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연대한 진보당 비례·지역에서 선전…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개혁신당은 거대 양당 사이 ‘고전’
#PK ‘단일화’에 울고 웃어
진보당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하면서 민주당과 선거 연대를 꾸렸다. 진보당은 지역구 2곳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했고,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에 3인을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정혜경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5번), 전종덕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11번), 손솔 전 진보당 수석대변인(15번)이다.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PK)에선 야권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뜨거웠다. 부산 연제구에서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연제구청장 출신인 이성문 민주당 후보를 경선에서 꺾고 단일화 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다. 야권에선 연제구를 이번 총선에서 탈환 가능성 있는 곳 중 하나로 꼽는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득표율 차이는 3.21%포인트(p)에 불과했고, 20대 총선에선 김해영 민주당 후보가 현역인 김희정 의원을 3.21%p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13~21대 총선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 정당에서 승리한 부산 연제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진보당 후보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밀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MBC·부산일보 의뢰로 3월 18~19일 무선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정현 진보당 후보가 47.6%로 김희정 국민의힘 후보(38.3%)를 오차범위 밖에서 9.3%p 격차로 앞섰다.
울산 북구에서도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다. 당초 현역 이상헌 의원(재선)은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한 채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한 것에 대해서 반발하며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윤종오 후보에게 단일화 경선을 요구했다. 결국 울산 시민사회단체가 갈등 중재에 나섰고, 단일화 경선이 치러졌다. 경선 결과,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결정됐다. 박대동 국민의힘 후보로선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구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 단일 사업장인 현대자동차가 있어 진보 세가 강한 곳이다.
‘진보정치 1번지’ 울산 동구에선 야권 단일화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과 민주노총, 노동당, 녹색정의당은 2월 2일 이장우 노동당 후보를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했다. 그런데 진보당이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하면서 민주당과 경선을 통해 지역구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했다. 결국 진보당은 김태선 민주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진보당이 당초 노동당 후보를 지지해놓고선, 비례 의석 확보라는 유불리를 따져 민주당 후보를 이중 지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태선 민주당 후보는 줄곧 이장우 노동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사실상 완주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초선)이 야권 분열을 발판 삼아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현역 의원이었던 김종훈 민중당(현 진보당) 후보가 김태선 민주당 후보와의 진보표 분산으로 인해 4.48%p 차로 권 의원에게 석패한 바 있다.
창원시 성산구에서도 야권 단일화가 관전포인트다. 민주당과 진보당에선 허성무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했지만, 여영국 녹색정의당 후보와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여 후보는 실무 책임자 만남을 제안하며 단일화 불씨를 살렸지만, 여론조사 경선은 반대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경남지역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은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 지역구는 야권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린 곳이다. 현역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19대, 21대 총선에서 진보 분열 덕분에 당선되는 데 성공했다. 반면 고 노회찬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여영국 후보는 2019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단일화하면서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서도 3자 구도로 치러진다면,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3선 고지를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S창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5~17일 창원시 성산구 거주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허성무 민주당 후보 34%,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30%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어 여영국 녹색정의당 후보 7%, 배종천 무소속 후보 2%로 나타났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24%, ‘투표할 후보가 없다’는 2%, ‘잘 모르겠다’는 1% 등으로 집계됐다.
#비례정당 득표율 3%도 아슬아슬
진보당과 달리 더불어민주연합 합류를 거부한 녹색정의당은 초비상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정당 득표율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배진교 의원은 ‘인천 남동구을’에서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정미 전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선전했던 인천 연수구을에 후보로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경기 고양시갑에선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의 5선 고지가 험난할 전망이다. 심 의원은 비례대표로 초선을 한 뒤 고양갑에서 내리 3선을 성공했지만, 심 의원을 바라보는 지역민들 시선은 곱지 않다는 평이다. 경인일보가 KSOI에 의뢰해 3월 23~24일 고양갑 지역구 만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성회 민주당 후보 48.3%,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 29.4%, 심상정 녹색정의당 의원 12.4%로 나타났다. 1위 김성회 민주당 후보와 3위 심 의원과의 격차는 35.9%p에 달했다. 2위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와 심 의원과의 격차도 17%p였다.
