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주 “교문 축하 현수막, 변화 실감”…배아현 “무명 탈출, 등수 중요치 않아”…오유진 “할머니 다독임 덕에 힘 내”
특히 이번 시즌에선 최연소 진 정서주(16)와 미 오유진(15)을 비롯한 10대 트롯 가수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는 호평이 나왔다. 여기에 8년 무명을 딛고 완성형 가수로 당당히 인정받으며 선을 차지한 배아현(28)까지, 새롭게 ‘미스트롯’ 진선미의 얼굴이 된 이들이 창간 32주년을 맞이한 일요신문과 만나 3개월간 이어진 숨가쁜 ‘트롯 마라톤’의 후일담을 털어놨다. 이하는 진 정서주, 선 배아현, 미 오유진과의 ‘미스트롯3’ 후기 인터뷰 일문일답.
―먼저 ‘미스트롯3’ 진선미 등극을 축하드립니다. 방송 이후 유명세로 달라진 주변의 시선이 체감되시나요?
정서주(정): 학교에 갔는데 교문 앞에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더라고요. ‘미스트롯3 최연소 진, 정서주 축하한다’ 이렇게요(웃음). 친구들이 다 보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또 감사하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많이 알아봐 주셔서 같이 사진 찍자면서 사인도 받아 가세요(웃음). 부끄럽지만 그때 제 변화를 제일 크게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아현(배): 저는 쉬는 날에 민낯으로 등산을 갔었거든요. 당연히 아무도 못 알아보실 줄 알고 올라가다가 숨이 차서 마스크를 벗었더니 등산하시던 아주머니께서 절 알아보시는 거예요. 엄청 당황했죠(웃음). 또 고깃집을 갔더니 절 알아보시고 응원했다며 된장찌개를 리필해 주시더라고요. 맛있었습니다(웃음).
오유진(오): 학교에서 제가 제일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축구부 친구(여학생)가 있었는데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랬는데 제가 ‘미스트롯3’에 나가고 그 친구가 제게 투표했다고 말해주면서 친해졌어요! 제게 ‘네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더라고요(웃음).
―결승전 투표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많았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으셨을 것 같은데.
배: 저와 서주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어요. 특히 저는 현장에서 이 친구가 얼마나 잘하는지 알았으니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저 같이 열심히 하자고만 말했죠. 톱7이 된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결승 무대에서 장난이나 치고 있었는데 그런 논란이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어요(웃음). 등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8년 무명 생활을 딛고 항상 고민했던 게 배아현이란 가수가 대중들께 사랑 받을 수 있을지였는데, 제 이름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벌써 이뤘으니까요. 저흰 서로 서로 다 행복한데 왜 그런 논란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웃음).
―이번 ‘미스트롯3’에서는 어린 세대들의 활약이 큰 이슈가 됐습니다. 트롯이 성인 가요로 한정되지 않고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요.
오: 맞아요. 트롯에는 모든 연령대가 들어도 신나는 노래가 있고, 또 감동을 주는 슬픈 노래도 있죠. 저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그분들이 일하실 때 옆에서 같이 듣다가 입문하게 됐거든요(웃음). 제가 직접 듣고 불러보니 할머니 할아버지만의 노래가 아니라 모든 연령대가 다 즐길 수 있고,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좋은 장르더라고요. 이렇게 트롯 세대가 어려지면서 그 주자 안에 제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른다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경연이다 보니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죠. 시청자들의 평가도 매서울 테고요.
정: 저는 일부러 저와 관련한 말들을 다 찾아봤어요. 이런 프로그램에 첫 도전하는 것이다 보니 반응이 너무 궁금했거든요. ‘나를 좋아해 주실까. 방송에 비춰지는 내 모습을 어떻게 보실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욕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것에 크게 충격을 받아서 오히려 그때부터 계속 매일 들어가서 찾아보게 됐어요. 사실은 끊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말이에요.
오: 저는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제 가정사를 밝힌 적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사실 그런 걸 정말 싫어하세요. 그 이야기 때문에 저를 불쌍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저희 할머니가 항상 댓글을 모니터링 해주시는데, 안 좋은 댓글을 보게 될 때면 제게 늘 ‘네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나는 널 자랑스러운 손녀로 생각하니 그런 사람들에게 기죽을 필요 없다’며 저를 많이 다독여주셨어요. 그 덕에 힘을 받았죠.
―그런 긴장과 압박 속에서 가장 힘이 됐던 건 역시 가족일까요?
배: 무대에 올라가기 전 늘 ‘실수만 하지 말자, 지금껏 연습해 왔으니 실수하지 않고 편안하게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그러면 떠 있던 호흡도 싹 가라앉으며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렇게 무대를 실수 안 하고 잘 끝내고 나면 엄마가 생각나요. 함께 가장 고생해주시고 저를 가장 가까이에서 응원해 주시는 분이 바로 엄마거든요. 무대 연습을 오전 10시에 시작하면 밤 12시, 새벽 1시 넘어서 끝나는데 엄마는 그동안 차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세요. 무대 하나하나를 끝낼 때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기억에 남아있죠.
―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하면 팬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오: ‘트롯전국체전’에 출연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를 사랑해주셔서 그 애정을 바탕으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는데 그곳에서도 저를 응원해 주셨어요. 그리고 이번 ‘미스트롯3’에서도 한결같으셨고요. 그런 마음들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져요. TV로 본다면 오디션 한두 개로만 보이지만 사실 그게 짧게 하는 게 아니라 몇 개월씩 촬영하게 되잖아요? 그 몇 개월 동안 변함없이 아껴주시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클 수밖에요.
정: 저도 유튜브 활동할 때부터 항상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이번 ‘미스트롯3’에 나올 땐 촬영장에 광고 트럭을 보내주셔서 ‘정서주 응원한다’고 홍보해주셨죠(웃음). 그런 걸 보내주신 분이 저희 팬밖에 없었대요(웃음). 그 덕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욱 더 열심히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을 이전보다 더욱 많이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 이제는 정말 많은 트롯 프로그램이 있지만 ‘미스트롯’ 시리즈만이 갖는 커다란 상징성이 있죠. 그 기회를 잡아 진선미의 자리에까지 오른 만큼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 가수들에게도 조언해주신다면.
배: 8년이란 무명 세월을 보내며 많은 친구들을 봐 왔어요.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정말 간절하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계속 이 길을 걷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끝까지 하다 보면 무조건 기회는 오는 것 같아요. 그걸 믿고 끝까지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포기하지 않고, 끈을 놓지 않았기에 이런 큰 기회가 온 것이니 제 경험을 보고 많은 힘을 얻었으면 해요.
오: 뭐든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도전을 어려워해서 누군가가 ‘너 이거 해 볼래?’하면 ‘못하겠어요’하는 성격이었는데 어느 날 할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넌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 싫다 그러냐?’고. 그 뒤로 뭐든지 도전적으로 하게 됐고요. 도전해서 일단 안 되면 못하는 거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된다면 또 그것대로 좋은 거잖아요? 도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정: 앞에서 다들 너무 좋은 말씀을 다 해주셔서 제가 더 할 말이…(웃음). 두 분 말씀처럼 저 역시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가는 게 제일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스트롯3’에 나오기 전 저 역시 유튜브에 꾸준히 노래를 올려왔거든요. 어떤 일이든, 무엇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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