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폐지·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산가 위주…부동산 대책도 서민과 거리 멀다는 지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9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매년 단계적으로 높여 최장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적 기준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제26조의2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공시가격이 적정가격을 반영하고 부동산의 유형·지역 등에 따른 균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세 반영률의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령에 세부사항을 위임해 국회 법 개정 없이 사실상 시세 반영률을 제한할 수 있다. 현재 공시가격의 평균 현실화율은 약 69% 수준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행정·복지제도의 기준 지표다. 공시가격이 덜 오르면 그만큼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 부담이 줄고 기초연금 혜택 대상도 늘어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도 공시가격이다. 공시가격 상승폭이 제한되면 그만큼 종부세 과세 대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세제 혜택은 기본적으로 자산이 많을수록 누리는 혜택도 커지는 구조다.
정부가 추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마찬가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최근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간담회’에서 “배당 확대 기업 주주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설명했다.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배당소득이 연간 2000만 원이 넘어도 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에 합산되지 않고 원천세율(14%, 지방세 포함 15.4%)로 과세된다.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려면 연 5% 시가배당 수익률로만 따져도 투자금액이 4억 원이 돼야 한다. 혜택의 대상이 4억 원 이상 주식에 투자하는 이가 된다는 뜻이다.
다만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확대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 법 개정 사안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같은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자감세가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만하다.
정부가 3월 말 내놓을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에도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내용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다주택 기준 상향(2채→3채),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주택수 제외, 취득세와 양도세의 중과 완화 등을 예상하고 있다.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수요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접근인데 그만큼 부동산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세제 혜택은 일단 법적 요건을 갖춰 시행이 되면 바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 대책은 그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향후 2년간 신축 중소형 주택 10만 호를 공공이 매입해 2만 5000호는 주변 시세 90%의 전세로, 7만 5000호는 주변 시세 50~30% 수준의 월세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과연 10만 호를 어디서 어떻게 매입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공공이 손해를 보는 구조인데 재정부담을 줄이려면 값이 싼 주택을 사야 한다. 값이 싸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아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정책 효과를 평가하려면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을 돕기 위해 서민주거 안정 명분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언한 ‘뉴빌리지 사업’ 역시 현재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서민보다 부자나 자산가에 더 유리할 수 있다. ‘뉴빌리지 사업’은 노후한 원도심의 낡고 오래된 단독 주택과 빌라를 새로운 타운하우스와 현대적인 빌라로 재정비하는 사업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진 뉴타운의 ‘비(非) 아파트 버전’인 셈이다.
어떤 식으로든 새 집을 지으려면 비용이 발생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건설 원가가 급등한 마당에 노후 주택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리 저리 대출이라고 해도 공사비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 낡은 주택일수록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거주하는 경우도 많다. 새집으로 바뀌면 거주하던 세입 주민들만 밀려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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