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670부작 ‘전설의 고향’ 대표적…아침드라마 ‘불새’는 원작 화제성 못 미쳐
MBC에 레전드 드라마 ‘수사반장’이 있다면 KBS에는 ‘전설의 고향’이 있다. 1977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578부작으로 방영됐다. ‘전설의 고향’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다시 74부작으로 방영되는데 이때를 2기로 구분한다. 578부작으로 방영된 1기의 인기를 발판으로 7년여 만에 다시 방송을 이어간 것. 그리고 다시 9년여가 지난 뒤인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8부작(3기)으로 방송됐다. 다만 2기와 3기는 공포물이 인기를 끄는 여름 시즌에만 방송됐다. 1~3기를 모두 합치면 무려 670부작 드라마다.
사실 ‘전설의 고향’ 2기와 3기를 리메이크로 보기는 어렵다. 전설, 민간 설화 등을 모티브로 한 단막극 형태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매번 출연 배우와 캐릭터가 달라져 최불암이 연기한 ‘박 반장’과 같은 대표 캐릭터도 없다. 그나마 뽑자면 670부작 가운데 14번이나 등장한 ‘구미호’가 있다. 구미호 연기를 담당한 역대 구미호 배역 배우로는 한혜숙, 박상아, 임경옥, 송윤아, 노현희, 김지영, 박민영, 전혜빈 등이 있다. 대부분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들이다.
‘전설의 고향’ 시리즈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은 사실 배우가 아닌 성우 김용식이다. 1977년 첫 방송부터 2009년 마지막 방송까지 “이 이야기는 ○○도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로…”라는 내레이션을 맡아온 이가 바로 김용식 성우다. ‘2008 전설의 고향’까지만 해도 자체 최고 시청률이 20.1%를 기록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지만 ‘2009 전설의 고향’은 4~5%대 시청률에 그치면서 결국 ‘전설의 고향’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리메이크의 신화로 불리는 드라마도 있다. 바로 다른 드라마들을 다 부숴버린 ‘청춘의 덫’이다. ‘청춘의 덫’은 1978년 방영된 MBC 주말드라마였다. 이효춘, 이정길, 박근형, 김영애 등의 당대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고 김수현 작가가 대본을 집필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화제를 양산했지만 유신의 시대이던 1970년대 한국 정서와는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다. 미혼모 문제와 배금사상 자극 등으로 평범한 가정생활과 혼인제도를 해칠 수 있는 반인륜적인 내용이 국민 정서와 풍속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언론윤리위원회가 대본 수정까지 요구했을 정도다. 거듭된 지적으로 몇 차례 결방되기까지 한 ‘청춘의 덫’은 결국 20부작으로 조기 종영했다.
조기종영의 아쉬움은 1년 뒤인 1979년 영화 ‘청춘의 덫’ 개봉을 이끌어 냈다. 역시 김수현 작가가 대본을 쓴 이 영화의 포스터 카피가 ‘무엇이 이 드라마를 중단케 했던가?’였을 정도다. 유지인, 한진희, 박근형, 원미경 등이 출연했는데 박근형이 드라마와 같은 역할을 영화에서도 맡았다.
그리고 1999년 SBS에서 수목 드라마로 ‘청춘의 덫’이 리메이크된다. 24부작으로 방송되며 엄청난 인기와 화제성을 기록했다. 이효춘, 유지인이 연기했던 ‘서윤희’ 캐릭터는 심은하가 맡고 이정길, 한진희가 소화한 ‘강동우’ 역할은 이종원의 몫이 됐다. 박근형이 소화한 ‘노영국’ 역할은 전광렬이 맡고, 김영애, 원미경이 맡았던 ‘노영주’ 역할은 유호정이 소화했다. 심은하의 은퇴 전 마지막 드라마가 된 ‘청춘의 덫’은 단연 그의 대표작이 됐으며 상징적인 대사 “당신 부숴버릴 거야”는 희대의 유행어가 됐다.
2004년 방영된 MBC 월화드라마 ‘불새’는 이은주, 이서진, 문정혁, 정혜영 등이 출연해 큰 사랑을 받았다. 2003년 MBC 수목드라마 ‘나는 달린다’를 통해 조연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신화의 에릭에서 배우로 변신을 시도한 문정혁은 이 드라마를 통해 주연급으로 통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냈다. 지금은 예능인 이미지가 더 강한 이서진의 배우 전성기 시절 작품(2003년 ‘다모’, 2004년 ‘불새’, 2006년 ‘연인’, 2007년 ‘이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2005년 세상을 떠난 이은주가 남긴 마지막 드라마다.
‘불새’는 2020년 SBS ‘불새 2020’으로 리메이크됐다. 2004년작 드라마 ‘불새’의 이유진 작가가 다시 ‘불새 2020’의 대본을 집필했는데 26부작 미니시리즈를 120부작 아침 일일드라마로 리메이크했다는 부분이 이채롭다. 홍수아, 이재우, 서하준, 박영린 등이 출연한 ‘불새 2020’은 꾸준히 5~6%대 시청률을 기록했는데 아침 드라마 치고는 다소 낮은 수치였다. 전반적으로 2004년 드라마 ‘불새’가 기록했던 엄청난 화제성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불새’라는 제목의 또 다른 드라마도 있다. 2004년작 ‘불새’보다 빠른 1987년 MBC에서 방영한 월화드라마 ‘불새’로 최인호의 소설 ‘불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유인촌, 이미숙, 현석, 윤석화 등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했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불새’ 역시 최인호의 소설 ‘불새’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이정재, 손창민, 오연수 등이 출연했다.
2005년 방영된 SBS 수목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 역시 원작이 최인호의 소설 ‘불새’다. 차인표, 조재현, 송윤아, 김효진 등이 출연했는데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차인표 분노의 양치질’이 바로 이 드라마에서 나왔다. 1987년 드라마 ‘불새’의 리메이크로 볼 수도 있지만 원작은 최인호의 소설 ‘불새’로 드라마 ‘불새’는 아닌 만큼 리메이크작으로 볼 순 없다.
이처럼 유명 드라마의 리메이크는 꾸준히 이뤄져 왔지만 이번 ‘수사반장 1958’의 성공 여부는 현재 드라마 시장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2025년 방영 예정인 ‘의녀 대장금’을 필두로 ‘M’(1994년 방영)과 ‘궁’(2006년 방영) 등도 리메이크 작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의녀 대장금’은 2003년 방영된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 측이 ‘원작과 연속성은 없는 별개의 작품’이라는 입장을 밝혀 리메이크 작품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도 ‘서장금’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인 데다 이영애가 다시 한 번 장금이로 출연한다.
가장 대표적인 리메이크 작품인 ‘청춘의 덫’에 출연했던 심은하가 출연했던 ‘M’은 ‘M 리부트’로 리메이크되는데 과연 심은하 역할을 누가 소화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최근 박지현이 캐스팅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라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재벌집 막내아들’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최근 종영한 SBS ‘재벌X형사’를 통해 원톱 주연으로도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박지현이라 방송가의 기대감이 크다.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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