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법 국회 통과 안 되면 이전 못해…정치적 해결 움직임에 우려 목소리도
산은 부산 이전의 배경에는 과밀화된 수도권의 축만으로는 대한민국이 더 이상 큰 발전을 할 수 없다는 '국가균형발전'이 자리한다. 정부·여당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은 물론 경남과 호남, 대구, 경북까지 아우르는 지방정부에 새로운 투자를 촉진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 선순환과 지역균형 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 부산시는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지역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22년 4월 부산시 산하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본사 인력의 절반을 이전하면 부산·울산·경남 생산 유발 효과는 총 2조 원이 넘는다. 이중 부산지역 생산 유발 효과는 2조 2833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 4665억 원, 취업 유발 효과는 3만 6122명 등으로 추산됐다.
반면 야권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등은 산은의 부산 이전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일부 야권 의원 중에서도 부산지역 후보들을 제외한 의원들은 산은법 개정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전하되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전주)은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맞으려면 전북 등 금융 분야 낙후지역으로 산은을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측은 무엇보다 당사자인 산은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추진이라며 지금 같은 식의 이전에는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부산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정부·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 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산은 부산 이전 문제는 이번 4·10 총선에 결과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산은 노조는 산은 부산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산은 노조 역시 부산 표를 의식한 총선용이라고 주장한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되면 국가경제 손실이 커지고, 산은 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에 다수 금융기관과 기업이 몰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기존 거래가 어려워지고 금융네트워크가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은이 여의도에 본점을 둔 이유가 다른 금융기관들과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마무리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은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재했다. 관건은 법 개정 가능성 여부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 제1항은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로 규정하고 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산은의 부산 이전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총선 결과,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지면서 산은의 부산 이전 '무산론'이 강해지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를 비롯해 일부 국책은행 노조도 총선에서 야당의 과반 의석에 따른 '부산 이전 무산'을 기대하는 눈치다.
정청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은 “논의의 주체가 돼야 할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 금융위원회와 산은 사측이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정부와 부산시가 산은의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에 반대 입장을 보인 야당의 과반 의석이 점쳐지고 있다”며 “총선이 지나도 야권 입장이 지금처럼 (반대 입장이) 지속될 수 있고, 산은이 왜 서울에 있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을 막기 위해 (노조 측은) 계속 대정치 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 노조도 산은 노조와 연대해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서헌 기업은행 노조 국장은 “같은 금융노조이자 국책은행 입장으로 연대해 부산 이전 반대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일부 후보가 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금융 공공기관이 정치무대에 이용당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뜻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국책은행 노조들이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공공의 성격이 있는 기관에 소속돼 있는 구성원들이 정치적인 활동을 공공연히 내세워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앞의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회사의 경쟁력이 상실되면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인 손해가 되니 이를 막고자 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를 정치적 공약으로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이 자기들의 이익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일종의 로비로 비칠 수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이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대한 로비를 진행하는 공공기관도 문제지만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이를 활용하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보연 기자 by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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