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활란 관련 과거 유튜브 발언 파문 확산…당 지도부 권고에 사과했지만 수도권 표심 악재
#김준혁 후보 막말 파문
한신대학교 교수이자 역사학자인 김준혁 후보는 2019년 2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의 ‘김복동 할머니 그리고 일본군인 박정희’ 편에 나와 “박정희라고 하는 사람이 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들 상대로 XX(성관계)를 했었을 테고”라고 했다. 진행자인 김용민 씨가 “진짜요?”라고 묻자 “가능성이 있었겠죠.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니까”라고 답했다.
김용민 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문경초등학교 선생 할 때도 학생하고”라고 말하자 김 후보는 “당시에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이라고 생각했더니”라며 “(그 시절에는) 배우러 나이 먹은 학생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하고의 관계도 분명히 있었던 거죠”라고 말했다.
또 김 후보는 “박정희하고 최태민은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도 사실은 박정희하고 XX 파트너였다. 같이 술 마시고 마약을 함께 하고”라고 주장했다.
2019년 4월 같은 채널의 ‘성폭력, 조선의 응징은 참수였다’ 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저질렀냐는 김용민 씨 질문에 “박정희는 뭐 제가 봐서는 엄청 했다고 봐야 되겠지”라고 답변했다. 김용민 씨가 “박정희 마약, XX. 버닝썬하고 다르지 않네요”라고 하자 김 후보는 “똑같다고 봐야지. 그런데 이제 박정희는 그러한 버닝썬같이 그런 데서 하지 않고, 바로 청와대 안가에서 한 게 문제인 거지”라고 했다.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에 대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는 2022년 8월 김용민TV에서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상납 시켰다”고 했다. 이어 김 후보는 “김활란이 일제강점기에도 친일파였는데 독립운동가로 위장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4월 3일 기준 이 영상들은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지역구인 수원에 관해서는 성적인 비유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2017년 9월 ‘국민TV’의 ‘김용민, 곽현화, 김준혁의 수상한 이야기’에서 김 후보는 수원 화성을 설명하면서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는데 그 자리가 천하 명당자리라고 하는데 그때 모든 풍수 지관이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이 자리는 바로 여인 젖가슴의 자리고 그래서 이 자리는 유두다. 여기서 젖이 나와서 사람들에게 젖을 주는 자리기 때문에 천하의 명당”이라고 설명했다.
#12년 전 김용민 막말 재판될라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김 후보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위안부 피해자를 성적으로 모욕한 것에 충격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씨는 4월 2일 조선일보에 “이런 사람이 당선돼 정치를 한다면 망언밖에 더 하겠나,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다 살아나 나라 찾아왔더니, 더러운 망언을 들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김 아무개 씨는 김 후보를 고소했다. 김 씨 대리인인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신문에 위안부 발언, 문경초등학교 관련 발언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최태민 발언에 대해서도 (추가로) 고소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화여대는 김활란 총장 관련 발언을 두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화여대는 4월 2일 입장문을 내고 “김준혁 후보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본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중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김 후보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후보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일요신문 통화에서 “(김 후보가) 했던 (김활란) 총장이 재학생을 성상납 시켰다는 이 발언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활란 총장이 초대 회장으로 있었던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협의회는 “김 후보는 2022년 8월 ‘김활란 초대 회장이 미군정 시기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한테 성상납시켰다’는 발언을 했다”며 “저급한 언행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에게 치욕감과 모욕감을 줬다. 국회의원 후보라는 사람이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구별할 줄 아는 양식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이화여대가 있는 서대문구갑에 출마한 이용호 국민의힘 후보는 “이화여대와 그 구성원들을 능멸한 망언을 한 것이 드러났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여사를 종군 위안부 동원자로 낙인찍고 이화여대생을 미군에 성상납한 사람들로 추락시켰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입장문에서 “저는 국회의원 후보자 신분이기 이전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자입니다. 학문적 논거 없이 일방적인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부디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저의 주장에 대한 논거를 꼼꼼하게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발언의 근거도 올렸다. 문경초등학교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중앙일보의 ‘[실록 박정희대] 36. 젊은 날의 로맨스(1997.11.23.)’를 근거로 제시했다. 기사에는 박 전 대통령이 교사 시절 기혼 사실을 숨긴 채 한 제자에게 청혼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위안부 성관계 관련 주장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김활란 총장 발언에 대해서는 이임하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수의 ‘한국전쟁과 여성성의 동원(2004년 12월)’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 후보 측은 블로그에서 “김활란 총장이 ‘낙랑클럽’이라는 미군 장교 및 외교관 대상 고급 사교모임을 운영하며 성접대를 주도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한국전쟁 시기에 한국 정부가 여성들을 동원해 참전 군인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성매매를 시행했다는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논문에서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유엔군) 장교들이나 외교관, 민간 외국인들을 위해 유흥을 제공하고 한국정부와 이승만에게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며 나아가서는 필요한 정보의 수집이 홍보외교동맹과 낙랑클럽의 주요한 임무였다(113~114쪽)”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홍보외교동맹과 낙랑클럽을 주도했던 김활란 총장이 이화여대 학생들을 동원해 성상납이나 성접대를 했다는 문구는 없다.
수원 화성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은 제 주장이 아니라 전통적인 풍수가들의 견해를 인용한 것으로 그분들은 한결같이 수원 화성의 터가 천하명당이라 말했다”며 “제 발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여성비하 또는 성희롱으로 매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에선 김 후보 발언이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류가 확산됐다. 2012년 총선 때 수도권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던 소위 ‘김용민 막말’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정치권에선 김용민 후보의 막말로 인해 민주당이 최대 10석을 손해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김 후보에게 이화여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선대위는 입장문에서 “민주당 선대위 상황실은 김준혁 후보의 과거 유튜브 방송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학교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김 후보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4월 2일 밤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 후보는 “제가 수년 전에 유튜브에서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 및 관련 발언에 있어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김 후보는 “아울러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 등, 우리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온몸으로 증언해 오신 분들께도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고 박정희 대통령 유가족분들, 그리고 제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과거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많은 국민 여러분들께도 거듭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적었다.
그러나 ‘막말 후폭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김 후보의 사과문을 보면) 표현이 거칠었다. 절제되지 않았다고만 얘기했을 뿐이지 마치 그것이 지금도 사실인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며 “사과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고소를 취소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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