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삼세번 도전 끝 감격의 우승…대한항공 통합 4연패 달성 ‘왕조’ 위용 뽐내
#현대건설 챔피언결정전서 3-0 완승
하루 먼저 마무리된 여자부의 왕좌에는 현대건설이 올랐다. 강한 전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던 아쉬움을 이번 시즌에 털어냈다.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간 리그 내 강팀으로 군림해왔다. 2021-2022시즌에는 31경기를 치르는 동안 3패만 기록,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V리그 여자부 역대 최고 승률·최다승·최다 승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시즌이 조기에 종료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대건설은 앞서 코로나19가 최초 발생한 2019-2020시즌에도 1위를 달리다 리그가 문을 닫는 상황을 겪은 바 있다.
2022-2023시즌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했다. 개막 이후 15경기 동안 패배 없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즌 중반을 넘어서며 팀 내 큰 비중을 차지하던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했고 정규리그 2위로 미끄러졌다. 이어진 포스트시즌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전력에 변화가 생겼다. 레프트 포지션에서 균형을 잡아주던 황민경이 FA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2년간 각종 기록을 만들었던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와 결별했다.
현대건설은 야스민 대신 GS칼텍스에서 V리그 경험을 쌓은 카메룬 출신의 모마를 지명했다. 196cm의 장신을 자랑하던 야스민과 달리 184cm로 압도적인 높이는 아니다. 황민경의 FA 이적 공백은 신규 도입된 아시아쿼터제를 활용, 태국 출신의 위파위 시통을 영입했다.
현대건설은 1라운드에서 3승 3패를 기록하며 쉽지 않은 시즌임을 예고했다. 1라운드 이후부터 신입생들이 팀에 적응하며 착실하게 승점을 쌓아 나갔다. 결국 3라운드에서 경쟁팀 흥국생명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갔다.
현대건설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즌이 막판으로 치닫던 5라운드, V리그 데뷔 시즌을 치르던 위파위가 어깨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공수 균형을 잡아주던 존재가 빠지자 현대건설은 급격히 흔들렸다. 반면 탄탄한 전력을 구축하던 흥국생명은 이들을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심지어 흥국생명은 시즌 최종전을 현대건설보다 일찍 치르며 1위 자리에 올라 있었다.
운명의 최종전, 현대건설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풀세트를 치른다면 정규리그 우승을 그대로 흥국생명에 내줄 위기를 맞았다. 이들은 최종전 상대 페퍼저축은행에 첫 세트를 내주며 그간의 악몽을 반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세트스코어 3-1로 최종전 승리와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챔프전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시즌 막판까지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관장과 3차전까지 가는 강행군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체력·집중력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현대건설은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우승컵을 안았다. 경기 내용은 결코 쉽지 않은 승리였다. 매 경기 1세트를 흥국생명에 내주며 끌려가는 경기를 치렀다. 특히 첫 경기에서는 세트스코어 0-2로 몰리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에서 우위를 보였다. 공격 점유율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모마의 공격이 빛을 발휘했다. 모마는 챔프전 MVP로 선정됐다. 최다 승점, 최다 연승 기록 등을 세우고도 우승컵을 놓쳤던 선수단은 3년 만에 미소와 함께 시즌을 마쳤다.
#대한항공 두터운 선수층으로 난관 극복
남자부는 대한항공이 다시 한 번 '왕조'의 위용을 뽐냈다. 이들은 이번 시즌까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석권하며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V리그 역사상 최초다. 과거 절대적인 왕조로 군림하던 삼성화재조차 이루지 못한 역사다.
대한항공은 4년 동안 정상을 지켰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정규리그가 종료된 시점, 2위 우리카드와 승점 단 1점 차이인 순위표만 봐도 이번 시즌의 우승 난이도를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V리그 남자부는 근래 보기 드문 혼전을 거듭했다. 4라운드가 종료되고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하는 시점까지 선두는 우리카드였다. 삼성화재와 4라운드 6연승을 기록한 OK금융그룹 등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이 없었다. 이전까지 절대 1강으로 군림하던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모든 팀을 상대로 최소 2패씩 기록했다. 우리카드엔 2승 4패로 시즌 전적서 밀렸다. 자연스레 지난 시즌 7할이 넘었던 승률(0.772)은 0.639로 떨어졌다.
비시즌부터 흔들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았던 대한항공이다. 임동혁·정지석을 비롯한 주요 전력 5인방은 여름 내내 아시안게임 포함 3개 대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참가했다. 팀의 주장이자 노장 세터 한선수는 아시안게임에 차출됐다.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에이스 정지석은 탈이 났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2라운드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3라운드에서는 코트에 복귀했으나 이전과 같은 강력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정지석이 빠진 사이 분전해야 할 외국인 선수도 속을 썩였다. 직전 두 번의 우승에 힘을 보탠 링컨 윌리엄스와 이번 시즌도 재계약을 맺었으나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시로 데려온 무라드 칸을 '정규직'으로 눌러 앉혔지만 시즌 막판 불안한 모습을 노출, 대한항공은 챔프전을 앞두고 막심 지갈로프를 대체선수로 지명했다. 한 시즌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오가는 어려운 시즌을 겪었다.
흔들리던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내놓은 해답은 두텁게 만든 선수층이었다. 링컨의 부상 공백을 아시아쿼터 에스페호와 임동혁 등으로 메웠고 정한용·김민재 등 2000년대생 어린 선수들의 비중을 늘렸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우승 확정 이후 "이번 시즌 2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득점을 올렸다"며 선수단 뎁스를 자랑했다.
4년간 우승 트로피를 독식한 대한항공은 다음 시즌 또 다시 자신과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30대 후반의 세터 한선수와 유광우,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 등은 한 살 씩 더 먹는다. 주요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임동혁은 군복무에 돌입한다. 이미 역사를 쓰고 있는 대한항공이 다음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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