자리잡은 설영우(울산)를 제외하면 측면 2명, 중앙 자원 4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경험한 이들이다. 이번에 다시 부름을 받은 권경원(수원 FC), 조유민(샤르자), 김문환(알 두하일) 등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는 A매치 출전 기록이 없다.
황선홍 감독은 "밸런스를 갖추겠다"는 말로 오는 2연전 운영의 힌트를 줬다. 클린스만 감독 시절에 비해 공수, 좌우 밸런스를 맞추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벤투 감독 때처럼 수비진 구성이 왼발잡이와 오른발잡이 선수 분포가 고르게 맞춰졌다"면서 "포메이션 구성도 달라질 것 같다. 공격적인 축구를 보이려 했던 클린스만 감독 시절과 달리 공수 균형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공격축구를 좋아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는 공격수 4명에 미드필더 2명을 기용하는 전술을 즐겨 사용했다. 역시 공격수 출신이지만 황선홍 감독은 '공격 앞으로'만 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드필더로 기용 시 수비적 역할을 맡길 수 있는 박진섭, 공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자원인 정호연의 발탁은 향후 황선홍호의 방향을 예측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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