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에 직·간접적 관여 가능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신유열 전무는 최근 롯데지주 집행위원회에 상근임원으로 합류했다. 롯데지주 이사회에는 △집행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ESG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6개 위원회가 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보상위원회는 이사의 보수 관련 내용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또 ESG위원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과 관련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심의하며 투명경영위원회는 대규모 내부거래 등의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집행위원회는 회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롯데지주 정관은 집행위원회에 대해 “이사회와는 별도로 신속하고 원활한 경영의사결정을 위해 집행위원회를 둘 수 있다”며 “집행위원회는 회사의 중요 경영 사항 중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심의·결정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롯데지주 이사회 위원회 중 상근임원을 두고 있는 곳은 집행위원회가 유일하다. 집행위원회를 제외한 다른 5개 위원회는 3~4명의 등기이사로 구성돼 있다. 롯데지주 집행위원회에는 총 9명의 임원이 근무 중이다. 이 중 등기이사는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과 고정욱 롯데지주 부사장 두 명이다. 이동우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이은 롯데그룹 '2인자'로 평가 받는다.
신유열 전무는 집행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롯데지주 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2017년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를 해체했다. 현재는 롯데지주가 사실상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신 전무는 롯데지주 등기이사가 아닌 관계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집행위원회에서 특정 사안을 결정할 때는 소속 등기이사의 찬반투표를 통해 정해진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때 신유열 전무가 롯데지주 사내이사에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훈기 전 롯데지주 사장이 지난해 말 롯데케미칼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롯데지주 이사진에 공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지주는 신 전무가 아닌 노준형 전 롯데정보통신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유열 전무가 지난해 말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에 보임됨에 따라 집행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신유열 전무의 미래는?
재계에서는 신유열 전무가 차기 롯데그룹 회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자녀 1남 2녀 중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신 전무가 유일하다. 신 전무의 존재감도 최근 커지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말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에 취임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무는 다양한 글로벌 투자 경험을 토대로 그룹 중장기 비전과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 신사업 확대의 중책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롯데그룹 미래성장의 핵심인 바이오 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끌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4대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을 제시했다. 재계에서는 신유열 전무가 미래성장실장에 취임함으로써 해당 신성장 동력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유열 전무의 경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 전무는 지난 3월 5일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에 취임하면서 이사회에 합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설립된 CDMO 기업으로 지난해 1~3분기 매출 1728억 원, 순이익 487억 원을 기록했다. 아직 사업 초기인 관계로 롯데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조만간 송도 메가플랜트 1공장을 착공해 2025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의 롯데바이오로직스 지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롯데지주는 지난해에도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총 2125억 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했다. 그러나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플랜트 부지 매입에만 2422억 원을 지출한 만큼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상장 전까지는 증자와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유열 전무 귀화 가능성 나오는 까닭
신유열 전무가 경영 능력을 입증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신 전무는 일본 국적자다. 국내 정서상 비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부분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한동안 국적 문제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취업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신 전무가 일본 국적을 유지하면 비자 발급을 위한 심사를 거쳐야 하고, 시기에 맞춰 비자 갱신을 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함이 있다.
재계에서는 신유열 전무가 조만간 한국에 귀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병역법상 만 38세부터 병역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신 전무는 1986년 3월 30일생으로 현재 만 37세다. 올해 3월 30일 이후로는 만 38세가 된다. 롯데그룹은 신 전무의 귀화 가능성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