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브랜드 꾸준한 품질 개선·온라인 마케팅 효과…장기적 성장 위해선 ‘고급화 전략’ 과제
‘커피는 9.9위안, 가방은 명품.’
주링허우 세대의 독특한 소비 트렌드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가격을 중시하면서도 때론 품위를 신경 쓴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화장품에서만큼은 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하며 중국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3년은 ‘중국산 뷰티’의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한 해다. 얼마 전 공개된 2023년 중국 화장품 연감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브랜드 시장 점유율은 50.4%였다. 집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그리고 외국 브랜드를 앞질렀다. 중국산 브랜드 매출은 2022년 대비 2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순위에서도 20위권 내 중국산 브랜드는 7개로, 이 역시 역대 최다다. 그동안 상위권을 독차지했던 외국산 브랜드 매출은 한 자릿수 증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중국산의 경우 20~40% 올랐다. 예를 들어 한빔은 2022년 대비 120.91%, 프라이어는 44.49%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온라인 플랫폼 임원은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구매액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가성비가 좋다는 평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동안 의심받았던 품질이 많이 개선된 게 결정적인 이유다. 값비싼 수입산에 비해 품질이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홍보가 먹히고 있다”면서 “자국산이 공급과 유통에 있어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산 브랜드 열풍 주역은 M세대라고도 불리는 주링허우들이다. 소비시장의 주축인 이들의 철학과 행태는 화장품은 물론, 전 영역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상하이시 소비자 권익보호위원회 부비서장인 탕젠성은 “주링허우는 전자상거래 1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가성비를 중시하고, 여러 정보를 수집해 제품을 고르는 데 능하다. 단지 싼 것만 찾는 게 아니라, 합리적 가격에 원하는 제품을 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는 세계적인 스타들을 모델로 앞세워 마케팅을 해왔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주링허우는 달랐다. 탕젠성은 “전통적인 글로벌 스타 마케팅만으론 그들을 끌어들이기 힘들다. 주링허우 세대는 모델이 누구인지보단 제품의 유효성분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브랜드 화장품의 약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품질, 기술 혁신, 디자인 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유명 브랜드의 이름값만 보고 구매하는 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이 역시 주링허우 세대의 소비 행태와 맞물린다.
중국의 화장품 산업은 유럽, 미국 등에 비해 늦게 출발했다. 외국산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 틈새를 노렸던 중국산 브랜드의 성장은 더뎠다. ‘싸고 품질이 좋지 않다’는 게 중국산 브랜드를 향한 시선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확대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국산 화장품 품질과 브랜드 가치는 향상됐다.
외국 브랜드는 수백 년을 걸쳐 전 세계에 대규모 매장을 설치하며 영향력을 높였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시대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국산 뷰티’는 이런 부분을 파고들었다. 외국 브랜드로선 하기 힘든, 생활 밀착형 마케팅을 온라인에서 대대적으로 펼치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유명 브랜드 전문가 팡루이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중국산 뷰티 브랜드 마케팅 기법 특징은 ‘가볍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성공적인 마케팅 이벤트를 통해 수억 개의 트래픽을 얻을 수 있었고, 중국산 뷰티 상승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했다. 팡루이는 “점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는 중국산 뷰티와 전통적인 글로벌 브랜드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23년 소비재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화장품 판매액은 4142억 위안(77조 원가량)으로 2022년 대비 5.1% 늘었다. 이는 전국 소비재 총액의 1%에 달하는 금액으로 그 수치는 매년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통계국은 화장품 시장이 최소 5배 이상 커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화장품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산 브랜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의 온라인 플랫폼 임원은 “중저가로는 한계가 있다. 화장품에 고가를 지불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품질은 기본이고, 이젠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적인 플랜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2023년에만 많은 국내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퇴출됐다.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의 평균 설립 기간은 기껏해야 7년밖에 되지 않았다. 팡루이는 “온라인에 기반한 중국산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유명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업체들도 많다.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망 관리, 그리고 브랜드 자산 축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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