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낙하산 인사 잡음을 차단하려고 총선 이후까지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낙하산 인사 선임 논란에 종종 휘말리곤 했다.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 선임은 '중소기업은행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은행장이 후보자를 제청한 후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임명한다.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 4명 중 김정훈·정소민 이사의 임기가 오는 4월 7일 만료된다. 내규에 따라 이 중 2021년에 이미 한 차례 연임한 김정훈 사외이사는 교체해야 한다. 임기 만료가 채 2주도 남지 않았지만 IBK기업은행 측은 인사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선 이번 총선 이후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선임 절차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14년간 IBK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정부 측 인사가 주를 이뤘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됐던 유재한 전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정책실장을 지냈다. 같은 해 임명됐던 조용 전 사외이사도 강원도 정무부지사 및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 거쳤다. 2012년 임명된 한미숙 전 사외이사도 대통령실 중소기업비서관 출신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임명됐던 이승재 전 사외이사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였다. 제7대 해양경찰청장으로 재직한 후 2018년 3월 IBK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017년 김세형 사외이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다. 김 사외이사는 낙하산 논란이 확산되자 선임된 지 1년도 안 돼 자진사퇴했다.
이어 2018년에는 김정훈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전문위원 겸 운영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는 전·현직 금융기관 관계자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로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국책은행 사외이사의 낙하산 선임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국정기조를 공유하는 해당 분야 전문인사를 보낸다면 낙하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해 충돌 발생과 같은 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 선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 관심
IBK기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에 따라 사외이사를 선임할지 여부에도 눈길이 쏠린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동조합이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활동에 반영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내포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2년 1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 6개월 이후부터 해당 법령의 시행에 들어갔으나 국책은행 등 기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노조 측은 “2022년 노조 측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를 은행장 동의를 얻어 금융위에 올렸지만 임명되지 않았다”며 “당시 신충식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 이후 후보자가 없어 1년의 임기를 더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23년 3월 사외이사 임명 건에서는 노조 측에서 추천한 후보가 금융위에 제청되지 못했는데, 금융위에서 이미 정해놓은 후보가 있었다”며 “당시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후보를 본인이 변경하기는 어려웠다며 노조에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최서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IBK기업은행지부 국장은 “노조추천 사외이사 중 금융권에서 실제로 선임된 사례는 2022년 한국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며 “또 정부 성향상 올해는 노조추천 인사를 올려도 해당 후보자가 선임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은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실천할 공공기관 의지가 부족하다”며 “유럽에서는 사외이사의 3분의 1 가까이 노동이사제로 선임되고 있다”며 “노사협력적 관계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노조추천 이사회가 원활히 운영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