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교육까지 확대하거나 여행‧요양·상조업까지 진출…실적은 희비 교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8.2%를 차지하며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학령인구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21년 267만 2000명에서 지난해 260만 5000명으로 2.5% 감소했다.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근거로 보면 2030년 초등학생 수는 161만 명으로 200만 명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9년 만에 100만 명 이상이 줄어드는 격이다.
교육기업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영유아‧초등학생에서 성인, 고령층으로 사업 대상을 넓히거나 비교육 부문 사업에 도전하며 영역을 확장해왔다.
대표적 기업으로 ‘구몬’ ‘빨간펜’ 등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이 꼽힌다. 2003년부터 교원그룹은 생활문화 사업분야에 투자 등을 지속해오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2011년 설립한 상조회사 교원라이프는 업계 3위 기업으로 급성장했고, 교원투어도 코로나19 이후 여행패키지, 에어텔 등 상품군을 늘려가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펫(애완동물)전문호텔도 오픈할 예정이다.
교육사업 분야에선 50세 이상 시니어 회원을 확보하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교원 빨간펜은 이달 중으로 유‧초등생 대상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교원 관계자는 “현재 교원그룹의 사업 비율은 교육과 비교육(렌탈‧호텔‧여행‧상조 등)이 7:3정도”라며 “앞으로는 교육과 비교육 분야 사업 비율을 5: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눈높이’로 알려진 ‘대교’도 디지털 전환과 시니어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3년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1년 취임한 대교그룹 2세 강호준 대표는 에듀테크와 시니어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아동 청소년 중심의 교육사업에서 시니어 인구까지 확대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22년 1월에는 독립법인 ‘대교 뉴이프’를 설립해 시니어 인지 활동 콘텐츠‧장기요양보험 서비스‧요양보호사 교육원‧시니어 라이프 케어 제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법인을 설립한 후 지속해 온 강원심층수 사업도 2021년 처음으로 매출 10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대교의 신사업은 교원그룹과 대체로 비슷한 결을 맞추고 있지만 매출 성적에선 다소 힘에 부치는 인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대교의 매출액은 65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2019년 매출 7619억 원에서 2020년 6270억 원으로 떨어진 뒤 2021년과 2022년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다시 감소한 것이다. 대교의 ‘뉴이프’ 사업으로 좁혀보면 지난해 매출이 49억 원에 그쳐, 전체 매출액의 1%도 채우지 못 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억 원, 당기순손실은 12억 원을 기록했다. 대교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는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올해도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육업계에선 학령 인구 감소 속에도 어느 정도 버텨주는 사교육 소비력을 주목하며 유아·초등 대상 사업에 신규로 진출하는 사례도 있다. 중‧고등학생이 주타깃인 ‘메가스터디 교육’은 지난해 6월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사업 ‘엘리하이키즈’를 론칭했다. 초등 대상 인터넷강의 프로그램인 ‘엘리하이’는 2018년 출시 이후 시장점유율을 계속 넓히고 있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유아부터 성인 대상 공무원 시장까지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며 “앞으로도 연령대별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수가 감속하는 시장 여건 속에도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실은 교육기업들에 상당한 ‘긍정 시그널’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김태현 한국IR협의회 리업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6년 25.6만 원에서 2022년 41.0만 원으로 증가했다”며 “방문학습지를 통한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의 경우 2020년을 기점으로 정체국면에 있지만, 인터넷과 통신을 활용한 사교육의 경우 참가율과 1인당 월평균 지출비용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은 주목할 점”이라고 짚었다.
확고한 저출생‧고령화 기조를 고려해 신사업 발굴 시도도 적극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출산이 계속되면서 교육기업들도 위험 대비를 위해 다각화를 꾀할 수밖에 없고 우리 산업 특성상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위험이 닥쳤을 때 망하기 쉽다”며 “위험 분산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중‧고등학교 대상 교육 기업의 경우 부모들이 중‧고등학생 때 직접 이용해봤던 경험과 이미지가 있어 확장 효과를 누리며 영유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며 “반면 영유아 대상 학습지 사업을 주로 해온 기업들은 거꾸로 중‧고등학생이나 성인층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쉽지 않아 비교육 부문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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