강은미(광주 서구을) 장혜영(서울 마포을) 녹색정의당 의원(비례)도 지역구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3월 24~25일 마포을 여론조사에서 정청래 민주당 후보 47%,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 30%, 장혜영 녹색정의당 후보 8%로 집계됐다. 강은미 녹색정의당 의원도 민주당 텃밭인 광주에서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거대 양당의 뒤를 이어 지역구 후보를 많이 낸 개혁신당(43명)과 새로운미래(28명)는 1석 확보도 어려워 보인다. 공천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새로운미래, 개혁신당에 각각 합류한 지역구 전·현직 의원들조차도 당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비례 의석 확보에 필요한 최소 조건인 ‘정당 득표율 3%’를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만큼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면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광산을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민형배 민주당 의원(초선)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57%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13%) 지지율의 4배 이상 우위를 보였다. 이어 안태욱 국민의힘 후보는 3%, 전주연 진보당 후보는 2%였다. 전라남도 함평에서 내리 4선을 했고, 전남도지사까지 역임한 호남의 거물급 정치인인 이 대표 입장에선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세종시갑에선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이 당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갭투기 의혹과 재산을 허위 신고한 이영선 후보를 공천 취소하면서다. 김 의원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양자 대결을 치르게 됐다. 김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재선을 지냈으나,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3월 26일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탈당은) 나름 정치인으로 뜻이 있고 생각이 있어 한 행동이지만,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두 후보 중 갈 곳 잃은 민주당 표심을 더 많은 흡수하는 쪽이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TJB대전방송과 충청투데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 23~24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영선 전 민주당 후보 52.1%,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 33.1%,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 5.7%로 집계됐다. 1위 민주당 후보와 김종민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9.1배에 달한다.
공천 결과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박영순 새로운미래 후보(초선·대전 대덕구)는 현역임에도 지역구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앞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 박정현 민주당 후보 50.3%, 박경호 국민의힘 후보 38.9%로 나타났다. 박영순 새로운미래 후보는 4.6%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을에서도 설훈 새로운미래 후보가 현역임에도 당선을 노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3월 11~12일 부천을 거주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기표 민주당 후보 45%, 박성중 국민의힘 후보 25%, 설훈 새로운미래 후보 9%를 기록했다. 설 후보는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도봉구을(재선)과 부천시을(3선)에서 도합 5선을 지냈으나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서울 동작갑에선 전병헌 새로운미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HCN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3월 23~24일 무선 ARS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병기 민주당 후보가 49.5%로 장진영 국민의힘 후보(37.6%)를 오차범위 밖에서 11.9%p 앞섰다. 전병헌 새로운미래 후보 지지율은 4.8%에 그쳤다. 전 후보는 동작갑에서 17~19대 내리 3선을 했으나,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밖에 민주당을 탈당,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유승희(서울 성북갑) 새로운미래 후보도 당선을 노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개혁신당은 후보들마저 이탈하고 있다.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는 2020년부터 사무실을 내고 표밭을 다져온 성남시분당구갑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3월 22일 류 후보는 SNS에 “‘세번째권력’과 ‘새로운선택’에서 제시했던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준석 대표와 금태섭 최고위원을 비롯해 어려운 길을 끝까지 가겠노라 결단한 모든 출마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화성시을에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 중이나, 1위 후보와 격차가 상당하다. 인천일보·경인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 15~16일 ARS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영운 민주당 후보 46.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23.1%,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20.1%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19대부터 21대까지 내리 3선에 성공한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 지역구지만, 지역민들은 개혁신당 대신 민주당 후보를 택한 셈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은 지역구 현역임에도 당선을 노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원욱 의원은 이번에 신설된 화성시정에 출마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비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구병)과 3파전을 치른다. 거대 양당 후보가 현역 의원인 만큼 이원욱 개혁신당 의원이 고군분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은(재선·경기 남양주갑)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 중이다. 인천일보·경인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 17~18일 무선 ARS 100%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민희 민주당 후보가 48.8%로 유낙준 국민의힘 후보(32.6%)를 오차범위 밖에서 16.2%p 앞섰다. 조응천 개혁신당 의원은 8.9%에 그쳤다. 조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20·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지역구를 옮겨 승부수를 던진 후보들도 상황은 좋지 않다. 양향자 개혁신당 원내대표(초선·광주 서구을)는 경기 용인시갑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일보·경인방송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3월 22~23일 무선 ARS 100%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상식 민주당 후보 49.4%,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 33.5%, 양향자 개혁신당 후보 4.1%로 집계됐다.
서울 종로구에서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TV조선 여론조사 결과 곽상언 민주당 후보 43%,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 33%, 개혁신당 금태섭 후보 4%로 나타났다. 금 후보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서구갑에서 당선된 바 있고, 21대 총선에선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후보는 기반을 닦던 서울 동대문을 대신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했다. 매일경제·MBN이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3월 18~19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현일 민주당 후보 50%, 김영주 국민의힘 후보 35%로 집계됐다. 허은아 개혁신당 후보 지지율은 5%에 그쳤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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