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만 건 발병, 원인 놓고 전문가 의견 분분…“영유아에게 치명적, 백신 꼭 접종해야”
국가질병예방통제국이 최근 공개한 1~2월 백일해 발병 건수는 3만 2380건이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배 늘어난 수치다. 증상이 일반 감기와 비슷해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발병 건수는 더욱 많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일해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이 폐에 침투해 발생한다. 중국에선 B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보다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로 걸린다.
백일해는 특히 백신을 마치지 않은 영유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상하이시 폐병원 호흡기 담당 후양 부주임은 “신생아는 고위험군에 속한다. 영유아는 기도가 좁아 경련성 기침, 닭 울음소리 같은 숨소리가 날 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백일해 잠복기는 7~14일이다. 잠복기부터 발병 후 6주까지 전염성이 있으며, 특히 증상 발현 후 2~3주 때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 후양은 “감염 초기 감기와 유사해 백일해 진단이 누락되기 쉽다. 기침이 계속 나오면 일단 진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백일해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진단 기술 발전에 따른 발병 건수 증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떨어진 면역력, 백신 접종 기피 등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백일해 증가가 중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부분이다. 유럽에서도 최근 몇 십년간 가장 많은 백일해 발병 건수가 보고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서조차 마찬가지다. 또 청소년과 성인들의 발병도 늘어났다. 이들은 영유아의 주요 감염원이 되고 있다.
남방의과대학 공중보건대 자오웨이 주임은 “백일해는 주기적으로 유행을 한다. 백일해 전파는 전세계적으로 심각하게 과소평가 됐다. 백일해 발병률이 현저하게 높아지고 있는 것을 능동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오웨이는 “백신 접종을 모두 마친, 건강한 성인은 백일해에 걸려도 증상이 없다. 문제는 이들이 다른 영유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청소년과 성인의 발병을 식별해, 전염 사슬을 차단해야 한다는 게 자오웨이의 주장이다.
자오웨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를 쓰며 호흡기를 철저하게 보호했다. 이로 인해 호흡기 관련 감염병에 노출될 기회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면역력 약화로 이어졌다. 백일해 박테리아에 대한 면역이 낮아져서 과거보다 발병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SNS(소셜미디어) 등에선 ‘백일해’가 검색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단연 이슈다. 일각에선 팬데믹 때 고개를 들었던 ‘백신 음모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백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고, 이로 인해 백일해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은 게 최근 발병 증가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무엇보다 치료와 예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수도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아동병원 호흡기센터 쉬바오핑 주임은 “백일해는 일반적으로 카타르기(초기), 경련기, 회복기 3단계로 구분한다. 의료 개입이 없다면 이 과정은 100일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카타르기엔 주로 발열 없이 콧물과 재채기 등의 증상이 나오는데, 이때 선제적으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서두의과대학 부속 베이징중의원 소아과 리민 주임은 “아이의 증상, 체질에 따라 치료를 한다. 백일해에 걸리면 주로 기도에 가래가 생기는데, 이를 빨리 없애서 기침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또 해열제 등을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질병예방통제국 세균백신실 정후이 부주임은 “백일해는 백신, 자연감염 등으로 얻은 항체가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모든 연령대에서 백일해가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영유아가 더 위험한 건 사실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폐렴 등 합병증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영유아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효과적인 백일해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국가 예방접종 계획 절차에 따라 생후 5개월 내, 그리고 18개월 내에 각각 1회 접종해야 한다. 이 기간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는 반드시 추가로 맞아야 한다. 중국 국가질병예방통제국 부국장 션훙빙은 “백신을 맞으면 중증,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후양 부주임은 백신 접종과는 별개로 개인위생 관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후양은 “백신이 감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감염자를 멀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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