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와 ‘눈물의 여왕’서 주목받아…2030 약진 보이지만 세대교체까진 ‘아직’
상승세를 탄 tvN ‘눈물의 여왕’이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며 24일 14.1%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위는 ‘재벌X형사’로 23일 시청률 9.3%로 종영했다. 11.0%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재벌X형사’는 ‘눈물의 여왕’의 기세에 눌려 다소 아쉬운 마지막회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조연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박지현은 첫 주연작을 성공리에 끝내며 향후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30대 김지원과 20대 박지현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40~50대 여배우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요즘 안방극장에선 다소 이례적인 흐름이다.
‘연인’ 이후 확실한 상승세를 탄 MBC 금토 드라마는 이하늬를 전면에 내세운 ‘밤에 피는 꽃’으로 성공을 거둔 뒤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 김남주를 기용해 ‘원더풀 월드’를 선보였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5회에서 9.9%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던 ‘원더풀 월드’는 ‘눈물의 여왕’이 시작된 뒤 퐁당퐁당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요일 시청률은 잘 나오지만 ‘눈물의 여왕’과 겹치는 토요일에는 시청률이 하락하는 분위기인데 22일(금)에는 8.5%를 찍었지만 23일(토)에는 6.3%로 내려왔다. 전주에도 금요일엔 9.9%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지만 다음 날 7.3%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시작한 JTBC 토일 드라마 ‘하이드’는 이보영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3월 23일 4.0%로 시작해 24일에는 4.3%를 기록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노리고 있지만 ‘눈물의 여왕’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박지현은 이제 첫 주연작을 소화한 신예지만 1994년생으로 29세의 꽉 찬 20대다. 1992년생인 김지원과 두 살 차이로 곧 30대 배우에 합류한다. 박지현뿐 아니라 요즘 20대 여배우들의 성장이 더디다. 여전히 40~50대 여배우들이 원톱 주인공으로 승승장구하는 상황에서 20대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좁은 자리를 걸그룹 등 가수 출신 배우들과 나눠야 한다.
영화계에서는 여배우의 설 자리가 더욱 좁다. 2023년 한국 영화 흥행 톱10을 보면 여배우 원톱 주연 내지는 남자 주인공과 대등한 분량의 투톱 주연 영화는 3위를 기록한 ‘밀수’와 6위 ‘30일’, 10위 ‘잠’ 등 3편 정도다. 대신 ‘서울의 봄’ ‘범죄도시3’ ‘노량: 죽음의 바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영웅’ ‘교섭’ 등 남자 배우 위주의 영화들이 더 크게 흥행했다.
조인성 박정민 등 탄탄한 남자 배우들도 대거 출연하지만 ‘밀수’의 중심은 단연 김혜수와 염정아다. 여전히 건재한 50대 여배우들이 충무로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 또한 ‘30일’의 정소민, ‘잠’의 정유미 등은 30대였다.
드라마 시장에서는 여배우들의 영향력이 크다. 흥행에 크게 성공한 여성 원톱 드라마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23년 미니시리즈 흥행 톱10을 살펴보면 남성 원톱이 활약한 드라마는 1위에 오른 SBS ‘모범택시2’와 4위에 오른 SBS ‘낭만닥터 김사부3’, 9위 SBS ‘법쩐’ 등 3편 정도다. 2위에 오른 JTBC ‘닥터 차정숙’, 5위 JTBC ‘대행사’, 8위 JTBC ‘나쁜엄마’, 10위 SBS ‘악귀’ 등 4편이 여성 원톱 드라마다. 3위 tvN ‘일타스캔들’, 6위 JTBC ‘킹더랜드’, 7위 MBC ‘연인’ 등 3편은 남녀 주인공의 비중이 비슷한 투톱 드라마다.
2023년 드라마 시장을 주도한 여배우는 ‘닥터 차정숙’의 엄정화, ‘일타 스캔들’의 전도연, ‘대행사’의 이보영, ‘킹더랜드’의 임윤아, ‘연인’의 안은진, ‘나쁜엄마’의 라미란, ‘악귀’의 김태리 등이다. 50대 여배우인 엄정화와 전도연이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선보인 가운데 40대 이보영과 라미란, 30대 임윤아, 김태리, 안은진 등이 그 뒤를 받치고 있다. 남성 원톱 성향의 드라마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모범택시2’의 표예진, ‘낭만닥터 김사부3’의 이성경, ‘법쩐’의 문채원 등도 모두 30대다.
‘나쁜엄마’에서 조연을 맡았고 ‘연인’에서 첫 주연작을 소화한 안은진이 2023년 가장 돋보인 신인 배우인데 그 역시 1991년생으로 30대다.
20대 여배우는 흥행 영화나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사례를 찾기 힘들다. 요즘 한창 잘나가는 40~50대 여배우들은 대부분 20대 시절부터 전성기에 돌입했던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과거에는 여배우들이 20대 초중반에 스타덤에 오르고 결혼과 출산을 즈음해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후 40~50대가 돼 주인공의 이모나 엄마 등의 조연배우로 활동했는데 이제는 20대 초중반부터 50대에 이를 때까지 계속 주연 자리를 지키며 오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20대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캐스팅 과정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극장가에선 확실한 티켓 파워가 보장된 남자 배우 위주로 캐스팅이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 드라마 시장에선 시청률 보증수표인 여배우들도 강세를 보이는데 여전히 40~50대 여배우들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20대 여배우들은 조·단역으로 시작해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즈음에 겨우 주연급으로 발돋움 한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20대 박지현과 30대 김지원이 50대 김남주와 40대 이보영보다 앞서 있다. 2024년 1~3월로 확대하면 MBC ‘밤에 피는 꽃’의 이하늬,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박민영, JTBC ‘웰컴투 삼달리’의 신혜선, JTBC ‘닥터 슬럼프’의 박신혜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하늬는 40대, 박민영, 박신혜, 신혜선 등은 30대다. 2023년과 비교해 30대 여배우들의 약진이 돋보이지만 아직 세대교체를 언급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게다가 박지현의 등장이 매우 이례적일 만큼 20대 여배우들이 잘 눈에 띄지 않는 흐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롱런하는 여배우 스타들이 많아지는 만큼 20대 신인 여배우들의 설 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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