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광고 요금제 도입 등 승부수…수익성 악화 구조적인 한계 극복 숙제
티빙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유료가입자 수가 지난 분기 대비 50% 늘어났다. 1분기 공개된 ‘피라미드 게임’ ‘이재, 곧 죽습니다’ 등 오리지널 시리즈들과 프랜차이즈 예능 ‘환승연애3’ ‘크라임씬 리턴즈’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한 덕분이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 편차가 가장 적은 플랫폼으로 꼽힌다. 국내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다른 OTT들보다 확실히 ‘타율’이 높고 콘텐츠 품질이 좋아 점점 이용자 신뢰를 얻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웨이브 역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480억 원과 79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9.4%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손실을 32.8%가량 줄였다. OTT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히는 유료 이용자 구독료 매출도 전년 대비 7.1%(146억 원) 늘어난 2193억 원을 기록했다. 서바이벌 예능인 ‘피의 게임’과 연애 리얼리티 ‘남의 연애’ 시리즈를 비롯해 ‘국가수사본부’ ‘악인취재기’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연애남매’ 등 화제성 높은 프로그램들이 유료구독자 증가에 기여했다는 것이 웨이브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알짜 사업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거친 왓챠도 연내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왓챠는 지난해 6월 연간 매출 1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던 음원 제작 및 유통자회사 블렌딩의 지분 51%를 82억 원에 매각했다. 260여 명에 이르던 직원을 100여 명으로 줄이며 비용을 효율화했다. 왓챠 개봉관의 지난해 12월 매출은 1월 대비 520%가량 성장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왓챠 개봉관은 월 구독서비스만으로는 이용이 어려운 최신 콘텐츠 등을 개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다.
OTT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표상으로는 현재 OTT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고 IPTV 시청층도 계속 OTT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라며 “콘텐츠 소비 습관 자체가 완전히 OTT로 옮겨온 상황에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계속 수급해 충성고객을 늘리면서도 비용을 효율화해 적자 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향후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OTT 시장은 고난의 시기를 겪었다. 어려움이 가득한 한 해였다.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가 박스권에 갇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도 불거졌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왓챠는 2022년 말 매각이 불발되며 사업 존속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하면서 인고의 시간을 버틴 끝에 조금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며 “OTT들이 고객을 끌어들이고 시장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시도한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티빙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티빙은 최근 1350억 원(연평균 450억 원)을 들여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KBO리그 시범 경기 기간인 3월 9일부터 19일까지 티빙의 일간활성화이용자수(DAU)는 평균 170만 4000명, 개막전이 열린 3월 23일에는 198만 9000명으로 기록됐다. 티빙이 아시안컵 4강전을 생중계한 올해 2월 6일에도 DAU는 202만 명으로 치솟았다.
쿠팡플레이의 성공이 티빙이 목돈을 투자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이 와우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OTT 서비스로 K리그를 비롯해 라리가(스페인), 리그앙(프랑스) 등 국내외 프로축구 리그 중계권과 호주프로농구(NBL), 미국프로풋볼(NFL) 등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다수 확보했다. 쿠팡플레이는 올해 1월 국내 OTT 플랫폼 중 최초로 MAU가 800만 명을 돌파했다. 2021년 1월 52만 명에서 시작한 MAU가 3년 새 15배 이상 성장한 것은 스포츠 중계권을 ‘킬러 콘텐츠’로 삼은 덕분이라는 평가다.
비용 투자를 효율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웨이브를 필두로 한 OTT들은 지난해부터 드라마나 영화보다는 예능,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장르 투자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예능 같은 경우 제작비가 훨씬 적게 든다. 드라마 같은 고비용 콘텐츠보다는 저비용 콘텐츠로 록인(Lock-in)효과를 유도하는 게 OTT 입장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다”라며 “한동안 워낙 제작 투자가 많았다보니 감당이 어려운 적자가 나서 올해는 거의 모든 국내 OTT들이 비용통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광고요금제 도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의 광고요금제 도입에 이어 티빙은 3월 초 국내 OTT 플랫폼 중 처음으로 월 5500원 가격의 광고요금제를 도입했다. 웨이브와 왓챠 역시 내부적으로 광고요금제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문행 교수는 “단가를 낮춘다는 건 시장을 넓힌다는 뜻이다. 가입자도 늘어나겠지만 가격이 저렴해지는 만큼 구독자가 다른 OTT도 복수 구독하려고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포화된 시장에 새롭게 성장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적 개선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올해도 미디어 광고시장 불황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비는 2017년 이후 처음으로 1조 1000억 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는 9000억 원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관 위원은 “OTT에 광고 집행을 해줘야 할 기업들이 광고를 줄이고 광고 단가도 낮추고 있다. 광고요금제로 갈아탔는데 광고는 잘 안 들어오면 OTT 입장에서는 오히려 낭패”라며 “글로벌 경기는 둔화하는데 OTT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미 제작 원가가 지나치게 치솟아 수익성이 악화되는 고질적인 구조가 만들어져 있어 이를 타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OTT 플랫폼들로서는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제작 원가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든 출연료, 감독료, 작가비 인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플랫폼들이 지속 가능성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제작비 감당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 OTT 시장에 앞으로도 봄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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