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보수는 연결기준, 배당은 별도기준 계산…“ESG가 표준인 시대에 이중 기준은 부적절”
두산의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는 데다 지주사가 ‘저PBR 관련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위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계산 기준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두산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총 84억 8100만 원이었다. 2022년 64억 8100만 원보다 30% 올랐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주)두산에서 전년(19억 7700만 원) 대비 47% 증가한 총 29억 1400만 원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도 약 25억 8000만 원을 받아 두 기업에서 약 54억 9400만 원을 수령했다.
이는 두산그룹의 실적 개선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주)두산은 재무·전략성과 과제 등의 계량적 지표(MBO)와 성장성·시장 상황·포트폴리오 개선 등 비계량적 지표(정성평가)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단기·장기 성과급을 임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주)두산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은 약 16조 99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2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25% 오른 1조 1260억 원으로 나타났다.
박정원 회장의 상여는 37억 400만 원에서 52억 1500만 원으로 약 40% 올랐다. 박지원 부회장의 성과급도 10억 4700만 원에서 66.57% 오른 17억 4400만 원이었다. (주)두산 자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 2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8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늘리는 안건을 통과하기도 했다.
오너 일가 상여금 상승률에 비해 두산의 배당 정책은 정체돼 있다. (주)두산은 배당금을 올해 2000원으로, 3년 연속 동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우선주를 제외하면 7년째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두산밥캣은 배당금을 1350원에서 1600원으로 올렸지만 배당 성향은 오히려 21%에서 17.3%로 감소했다. 스캇성철박 두산밥캣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 인상률(약 31%)과 비교하면 두산밥캣의 배당 정책은 더욱 아쉬워 보인다.
두산그룹의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오너 일가의 보수가 너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9일 “박정원 회장의 보수는 다른 대표이사들의 5배가 넘는다. 회사에서 차상위 보수 수령자는 미등기임원이며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이다. 박지원 부회장의 보수 역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들의 2배 수준이다. 다른 임원들과 비교하여 지배주주 일가 임원에게만 과도하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거나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회사는 이사 보수를 심의하는 보수위원회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자문사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을 반대한 바 있다.
두산그룹 측은 임원들의 보수와 배당금 책정 기준이 달라 연결 지어 바라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주)두산과 두산에너빌리티 임원들의 급여와 상여는 대부분 연결기준 실적을 바탕으로 하는데, 배당금은 별도기준 실적으로 결정된다. (주)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 272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별도기준으로는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적자였음에도 배당금을 동결했기에 (주)두산 입장에서는 오히려 주주들을 배려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지난해 연결기준 약 555억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별도기준으로는 약 1041억 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년 연속 적자다. 연결기준 주당순이익도 87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을 재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기도 하다.
보수와 배당금 책정 계산 기준을 달리하면 주주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주)두산이나 두산에너빌리티가 연결기준으로는 준수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별도기준으로는 모두 적자인 까닭은 두산밥캣의 호실적이 반영된 덕이다. 두산밥캣에 대한 의존도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가 표준인 시대에 이러한 이중 기준은 부적절하다고 보이며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주주들의 배당금은 적게 계산하고, 오너 일가의 보수는 높게 책정한다는 건 정보 투명 공개 시대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이러한 기준 탓에 임원들이 2~3년 단기적으로 실적을 올려놓고 빠지는 식으로 자기 수익을 높이는 이기심을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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