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대상 본사 건물. 전영기 기자 |
▲ 임상민 부본부장 |
재계에서 대상그룹의 위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료에서 대상그룹은 재계순위 60위권에도 들지 못할 만큼 자산과 매출 면에서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명세를 타는 까닭은 식품 전문기업으로 소비자와 밀착돼 있는 청정원과 임세령 대표의 이력에 기인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임대홍 창업주에 이어 임창욱 회장이 미원그룹 총수에 오른 것은 1987년. 1997년 그룹명을 대상으로 변경한 후 임 회장은 지금까지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과 그룹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 부장 임명에 3세경영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1949년생으로서 올해로 만 63세인 임 회장이 벌써 후계를 준비한다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는 “대상그룹의 미래와 후계를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일”이라며 “아들과 사위가 없는 데다 두 딸의 경영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기에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서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맏딸인 임세령 대표나 전략기획본부에 배치된 둘째딸 임 부장이나 그동안 대상그룹 내에서 이렇다 할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임 대표는 1998년 21세라는 어린 나이에 이건희 회장의 유일무이한 며느리가 됐으며 임 부장은 학업 때문에 그룹 내에서 오래 근무한 적이 없다. 게다가 임 대표는 이혼, 임 부장은 미혼이어서 대상그룹 후계구도를 이야기할 때 남성을 언급할 수 없다. 일부 재계 인사는 ‘사위경영’을 하고 있는 동양·오리온에 빗대기도 하지만 동양과 오리온처럼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아직까지 힘들다.
임 회장과 부인 박현주 부회장 슬하에는 2녀, 즉 임세령 대표와 임상민 부장이 전부다. 박현주 부회장은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딸로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친동생이다. 비록 아들과 사위는 없지만 대상홀딩스 최대주주인 임 부장이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은 대상그룹의 ‘3세경영 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고위 인사는 “임창욱 회장은 일찍부터 후계자로 둘째딸 임 부장을 점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맏딸 임세령 대표가 일찍 이재용 사장과 결혼해 출가외인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둘이 이혼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터.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의 주요 주주만 보더라도 임 회장의 뒤를 이을 사람이 임상민 부장이라는 것은 알고도 남는다. 더욱이 대상홀딩스는 임창욱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부인 박현주 씨가 부회장 겸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박현주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때는 임 회장이 횡령·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대상홀딩스 최대주주는 임상민 부장으로 37.42%를 보유하고 있으며 언니인 임세령 대표가 19.90%, 임 회장이 2.89%, 박 부회장이 2.80%를 갖고 있다. 네 가족의 지분을 합하면 63.01%다. 임 부장은 대상홀딩스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16만 4830주(0.45%)를, 5월에는 2만 1150주(0.06%)를 추가로 사들였다. 경영과 후계에 대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임 부장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 수업과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임 부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 파슨스스쿨을 나왔다. 2009년 (주)대상에 입사해 차장으로 근무하던 중 2010년 또 다시 유학, 영국 런던 비즈니스스쿨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거쳤다. 파슨스스쿨이 디자인 전문학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임 부장이 공부한 분야는 역사, 디자인, 경영으로 각각 다르다.
임 부장이 존슨앤존슨과 투자자문사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기간이 짧다. 그나마 존슨앤존슨에서는 마케팅 인턴십이었으며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대상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이어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주)대상에 입사한 것은 2009년이지만 이듬해 바로 영국 유학길에 올라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임 부장이 대상그룹을 이어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이것이 임창욱 회장이 벌써 후계를 준비하는 한 이유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사업보단 ‘육아’ 매진
임 대표는 지난 2011년 3월 사명을 대상HS로 변경하며 대상그룹 일원으로 본격 나섰다. 이때만 해도 임 대표가 대상그룹 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정작 임 대표의 사업 진행 상황은 초라해 보인다. 2009년 세 곳으로 시작한 퓨전레스토랑 ‘터치앤스파이스’는 현재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한 곳만 남아 있다. 사업 시작 때 목표했던 5년 내 매장 50개, 연매출 500억 원 달성은 물 건너 간 셈이다. 임 대표는 현재 사업보다 육아에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HS 법인등기부상 임 대표의 자택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S 빌라. 부동산등기부상 2010년 10월 19일 57억 원에 매입했다. 임 대표는 이재용 사장과 협의이혼하기 한 달여 전인 2009년 1월 2일(등기부상) 서울 강남구 삼성동 A 빌라를 42억 원에 사기도 했다. A 빌라의 소유자는 여전히 임 대표로 돼 있다.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