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는 올해 1월 바른손랩스와 NFT와 메타버스 관련 사업화에 대한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 쇼박스와 바른손랩스는 올해 상반기 내에 바른손랩스 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게 목표다. 쇼박스는 다른 NFT·메타버스 기술 업체 몇 곳과도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2년 4월 쇼박스는 마음캐피탈그룹(MCG)으로부터 14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NFT와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당시 쇼박스는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보유한 MCG와 협업해 메타버스와 NFT 사업을 펼친다는 전략을 밝혔다. MCG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투자회사로 LS가 장손 구본웅 대표가 이끌고 있다. 하지만 2022년 10월 MCG가 예정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영화업계에서는 NFT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21년 롯데시네마는 영화 ‘매트릭스: 리저렉션’에 대해 매트릭스 IP를 보유한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NFT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위치크래프트와 협업해 NFT 굿즈 이벤트를 열었다. NFT를 발행해 판매한다면 일정 부분 수익화도 가능하다. 2021년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특송’ IP를 활용한 제너러티브 아트(컴퓨터의 알고리즘을 통해 아트윅을 랜덤 조합한 작품) 형태의 NFT를 판매했다.
콘텐츠 업계 한 관계자는 “IP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최근 쇼박스가 제작한 ‘파묘’나 쇼박스가 배급한 ‘시민덕희’가 흥행하면서 쇼박스를 둘러싼 분위기가 좋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보려는 움직임 같다”고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버블이 꺼졌다. 오히려 제대로 된 기술이 주목받을 수 있다”며 “기존 마케팅 창구와 동시에 NFT 등을 활용한다면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업계에서는 NFT나 메타버스 효과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보다는 메타버스·NFT 연계 사업 움직임이 잠잠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영화관을 레트로 감성에 걸맞게 꾸미는 등 오히려 오프라인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웹3(탈중앙화 기반의 새로운 웹 패러다임) 관련 법제화가 더디다는 점도 NFT와 메타버스 연계 사업의 우려 요인이다. 정부는 메타버스 진흥법은 8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다만 STO(토큰증권발행) 관련 내용은 법제화가 지체되고 있다. 영화 투자·배급사 한 관계자는 “당장 (NFT나 메타버스) 사업화를 추진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했다.
쇼박스 역시 NFT나 메타버스 사업을 독립적인 사업부를 통해 키우겠다는 계획은 아직 없다. 실제 지난해 말 개편된 쇼박스 조직도를 보면 NFT와 메타버스 사업 관련 부서가 따로 신설되지는 않았다. 쇼박스 측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현 조직 인력 활용 후 필요시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쇼박스는 드라마나 영화 등 기존의 영화 제작·배급업을 넘어 최근에는 드라마와 예능 등 콘텐츠 기획·제작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20년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시작으로 드라마 ‘살인자ㅇ난감’과 ‘마녀’를 제작했다. 지난해에는 쇼박스가 제작한 예능 ‘배우는 여행중’이 방영됐다. 그만큼 쇼박스가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진 셈이다.
특히 쇼박스는 웹툰이나 웹소설 등에서 인기를 얻은 IP를 판권 계약을 통해 확보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견고한 팬덤이 구축돼 있다면 이를 메타버스나 NFT를 활용해 IP를 홍보할 때도 유리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그라운드X와 협업해 인기 웹툰 ‘나혼렙’ ‘빈껍데기 공작부인’ 등의 NFT를 발행한 바 있다.
쇼박스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2021년을 제외하고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02억 원, 영업손실 28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매출 567억 원, 영업손실 32억 원과 비교해 매출은 29% 줄고 영업손실은 784% 증가한 액수다. 극장 상영과 판권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영화 매출이 2022년 467억 원에서 2023년 250억 원으로 46% 줄어든 영향이 작용했다.
이와 관련, 쇼박스는 “바른손랩스뿐 아니라 여러 업체와 협업해 메타버스‧NFT 비즈니스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자사가 보유한 작품이나 추후 나올 작품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만 대규모 신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은 없다. 또 현재 주요 사업인 영화나 콘텐츠 기획·제작 매출에 비하면 수익은 상당히 적을 듯하다”라고 했다.
오리온홀딩스 아픈 손가락 ‘제주용암수’
오리온의 물 사업이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오리온제주용암수는 3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오리온제주용암수는 2019년 27억 원, 2020년 45억 원, 2021년 30억 원, 2022년 4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오리온그룹 지주사 오리온홀딩스는 2016년에 제주 토착기업인 오리온제주용암수를 인수해 종속회사로 뒀다.
오리온제주용암수는 2019년 ‘닥터유 제주용암수’를 선보인 뒤, 2020년 6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미네랄 등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경도)이 높은 ‘경수’라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상위권인 ‘제주삼다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은 모두 칼슘과 마그네슘 수치가 적은 연수다. 경수는 연수보다 물맛이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닥터유 제주용암수의 생수 시장 점유율은 1%대에 그쳤다.
유통업계에서는 오리온제주용암수의 경쟁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용암수는 수원지에서 원수를 취수해 여과 과정만 거친 ‘먹는샘물’이 아니다. 제주용암수는 원수 취수 후 여과·정제 과정을 거치고 염분을 걸러낸 정제수에 미네랄 등을 혼합하는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제주삼다수’ ‘아이시스’ ‘백산수’는 모두 먹는샘물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생수 사업은 원수의 질을 얼마나 보장해 내놓느냐가 핵심인데 제주용암수는 혼합음료라 시장에서의 지위가 애매한 듯하다”며 “제품 자체의 차별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스타 마케팅을 해도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제주삼다수는 가수 임영웅, 백산수는 배우 박서준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스타마케팅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음료사업 특성상 초기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회계상 연간 62억 원의 감가상각비가 반영되고 있다. 2022년 실적에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을 적용하면 현금흐름상 17억 원의 흑자를 냈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도가 높은 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바이어들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스타마케팅 계획은 당분간 없다”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