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총선 다음날인 4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씨가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23억 원의 수익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공범들은 모두 처벌받았는데 왜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라”며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건희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가 담당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사건 핵심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2021년 12월 기소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4년째 한 차례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은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여러 차례 제기한 바 있다(관련기사 계좌 봤다면 간단한 것을…김건희 부실수사 논란 새로운 의혹).
최근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당시 기존에 알려진 주식 외에 53만여 주를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 계좌를 통해 더 보유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관련 내용은 김 여사가 신한투자증권 계좌를 맡겼던 주가조작 1차 작전 ‘선수’ 이 아무개 씨가 갖고 있던 문서들을 통해 밝혀졌다. 각각 자필 문서와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였다. 두 문건에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보유한, 이른바 ‘전주’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이 주식보관기관, 주식수량과 함께 표로 정리돼 있었다. 두 문서 간 이름과 수량 등 내용은 모두 일치했다. 워드 문서에서는 머리말에 ‘우호 지분 명세’라고 적고 있었다.
이 문서는 이 씨가 권오수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 시세조종을 의뢰받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에 작전 성공에 대한 보수나 실패했을 때 보상책을 강구해주는 과정에서 쓴 것으로 추정된다.
권오수 전 회장 측 변호인 “‘(전략) 낮에 다시 만나서 (권오수 전 회장이) 주변 지인들을 적어주면서 그 사람들로부터 수익의 30~40%를 책임지고 받아주겠다고 했습니다’ ‘OOO, XXX, OOO, XXX, OOO, XXX 일단 그렇게 생각이 납니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있지요.”
이 씨 “예.”
(2022년 5월 27일 공판 중)
검사 “권오수 전 회장이 수익의 30~40%를 받아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 주변 지인 중 생각나는 사람은 누가 있나요.”특히 이 문서엔 김건희 여사가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김건희, 동부증권 청담점, 65만 주’라고 적혀있었다.
이 씨 “OOO, XXX, 김건희. 사실은 기억이 그 정도 나고요.”
(2022년 4월 22일 공판 중)
도이치모터스의 사업보고서 등에 공개된 주주 현황과 비교한 결과 이 씨가 보유한 문서들의 ‘주요 주주 현황’ 시점은 2009년 12월 31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 여사의 ‘동부증권 65만 주’ 보유 시점도 2009년 12월 31일 이전이 유력하다. 당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작전이 시작된 이후다.
앞서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2009년 12월 말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신한투자증권 계좌에 있던 11만 4240주가 전부였다. 도이치모터스 자회사 두창섬유로부터 장외매수해 팔고 남은 주식 잔량, 도이치모터스 주요 주주들과의 통정거래로 매수한 주식, 유상증자·무상증자로 배정 받은 주식 등이었다. 이 과정에서 매수금액으로 약 3억 4000만 원 정도가 사용된 것으로 계산된다.
그런데 1차 작전 선수 이 씨가 보유한 문건에 따르면 김 여사가 당시 기존에 알려진 주식 외에 동부증권을 통해 53만여 주를 더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동부증권의 53만여 주의 매입시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09년 12월 31일 기준 평가금액은 11억 5500만 원 수준이다. 두 매수금을 더하면 김 여사는 이미 2009년 12월 말 기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14억여 원을 투자한 셈이다.
그런데도 지난 대선 기간 알려진 것처럼 이후 김 여사는 선수 이 씨에 신한투자증권 계좌를 맡겨 2010년 1월 12일부터 29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57만 5760주를 추가 매집한다. 이때 매수금액은 14억 7792만 원이다. 앞서 주식 매수액과 합치면 총 29억여 원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하면서 2018년 신고한 ‘고위공직자 정기재산 공개’ 내역을 보면 김건희 여사의 부동산 제외한 예금 자산은 50억 4133만 원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재판부에 제출한 종합의견서에 따르면 김 여사의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0일까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 관련 실현차익은 13억 1149만 원이었다. 따라서 역산해보면 2009년 말 김 여사의 부동산 제외 예금 자산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37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김 여사는 본인 예금자산의 78% 정도를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몰빵’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인 예금 중 70%가 넘는 금액을 코스닥 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주가가 오른다는 확신이 없으면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