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표준품과 비교·분석, 참석자 11명 추가 양성 성과…국과수 마약대응과 신설, 인력·장비 확충 방침
‘용산 아파트 경찰관 추락’으로 시작돼 ‘용산 집단 마약’으로 비화한 사건의 경찰 수사가 최근 종결됐다. 2023년 8월 27일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현직 경찰관이 추락사 할 당시 모임에 참여했던 이들에 대한 수사가 226일 만인 4월 5일 마무리된 것.
당시 현장에 있던 것으로 파악된 인물은 모두 26명으로, 이 가운데 한 명인 현직 경찰관은 추락사로 사망했으며 외국 국적인 한 남성은 사건 직후 출국했다. 경찰 수사는 나머지 24명에게 집중됐는데 2023년 10월 5일 2명이 구속 기소됐고 11월 21일 4명이 추가 기소됐다.
경찰은 사망자와 기소된 6명을 제외한 19명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4월 5일 이들 가운데 11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7명은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1명은 이미 출국한 외국인으로 경찰은 기소 중지 처분 뒤 추후 입국하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19명의 피의자에 대한 경찰 수사가 226일이나 걸린 이유는 이들에게서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26일 밤 10시부터 27일 새벽 5시까지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14층에 모인 26명의 남성들이 밤새 모임을 가졌다. 해당 아파트는 122㎡(약 37평) 형이다. 밤샘 모임은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인 현직 경찰관이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하면서 급하게 끝났다.
추락 사건 수사를 위해 경찰이 해당 아파트를 찾았을 무렵 현장에는 8명이 있었다.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 투약 정황을 발견한 뒤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는데 여기서 케타민, 엑스터시(MDMA), 코카인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망한 현직 경찰관 역시 부검 과정에서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
현장에 있던 8명은 사망한 경찰까지 9명이 모인 자리였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모임 참석자는 총 26명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외국 국적 남성은 해외로 출국했다.
요식업자, 대기업 직원, 헬스 트레이너, 수의사, 대학원생, 그리고 현직 경찰까지 직업적 공통점을 찾기 어렵고 연령대도 다양한 모임이었다. 참석자들은 운동 동호회 모임으로 생일파티였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마약 파티로 보이는 정황들이 계속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출국해 마약 검사를 받지 않은 외국인을 제외한 25명의 참석자 가운데 마약 양성 반응은 사망한 경찰을 포함해 7명에게서만 나왔고 나머지 18명은 음성 반응이 나왔다. 모임 참석자 26명 가운데 7명만 마약을 투약했다면 마약 파티로 보기는 어렵다. 마약 파티가 아니라면 이들이 그날 밤에 거기에 왜 모였는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왜 다른 모임 참석자의 정체를 감추려 애썼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경찰은 마약 음성 반응이 나온 18명도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국내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신종마약을 투약해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목한 것. 그리고 결국 이런 방향으로 진행된 수사가 성과를 냈다. 대검찰청이 2023년 12월 해외에서 들여온 시약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18명 가운데 11명에게 신종 마약 등에 대한 양성 반응이 나온 것.
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마약 관련 범죄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마약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는 신종 마약이 거듭 개발되고 있는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보유 중인 ‘표준품’과 피의자의 소변과 모발 등의 성분을 비교·분석해서 양성 판정을 내리는데 국과수가 표준품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신종 마약을 투약한 경우 음성 반응이 나온다. 최근 신종 마약을 투약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대검찰청은 미국 등에서 여러 신종 마약의 표준품을 새로 구해 국내로 들여왔다. 이 가운데 하나가 11명의 모임 참석자 소변과 모발 등 성분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것.
결국 경찰 수사는 26명의 모임 참석자 가운데 18명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과 그날 모임이 ‘마약 파티’였음을 밝혀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신종 마약 파티’였다. 18명 가운데 11명은 당시 국과수 마약 검사로는 음성 반응이 나올 만큼 신종 마약을 투약한 것이다. 사망한 현직 경찰관에게도 ‘플루오르-2-오소(Oxo) 피시이(PCE)’, ‘4-메틸메스케치논’ 등의 신종 마약이 검출됐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오염국이 되면서 국과수에 들어오는 마약 감정 의뢰도 대폭 증가했다. 2018년 4만 3000여 건에서 2022년 8만 9000여 건으로 5년 사이 2배가 늘었는데 그 이후에도 계속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신종 마약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국과수의 마약 관련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국과수는 아예 마약 전담 부서인 마약대응과를 신설해 마약 감정 인력과 첨단장비를 확충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4년 마약류 대응 범정부 예산을 전년 대비 약 2.5배 수준인 602억 원으로 편성했다. 2024년 1월 행정안전부는 신종 마약류 단속을 위한 예산 28억 4000만 원을 편성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첨단장비 4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범죄가 나날이 발전하듯 국가의 수사 대응 역량도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마약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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