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액 따라 BJ들 퇴출 여부 결정…BJ 커맨더지코, 지난해 400억 수익
인터넷 방송 아프리카TV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엑셀 방송에선 유명 BJ가 인지도가 다소 낮은 BJ들을 초청한다. 후원 금액에 따라 BJ들 순위가 나열된다. 후원 금액이 최하위권인 경우 퇴출당하는 규칙이 있다. 때문에 BJ들뿐 아니라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후원 경쟁이 뜨겁다. 엑셀 방송은 게스트로 참여한 BJ들 이름을 후원 금액에 따라 엑셀 파일에 정리하듯 나열한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선정성 문제 등 엑셀 방송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형사처벌은 어려운 실정이다.
#후원 금액에 따라 순위 매겨
엑셀 방송은 대체적으로 퇴근 후 회식한다는 콘셉트로 진행한다. 술을 마시면서 방송하는 소위 ‘술 먹방’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가 후원금을 내면 노래가 자동 재생되며, 지명된 BJ는 나와서 춤을 춘다.
BJ 순위에 따라 부장 차장 과장 팀장 등 직급을 매긴다. 직급이 높을수록 수입도 많아진다. 높은 직급에 있는 BJ가 아래 직급에 있는 BJ에게 갑질을 할 수 있다. 엑셀 방송을 주최하는 BJ는 대표나 사장 등 최상위 직급이기에 수입을 가장 많이 챙긴다.
순위가 하위권이면 벌금을 내는 경우가 있다. 최하위권이면 엑셀 방송에서 퇴출당할 수도 있다. 직장인이었던 30대 남성 A 씨가 1억 5000만 원 상당의 빚이 생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A 씨는 자신이 후원하던 여성 BJ B 씨의 퇴출을 막기 위해 하루에 최대 5000만 원까지 후원했다. B 씨는 엑셀 방송 중 A 씨에게 카톡으로 “A 씨야… 뭐 해…”라며 후원을 보채기도 했다.
#별풍선 수입 상위권 대부분 '엑셀 방송'
별풍선(아프리카TV 후원금) 집계 사이트 풍투데이에 따르면 엑셀 방송 체계를 확립한 BJ 댄동단장태우는 2023년 동안 별풍선 1억 3143만 7337개를 받아 3위를 기록했다. 2023년 연간 별풍선 집계 1위 BJ 커맨더지코와 2위 BJ 박퍼니도 주력 콘텐츠가 엑셀 방송이다. 커맨더지코는 3억 9756만 187개, 박퍼니는 1억 9058만 2192개를 기록했다.
별풍선 하나당 가격은 100원(결제 시 부가세 10% 포함)이다. BJ는 최소 500개부터 환전할 수 있다. BJ 등급에 따라 환전 수수료가 달라 별풍선 1개당 수수료를 떼고 받는 돈은 일반 BJ 60원, 베스트 BJ 70원, 파트너 BJ가 80원이다. 별풍선을 100원으로 단순 계산 시 2023년 동안 커맨더지코는 397억 5601만 8700원, 박퍼니는 190억 5821만 9200원, 댄동단장태우는 131억 4373만 3700원을 번 셈이다.
게임, 캠방 등 다른 콘텐츠가 주력이었던 인기 BJ들도 엑셀 방송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BJ 김인호는 2023년 8월, 박가린·BJ 케이는 2023년 11월, BJ 철구는 2024년 1월부터 엑셀 방송을 주최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별풍선 수입 순위도 상위권이다. 풍투데이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3월 27일까지 별풍선 수입은 케이가 5959만 3781개(59억 5937만 8100원)로 2위다. 김인호는 5064만 7923개(50억 6479만 2300원)로 4위, 철구는 4725만 9153개(47억 2591만 5300원)로 5위, 박가린은 2810만 8608개(28억 1086만 800원)로 7위다.
#A 씨 유족, BJ 등에 사기 혐의 고소
게스트로 참여한 BJ들은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명 인터넷 방송인이 주최하는 엑셀 방송에 참여하게 되면 수입을 늘릴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확보할 수도 있다. 소위 ‘신인 발굴의 장’인 셈이다.
엑셀 방송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다. “룸살롱 문화를 인터넷 방송 형태로 옮겨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자극적인 경쟁으로 BJ들끼리 신경전이 벌어진다. BJ 임블리는 유튜브 생방송으로 진행된 엑셀 방송 중 다른 멤버와 다투다가 2023년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자택에서 숨지기도 했다. 후원금을 과하게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A 씨 유족은 여성 BJ B 씨와 방송관계자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힘들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미디어 전문 신상진 가로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B 씨 등에게 속았다기보단 A 씨가 본인 의지로 적극 후원한 측면이 강하다”며 “현시점에선 기망행위로 보기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엑셀 방송 자체에도 위법성은 없기에 강력하게 제재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신 변호사는 “프로듀스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과 같이 엑셀 방송에서도 순위 등을 조작해 시청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며 “생방송이나 동영상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면 아프리카TV를 비롯해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도 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요신문은 아프리카TV 측에 엑셀 방송 관련 질의를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오지 않았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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