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노건평 씨 일가가 특정 기업을 ‘가족경영’ 하다시피 했던 것이 최근 밝혀져 다시 한번 세인들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여러 대기업들의 홈페이지를 제작해주면서 업계에서 지명도를 넓혀가고 있는 A 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건평 씨 일가의 가족기업이나 다름없는 형태로 유지됐던 것이다.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A 사는 현재 여러 기업들의 홈페이지 제작을 주력 업종으로 삼고 있으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자본금 1억 원의 소규모 법인이다. A 사의 홈페이지엔 국내 여러 유명 기업들의 홈페이지 제작을 해왔다는 포트폴리오가 소개돼 있다.
A 사 등기부등본엔 노건평 씨 일가족이 A 사의 주요 등기이사직을 역임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노 씨의 1973년생 딸이 지난 2001년 7월 19일부터 올 7월 11일까지 5년간 대표이사직을 맡았으며 노 씨 딸의 남편 또한 2002년 10월 15일부터 2005년 2월 1일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것으로 나와 있다. 2002년 10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2년4개월간 노 씨 딸 부부가 공동대표이사직을 맡았던 셈이다.
A 사 등기부등본엔 노건평 씨의 1974년생 아들이 거쳐간 흔적도 있다. A 사 등기이사직에 올라있던 노 씨 아들은 올 7월 11일 자신의 누나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할 때 동시에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A 사 등기부등본엔 노 씨 딸의 시아버지와 시동생의 이름도 올랐던 흔적이 있다. 한때 A 사 대표이사직을 지내기도 한 시아버지 Y 씨는 지난 2003년 5월 6일 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등기감사직에 있던 시동생은 올 9월 사임한 것으로 나와 있다. 노 씨 자녀들과 그 일가가 불과 수개월 전까지 등기이사직에 줄줄이 포진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A 사가 노건평 일가의 가족 기업이었던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 A 사는 노건평 씨 일가 품을 떠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A 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B 사장은 “현재 A 사는 내가 완벽하게 인수한 상태이며 자금운용 때문에 노건평 씨 일가 지분이 아주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 노 씨 일가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2001년 K 사라는 명칭으로 설립된 A 사는 지난 2005년 사명이 A 사로 변경되는데 홈페이지를 보면 설립 초기인 2001년 ‘3D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개발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노 대통령 조카 노지원 씨가 바다이야기 관련회사 이사직에 잠시 올라있던 것과 맞물려 일각에선 노건평 일가 소유였던 A 사가 ‘사행성 게임 개발에 참여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불거진 바 있지만 확인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A 사의 B 사장은 “사행성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회사”라며 “홈페이지 제작 계약을 위해 여러 대기업들과 자주 접촉하는데 노건평 씨 일가의 회사였다는 이유만으로 괜한 구설수에 올라 사업상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A 사를 떠난 노건평 씨 일가는 이후 어떤 행보를 취하고 있을까. A 사를 타인에게 넘긴 이후 노건평 씨 딸과 관련 별다른 사업적 행보는 세간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A 사 이사진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노건평 씨 아들과 노 씨 사돈인 Y 씨는 눈에 띌 만한 이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씨 아들은 올 7월 11일 A 사 이사직 사임 이후 8일 후인 7월 19일 정원토건 감사직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정원토건은 노무현 대통령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과 인연이 깊은 회사다.
지난 대선 전후로 태광실업이 정원토건에 많은 하도급을 줬던 것으로 전해지며 정원토건은 최근 노 대통령 생가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일대 도로 포장·정비 공사 등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사 등기부등본엔 노건평 씨가 감사직에 올라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주목할 점은 노 씨 아들이 정원토건 감사직에 이름을 올리던 지난 7월 19일 아버지인 노건평 씨가 이 회사 감사직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노건평 씨 부인 민 아무개 씨는 지난 1999년 5월 이 회사 이사직에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등기부상 기재돼 있다.
노건평 씨 일가 중에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인물은 노 씨 딸의 시아버지인 Y 씨. 그는 기계류 할부금융회사인 연합캐피탈이라는 법인에 2005년 3월 24일 감사로 취임한다. 2003년 5월 6일 A 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뒤 1년 10여 개월 만의 일이다. Y 씨는 모 시중은행 지점장과 본점 총무부장을 지낸 경력을 갖고 있다.
연합캐피탈은 한국중공업 현대 삼성 대우그룹 등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회사로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가 두산에 인수된 뒤 두산그룹이 최대주주로 지분 39.89%(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이 절반씩 보유)를 갖고 있다. 대주주 명부엔 삼성과 범 현대가의 이름도 보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난 10월 16일 삼성그룹이 보유한 연합캐피탈 지분 입찰경쟁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매입업체로 선정돼 삼성 측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두산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는 점이다. 두산은 2000년 한국중공업 인수, 20005년 대우종합기계 인수(현 두산인프라코어) 등 DJ 정부 이래 기업인수합병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연합캐피탈 대주주 명부엔 범 현대가가 19.99%(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절반씩 보유) 지분을 가진 것으로 올라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