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고객 유치하고 ‘C-커머스’ 견제 포석…적정 물동량 못 채우면 비용 부담 가중 우려
#NFA 앞세워 당일·일요배송 시작
네이버는 오전 11시까지 상품을 주문하면 당일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4월 15일부터 개시했다. 당일배송 대상 상품은 물류 데이터와 창고관리시스템(WMS) 등이 연동된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당일배송 상품은 전체 도착보장 상품의 약 50%에 해당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일상 소비재와 의류 제품 등에 우선 도입된다. 네이버는 시범 운영해오던 일요배송도 서울과 수도권에 적용키로 했다. 일요배송은 토요일에 상품을 주문해 일요일에 받아보는 서비스다.
네이버가 당일·일요배송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NFA 덕분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파스토·두핸즈 등 물류업체와 협력해 2022년 12월 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익일배송과 새벽배송 등으로 배송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네이버의 당일·일요배송 물량은 CJ대한통운이 맡고 있다. 다른 물류 파트너사들과도 당일·일요배송에 대한 협업을 늘린다는 것이 네이버 계획이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판매자를 대상으로 오는 5월 22일부터 판매자에게 무료 교환과 반품 배송비를 보상해주는 보험 서비스 ‘반품안심케어’의 이용료를 지원한다. 반품안심케어는 네이버페이가 캐롯손해보험과 제휴해 출시한 서비스다. 판매자가 이용료를 지불하면 교환·반품 발생 시 상품주문번호 건당 최초 1회 최대 7000원까지 보상된다. 판매자는 비용 부담 없이 구매자에게 무료 교환·반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유료 멤버십 ‘네이버플러스’에 배송 관련 혜택도 새롭게 추가했다. 네이버는 7월 31일까지 3개월간 네이버 도착보장 상품을 네이버쇼핑에서 1만 원 이상 구매할 때 무료배송을 지원한다. 3500원 배송비 할인 쿠폰을 매일 지급한다. 네이버는 그간 티빙 방송 무제한 시청, SPOTV NOW 무제한 시청, 네이버웹툰·시리즈 쿠키 49개 제공, 시리즈온 영화 무제한 이용 등 디지털 콘텐츠 혜택을 주는 데 주력해왔다.
네이버가 물류 역량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꼽힌다. 우선 쿠팡을 이탈하는 ‘탈팡’ 회원들이 늘어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4월부터 와우 멤버십 월 구독료를 490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했다. 기존 멤버십 회원들에게는 8월부터 오른 가격이 적용된다. 유통업계에서는 객단가가 높은 쿠팡의 충성고객을 제외한 젊은층은 일부 이탈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쿠팡의 이번 구독료 인상을 두고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 신사업 부문의 적자를 구독료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의 지난해 대만 사업·쿠팡이츠·쿠팡페이·쿠팡플레이 등 신사업 부문의 에비타(EBITDA) 손실은 4억 6600만 달러(약 6380억 원)로 2022년(2억 2500만 달러) 대비 107% 늘었다. 올해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 등으로 적자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를 광고 고객사 정도로 바라보던 네이버의 전략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C-커머스의 성장 속도대로라면 4~5년 뒤에 네이버 커머스 거래액을 따라잡을 수 있다”며 “비식품 위주로, 또 직매입이 아닌 위탁 매입 방식으로 운영해온 네이버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C-커머스가 갖고 있지 않은 자체 물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커머스 거래액 성장률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네이버가 인수한 북미 개인 간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거래액을 제외한 네이버 커머스 부문 거래액은 2022년 4분기 대비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몰 시장 성장률(10.6%)보다 낮았다. 네이버는 2022년만 해도 분기마다 두 자릿수의 거래액 성장률을 나타냈다.
#네이버 "물류 서비스 고도화 지속"
성패의 관건은 물량 확보 여부다. 네이버가 쿠팡과 동일한 서비스를 갖추게 됐지만, 동등한 물류 경쟁력을 보유했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가령 당일배송 취급 상품 수(SKU)는 주로 직매입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쿠팡 대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물류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을 취한다. 하지만 물류 연합군을 활용하기 때문에 반품 등 전반적인 CS(고객서비스)를 네이버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를 직접 지어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리테일러 모델’을 따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이버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철휘 한국유통포럼 회장은 “당일이나 일요배송에서 적정 물동량이 안 나오면 배송을 해도 적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물류사와 비용을 함께 충당할 수도 있지만, 메인 플레이어인 네이버의 비용 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서비스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계약에 관한 내용이라 비용구조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마종수 교수는 “네이버는 여러 물류사가 각각 배송하기 때문에 배송의 밀도를 높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 쿠팡처럼 여러 상품 물량을 한데 모아 배송하고 배송비를 낮추는 전략을 쓰기가 어렵다”며 “네이버는 당일배송 권역을 내년부터는 넓힌다고 밝혔다.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무료 배송 등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이제부터는 최소 몇 년간은 수백억~수천억 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판매자들의 물류 경쟁력을 더 강화해 비즈니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며 “당일배송의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 니즈에 따라 카테고리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무료배송 서비스는 3개월 베타 테스트 후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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