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솜·주사기 태우는 등 평소 증거인멸 철저…소화전에서 발견된 ‘안경통 속 증거’로 덜미
3월 19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 베어스 원클럽맨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국가대표 출신 전직 야구선수 오재원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
오재원이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첫 마약 혐의 조사를 받은 것은 3월 10일이다. 이날 경찰이 폭행당하고 있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는데 현장에 오재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오재원은 흉기로 여성의 휴대전화 등을 파손하고 야구배트 등으로 위협하며 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로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신고한 여성이 “2022년부터 오재원과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하면서 폭행 사건은 마약 사건으로 급변했다. 그렇지만 오재원은 마약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마약 간이시약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그렇게 오재원은 귀가했다.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경찰은 오재원의 마약 투약과 관련된 결정적인 단서를 추가로 확인하면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19일 체포영장이 발부되면서 강남경찰서는 오재원을 체포했다.
오재원의 신변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했다. 상습 투약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재원이 과거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마약류 약품을 사려다 신고를 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한 2022년에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렇게 오재원을 둘러싼 수사는 마약 투약에서 마약류 약품 대리처방 의혹으로 확대됐다. 마약 혐의 피의자는 초범의 경우 상습 투약 여부가 중요해 경찰 수사 역시 이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강남경찰서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및 대리처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21일 오후 3시 52분쯤 오재원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영장실질심사 도중 오재원이 호흡곤란을 호소해 구급대가 출동하는 일도 있었지만 비교적 빠른 약 한 시간여 만에 영장실질심사가 끝났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법 김미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마약 간이시약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다. 아직 나오지 않은 정밀검사에서도 결과가 음성일 수 있다. 만약 경찰이 또 다른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오재원의 마약 사건은 무혐의로 끝났을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오재원이 평소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패치는 오재원이 평소 땀 빼고, 색 빼고, 털 빼는 과정의 루틴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우선 헬스장이나 찜질방을 찾아 거듭 땀을 빼고 물을 마시는 과정을 반복했다. 또한 탈색약을 구매해 직접 염색을 하거나 미용실을 찾았다. 거듭된 염색(내지는 탈색)으로 모발에서 단백질 케라틴을 제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체 주요 부위를 면도기로 제모하고 겨드랑이 털은 레이저로 없애는 전신제모도 꾸준히 했다.
이미 마약 관련 혐의를 받은 연예인들이 많이 시도했고, 꽤 많은 이들이 성공을 거둔 수법이다. 오재원은 이런 과정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행여 모를 마약 혐의 경찰 조사에 대비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더니 적어도 마약 간이시약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결정적 단서가 된 철두철미한 노력
오재원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 트렁크에 토치를 갖고 다니며 마약 투약 이후 주사기와 피 묻은 화장솜을 바로바로 태워 증거를 없애기도 했다.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마약 혐의가 드러나는 것을 예방해온 오재원은 역으로 경찰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말았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2023년 4월 서울 강남 소재의 지인 집을 찾아 아파트 소화전에 안경통 하나를 숨겼다. 안경통 안에는 필로폰과 주사기가 들어 있었다. 행여 자신에게 수사망이 좁혀올 것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무도 열어보지 않을 것이라 여긴 아파트 소화전이 열린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소화 점검 과정에서 아파트 각 층 소화전을 열어보는 과정에서 문제의 안경통을 발견했다. 바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다. 아파트 소화전은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자주 은신처가 되는 장소다. 결국 경찰은 소화전에서 발견된 필로폰과 주사기의 주인은 찾지 못하면서 안경통만 증거로 보관하고 있게 됐다.
경찰이 오재원의 마약 관련 제보를 접수한 것은 지난 1월이다. 그렇지만 소환 조사를 벌일 만큼 구체적인 제보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오재원이 2022년에도 수사망을 빠져나간 터라 섣부르게 수사를 진행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오재원이 폭행 신고로 경찰서로 임의동행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마약 투약 혐의가 다시 불거졌다. 그렇지만 오재원의 꾸준한 노력으로 마약 간이시약검사 위기를 극복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문제의 안경통을 주목했다. 안경통에 들어 있던 주사기의 DNA와 오재원 DNA를 비교했는데 DNA가 일치한 것. 그렇게 경찰은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고 결국 발부됐다.
오재원은 2007년 두산에 입단해 2022년 은퇴까지 두산 베어스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두산에서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2019년까지 세 차례 우승을 경험했고 국가대표로 선발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우승 등에 기여했다. 은퇴 이후 해설위원으로 활약했지만 다양한 설화에 휘말리다 결국 자진 사퇴했다.
아무래도 오재원의 향후 지도자로 KBO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가 마약에 휘말린 사건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사건은 1991년 장명부, 성낙수 등이 필로폰 상습 복용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건으로 이들은 KBO에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현역 선수로는 애런 브룩스가 유일하다. 2021년 8월 초 미국에서 주문한 전자담배에서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것이 적발돼 소속팀이던 KIA 타이거즈에서 방출됐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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