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명의 작가 지망생 등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화담 씨(필명). 그는 약 3년 전부터 '글쟁이'를 꿈꾸는 주변인들에게 일요신문을 읽어 보라고 추천해왔다. 유명 작가들이 하나같이 신문 구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그 역시 신문 읽기를 시작했는데 글감을 찾는 데에는 일요신문이 최적이었다고 한다.
"작가가 되려면 신문은 꾸준히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영화나 드라마에 쓰이지 않은 소재가 많거든요. 신문은 글공부는 물론 작품의 영감을 얻기에도 효율적 수단이에요. 특히 일요신문은 다른 매체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사건을 많아 다뤄요. 단막극 등을 쓰며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그는 '지리산 청학동 폭력 실태'처럼 일요신문이 처음 보도한 사건에도 관심이 컸지만, 여러 매체가 보도한 내용이라도 일요신문은 달랐기에 주목했다. 각종 미제 사건의 기록을 직접 발로 추적하거나,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사고의 내막을 깊숙이 들여다 본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
다만 그는 일요신문을 향한 아쉬움도 남겼다. 흥미를 끄는 기사가 이전보다 다소 줄었다는 인상 탓이다. 지면 전체를 종일 읽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가끔씩 눈길을 끄는 제목의 일부 기사만 읽고 있다. 과거에는 '한발' 더 들어가는 보도가 주를 이뤘는데, 지금은 '반발' 더 들어가는 정도에 그친다고.
"요즘 모든 언론이 그렇잖아요. 인터넷에서 빠르게 승부를 보려는 분위기요. 그래서 다양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유튜브를 주로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현실에서 그나마 일요신문은 아직 나은 편이라고는 생각해요. 다른 데는 없는 기사들이 꽤 발견되거든요. 앞으로는 기후나 농촌 문제 등도 심도 있게 다뤄주면 좋을 것 같아요."
SF(공상과학)소설 '화성에서'라는 작품으로 2023년 11월 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정 작가(필명)는 일요신문을 더 치켜세운다. 현재는 SF소설에 주력하다보니 신문을 잠깐 내려놓긴 했어도, 한때는 일요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모아둘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물론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면 일요신문은 다시 읽을 매체로 꼽는다.
"저는 일요신문을 늘 마지막 페이지 '핫스토리'(HOT story)부터 읽어요. 가장 재밌는 기사가 거기에 있더라고요. 언젠가 일요신문에서 성매매 관련 시리즈 기사를 내놓았던 적도 있었는데, 인상 깊게 읽어서 작품 소재로도 활용했어요. 이 밖에도 아이디어를 찾는 데에는 일요신문이 '압도적'으로 좋아요."
그러나 정 작가 역시 일요신문에 아쉬움이 남긴 마찬가지다.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 매일 쏟아지는 정보들을 소화하다 보면 한 주에 한 부씩 나오는 일요신문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잊기 마련이다. 또 이 같은 현실에서 굳이 일요신문을 먼저 찾아나서야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콘텐츠 플랫폼이 너무 많아졌잖아요. 일요신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 '롱리브더킹'이에요. 물론 다른 매체보다야 여전히 볼거리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종이신문도 안 읽지만 가판대도 없어졌잖아요. 인터넷이든 지면이든 더 눈에 띄고 다양한 곳에 일요신문이 노출되면 자주 볼 것 같아요."
보도물을 만드는 이들한테도 일요신문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한 지상파 방송국의 보도프로그램 제작진은 잊을 만하면 콕 짚어 찾는 매체가 일요신문이다. 역시 '발제 난' 때문으로 방송에 낼 아이템을 찾으려는 목적에서다. 이들은 일요신문을 '자세히 읽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매체'라고 평가한다.
최근까지 유명 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 온 30대 황 아무개 씨는 조연출로 일하며 일요신문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버스터미널이나 가판 등에 배치된 일요신문의 독특한 표지만 보고는 '선정적이고 이상한 신문'으로 오해해 왔었다고 고백했다.
"원래 방송 만들 때 신문기사를 많이 참고하잖아요. 사실 일요신문은 그동안 황색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방송 선배들이 많이 읽더라고요. 저희가 재밌는 신문기사를 보면 해당 기자에 연락해 도움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과장됐거나 허술해서 허탕 치기 일쑤였거든요. 그런데 일요신문 기자들은 자료가 탄탄해서 놀랐어요."
황 씨는 "일요신문 기사에는 '이건 좀 말이 안 된다' 싶은 내용도 꽤 있었는데, 반신반의하며 기자에 연락해 확인하면 사실에 부합하는 보도였던 적이 많았어요"라면서 "상당수의 언론이 남의 기사를 베껴 '꼭지 수'를 채우곤 하는데, 직접 발로 뛰며 팩트를 모으는 일요신문 기자들에 응원과 격려를 전해드리고 싶어요"라고도 부연했다.
물론 일요신문이 이들과 같은 창작자들에게만 유용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정보는 물론 흥미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만큼, 일요신문을 찾는 이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A 씨의 경우 구치소에 수감됐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 이때 처음 접한 일요신문이 유일한 소득이라고 했다.
A 씨는 "만화가 담긴 일요신문이 유독 인기가 좋았다"며 "기사도 다채롭고 깊이가 있어서 '이 신문 꽤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잊고 싶은 시절의 경험이라 일요신문 구독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요즘도 관심 있는 분야의 소식은 '내막'과 '전말' 등이 담긴 일요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자주 챙겨보는 편"이라고 보탰다.
시대 달라졌음에도 "저널리즘 '정도'가 중요"
1992년 4월 창간해 이제 서른두 살을 맞이한 일요신문과 인터뷰한 이들 창작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다. 읽으면 유익하지만 종이신문 자체가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현실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2023년 2∼7월까지 13세 이상 국내 소비자 52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종이신문 유료 구독률은 5%에 그쳤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이 57%를 기록했으며 라디오 청취율도 37%로 낮지 않았다.
하지만 종이신문의 유용함은 변함없다. 일간지와 주간지 등의 수요층이 다르기는 하나, 각 언론사가 저마다의 콘텐츠를 엄선해 한데 배치했다는 점에서 갖은 소식이 파편화한 온라인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스타 연예인 유재석·신동엽·장도연·장혁·김광규 등도 매일 종이신문을 읽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장도연은 "무지 탓에 실수를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신문을 읽는다"며 "신문은 가장 멋있는 액세서리"라고도 밝혔다.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현실 속에서 전문가들은 일요신문에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디지털 안착 등의 과제도 단연 필수지만, 이 과정에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깜빡 잊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박민 참여미디어 연구소장은 "이미 신문이든 방송이든 그 형식이 중요한 시대는 저물었다"며 "일각에서 요구하는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바른 소식을 전하는 데에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이어 "물론 좋은 뉴스가 무조건 읽힌다는 보장도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유혹에 빠져선 곤란하다"면서 "가령 사회가 정파 갈등이 심한데, 언론마저 그에 편승해 뉴스를 만드는 등 일을 쉽게 하려는 발상도 가져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사가 여느 플랫폼을 활용하든 공정하고 질 좋은 뉴스를 찾는 수요자가 존재하는 메커니즘은 언제나 유효하다"며 "이런 명제 안에서 더욱 치열하게 저널리즘을 고민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