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영수회담 앞두고 “특검 필요” 공세…검찰총장 “사법시스템 흔들지 말라” 반박
“쌍방울 직원이 외부에서 음식도 가져다줬다. 창고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 등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소주를 마셨고 얼굴이 벌게져서 한참 얼굴이 진정된 뒤에 교도소로 귀소했다.” (4월 4일 법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창고가 아니라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술을 마신 것이었다.” (4월 17일 김광민 변호사)
“종이컵에 뭘 따라 주길래 마시려 입을 대 보았는데 술이어서 먹지 않았다.” (4월 18일 김광민 변호사)
검찰청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진술이 계속 바뀌면서 ‘진실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다. 수원지검이 반박 자료를 내면,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이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며 장소나 일시, 또 음주 여부에 대해 말을 바꾸며 검찰에 의혹을 제기하는 흐름이다. 교도관이나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변호인단, 검사와 수사관 등을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검찰은 ‘문제될 일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하고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사법시스템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치검찰TF를 꾸려서 관련 의혹을 확인하겠다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화영 전 부지사 술자리와 회유 의혹을 특검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총선 이후, ‘검찰 개혁’을 내걸었던 민주당인 만큼 진실공방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화영 말 바뀔 때마다 반박하는 검찰
이화영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는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법정에서) 입에 갖다 대니 술 냄새가 나서 알았고 내려놨다 이렇게 얘기했다”며 “(얼굴이 붉어졌다는 진술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그렇게 됐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처음 “창고(1315호)에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에서 “1313호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술을 받았는데 술인 것을 알고 먹지 않았다”는 것까지, 주장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에 수원지검은 또 자료를 내고 다시 반박했다. 벌써 8번째인데, 검찰은 “당시 법정 발언은 녹음도 돼 있다”며 “급기야 이젠 술 마셨다는 주장을 안 마셨다고 바꾸느냐며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술을 마실 수 없는 공개된 장소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언론에 이 전 부지사 측이 음주를 한 장소라고 처음 지목했던 1313호 검사실 앞 창고(1315호)와 이후 변동된 위치인 진술녹화실 사진을 모두 공개했다.
진술녹화실은 가로 170cm, 세로 90cm의 통유리창을 통해 그 내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있고, 또 책상이 바로 정면에 있어 피고인이 조사를 받는 것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유리창을 가릴 수 있는 칸막이나 커튼 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조작실에서 녹화실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둬 계호 교도관이 직접 시야에서 근접 계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 가운데 술자리 의혹을 주장하는 김광민 변호사가 내놓았던 의혹과는 다른 구조다. 김 변호사는 전날 이 전 부지사가 직접 그린 1313호실 구조 그림 등이 담긴 입장문을 통해 “진술녹화실은 교도관이 벽의 작은 유리창을 통해 조사실을 들여다볼 수는 있었으나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며 “음주가 이뤄진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4월 23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이를 공세 삼고 있는 민주당과 이화영 전 부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화영 피고인은 검찰에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재판이) 1년 7개월 동안 진행되고 나서 이제야 하고 있다”며 “5월, 6월, 7월로 시점도 계속 달라지고 장소도 검사실 앞 창고라고 했다가 이젠 검사실의 영상녹화조사실이라고 이야기하고,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나 방용철 씨와 술을 마셨다고 했다가 이젠 검사, 수사관과 함께 마셨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장이 해당 주장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동안 사실 관계 파악을 위해 신중했던 검찰이 ‘술자리가 없었다’는 판단 하에 맞대응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이원석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 전 부지사에 대해 그 진술이 100% 진실이라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대북 송금 관여 사실을 진술한 것도 100% 진실인지 되묻고 싶다”며 “공당(민주당)에서 그러한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 믿고 이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의자에 술 제공 가능한가
검사나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일이 실제로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과거에는 있었던 관행”이라고 얘기한다. 수사에 협조적인 피의자나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앞둔 피의자에게 저녁 식사 중 소주 한 잔 정도와 담배를 제공했던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을 떠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초임 검사 때부터 2~3년 정도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에게 영장실질심사 당일 영장을 기다리면서 저녁을 먹을 때 소주 한 잔을 주면서 ‘미워서 수사한 게 아니’라고 얘기를 하곤 했다”며 “수사를 받다 보면 검찰 내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때 피의자가 협조적이면 소주 한두 잔이나 담배를 필 수 있도록 해주는 경우가 있곤 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과거의 문화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는 게 공론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술자리’ 같은 시도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민주당이 얽힌 수사는 말이나 행동이 정치적으로 공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검찰 수뇌부들이 모를 리가 없다”며 “그런 지점을 더 신경쓸 텐데 거꾸로 술자리를 제안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른바 술판 회유 공세를 늦출 생각이 없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재판 참석길에서 취재진이 “검찰이 출정일지나 교도관 진술을 확인해 (술자리가) 아니라고 반박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검찰이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 설치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별대책단은 총 13명으로 이뤄졌다. 대책단장은 재선의 민형배 의원이며 간사는 박균택 당선인, 사건조작 진상조사 팀장은 주철현 의원, 특검 탄핵 추진 팀장은 김용민 의원, 검찰개혁 제도개혁 팀장은 김승원 의원이 맡을 예정이다. 위원으로는 김기표, 김동아, 김현정, 노종면, 양부남, 이건태, 이성윤, 한민수 당선인 등 법조인 다수가 포함됐다. 영수회담을 앞두고, 술자리 의혹 관련 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 “총선 후 민주당의 향후 전략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익명의 한 판사는 “민주당의 모 당선인이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를 언급했는데, 총선 이후 민주당이 검찰이나 법원을 상대로 한 개혁을 꺼내들려는 것 같다”며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만큼 문제를 파고들어 술자리 의혹 같은 사안들을 계속 찾아내 이슈화를 시도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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