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마켓 인수 후 시너지 효과 미미, IPO는 지지부진…SSG닷컴 “수익성 개선에 초점”
이마트는 2018년 12월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법인 SSG닷컴을 탄생시켰다. SSG닷컴은 이어 2019년 3월 (주)신세계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를 흡수합병했다. SSG닷컴은 당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후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이마트가 현재 SSG닷컴 지분 45.58%를 갖고 있고, (주)신세계는 24.42%를 보유 중이다.
SSG닷컴은 출범 이래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SSG닷컴은 2019년 819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2021~2023년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마트는) SSG닷컴을 비롯한 본업에서 전략이 혼선을 빚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동안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은 2021년 큰 변화를 맞이했다. 이마트가 당시 이베이코리아를 3조 4404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SSG닷컴 내부에서는 당시 긴장감이 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코리아의 주력 플랫폼인 G마켓과 사업 영역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SSG닷컴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SSG닷컴의 규모만으로는 물류센터를 대거 가동하기 버거웠지만 G마켓 등과 물류센터를 공유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SSG닷컴은 신뢰도가 높은 제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G마켓은 오픈마켓 위주로 운영하는 등 사업 영역을 조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기 위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당시 “신세계의 사업 포트폴리오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이뤄져 신세계그룹이 온·오프라인 통합 확고한 국내 1위 유통 사업자가 될 전망”이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선도적 사업자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용진 회장도 ‘오버 페이’라는 지적에 대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이 G마켓과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SSG닷컴이 지난해 7월 선보인 상온상품 익일배송 ‘쓱1DAY배송’이나 G마켓이 2022년 신설한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프레시’ 등은 서로의 노하우나 물류센터 공유를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SSG닷컴과 지마켓은 지난해 각각 1030억 원, 321억 원의 영업손실을 거뒀다. 또 SSG닷컴의 매출은 2022년 1조 7447억 원에서 2023년 1조 6784억 원으로 3.80% 감소했고, 같은 기간 지마켓의 매출은 1조 3185억 원에서 1조 1967억 원으로 9.24% 줄었다. 그러는 사이 쿠팡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와 테무도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나마 지마켓은 지난해 4분기 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제휴 채널 의존도를 낮추고, 마케팅 효율화 등을 진행한 덕이었다. 반면 SSG닷컴은 지난해 4분기에도 38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22년 4분기 영업손실 219억 원과 비교해 적자 폭이 커졌다.
SSG닷컴은 외연 확대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SSG닷컴은 지난 3월 27일 식품 버티컬 전문관인 ‘미식관’을 새롭게 선보였다. 다음날인 3월 28일에는 사업자 회원 대상 사업인 ‘SSG닷컴 비즈(Biz)’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커머스업계의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전문관을 오픈한 것이다.
이는 쿠팡의 전략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쿠팡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수조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쿠팡은 투자 유치에 지속적으로 성공하면서 적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SSG닷컴이 쿠팡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SSG닷컴 모기업인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아닌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방법도 있다. SSG닷컴은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약 1조 원을 투자 받았다. 어피너티와 BRV는 2022년에도 SSG닷컴에 3000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추가 투자 유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쿠팡을 제외한 국내 이커머스업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쿠팡 등 상위 사업자의 경쟁력이 공고해지는 한편 알리, 테무 등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어 시장 경쟁 강도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기업공개(IPO·상장)를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증권가에서는 이마트의 재무 악화 해결을 위해서라도 SSG닷컴의 IPO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인영 SSG닷컴 대표도 IPO에 상당한 의지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해 한국거래소를 직접 방문해 관련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자가 지속되고 IPO가 지지부진한 사이 그룹 내 분위기는 엄혹해졌다. 정용진 회장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수장을 정리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에 나서고 있다. 강희석 전 이마트 대표가 지난해 9월 물러났고, 최근에는 정두영 전 신세계건설 대표가 경질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두영 전 대표 경질과 관련해 “기업의 공식적인 보도자료에서 경질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마트가 상당히 강경한 입장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회장이 실적에 따른 수시인사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지난해 9월 정기인사에서 대표이사 취임 6개월 만에 ‘공동’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단독’ 대표이사가 된 이인영 대표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SSG닷컴은 외부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형 확장과 동시에 적자폭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은 최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와 쓱페이 사업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SSG닷컴 관계자는 “(IPO 관련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주관사들과 긴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영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적자를 보고 있지만 안정적인 현금 창출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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