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비용 감당 못해 376억 원의 순손실…방송 사업자들 인수도 난망
KCI 주주들은 대부분 국내 금융기관들이다. 사실 KCI는 MBK파트너스가 2008년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MBK는 2조 2000억 원을 들여 딜라이브를 인수했지만 매각에는 수차례 실패했다. 결국 MBK는 딜라이브를 인수했던 펀드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펀드투자자(LP)들에게 KCI 주식을 분배했다. 따라서 MBK는 현재 딜라이브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I LP였던 금융기관들은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KCI 지분가치를 대폭 줄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KCI 장부가액을 439억 원에서 331억 5300만 원으로 낮췄다. 하나금융지주도 439억 2400만 원에서 346억 7700만 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KCI 중순위 영구채를 520억 6900만 원에서 9억 3200만 원으로 낮췄고, 신한캐피탈도 22억 6500만 원을 9억 7700만 원으로 조정했다. 심지어 동양생명과 산은캐피탈은 딜라이브 장부가액을 0원으로 공시했다.
딜라이브의 매출은 2022년 4075억 원에서 2023년 4341억 원으로 6.53%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3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55.59% 감소했다. 또 딜라이브는 지난해 37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외비용이 317억 원에 달한 탓이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눈에 띄는 것은 부채비율이다. 딜라이브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자본총액이 2022년 893억 원에서 2023년 538억 원으로 39.78%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부채총액은 5249억 원에서 5673억 원으로 8.09% 늘었다. 이에 따라 딜라이브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587.65%에서 2023년 말 1054.73%로 467.08%포인트(p) 증가했다.
딜라이브가 사업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조만간 자본잠식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딜라이브는 비용 절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딜라이브는 지난해 광고영업비용을 전년 대비 10억 원가량 줄였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딜라이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며 “허투루 쓰는 돈이 없도록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KCI는 2019~2020년 9700억 원의 인수금융(대출)을 영구채로 전환했다. 영구채란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일정 이자만을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을 뜻한다. KCI 채권자는 대부분 KCI 주주들이었기 때문에 영구채 전환을 허가해준 것이다. 그러나 영구채 전환 후에도 딜라이브나 KCI에는 이렇다 할 자금 조달은 없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시 빚을 영구채로 전환해주지 않았다면 딜라이브는 회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또한 ‘언 발에 오줌누기’였던 것이 어차피 영업활동으로 회생할 수 없다면 추후 다시 재무위기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KCI 주주들이 딜라이브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딜라이브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상으로는 딜라이브의 영업이익률 최대치가 3%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 3%를 달성하더라도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유선방송사업 특성상 꾸준히 유·무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KCI 주주 입장에서는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추가 투자까지 진행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딜라이브 입장에서 기대해 볼 만한 것은 SK, KT, LG 등 IPTV와 종합방송유선사업자를 모두 갖고 있는 회사가 딜라이브를 인수하는 것이다. 3사 모두 한때는 딜라이브 인수를 검토했지만 여러 이유로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부분 방송 사업자가 동종업계 인수보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과의 전략적 제휴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딜라이브 인수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딜라이브 기업가치가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는 만큼 인수자가 의지만 있다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KCI 주주 입장에서는 이익을 내는 것보다 귀찮은 혹을 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확실한 오너가 없는 사이 딜라이브는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딜라이브의 2021년 점유율은 5.63%였지만 2022년 상반기 5.57%, 2023년 상반기 5.51%로 감소세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OTT 열풍은 제쳐놓더라도 유료방송 사업자로서의 지위만 따져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딜라이브 내부 분위기도 예전과는 다르다. 딜라이브는 MBK가 운영하던 시절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는 워라밸(일과 업무 균형)이 보장되는 회사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딜라이브의 전체 회사 평점은 2.5점이다. 그런데 평가 항목 중 ‘업무와 삶의 균형’은 3.6점에 달했다. ‘평균 근속연수가 높다’ ‘칼퇴가 가능하며 업무량이 적당하다’ ‘커리어 향상은 글쎄이지만 편하게 다니기는 좋다’ ‘업무하는 시늉만 해도 월급은 꼬박꼬박’ 등의 평가를 찾아볼 수 있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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